선비처럼 나남신서 1834
김병일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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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는 지형 한가운데에 위치한 만송정 숲을 거닐며 느릿느릿 움직이던 지난가을의 한나절이 그리워진다. 일상에 매달려 마음의 쉼을 주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다 하루를 십대 아들과의 말다툼으로 시작하여 마음이 개운치 않은 날 선현들이 삶의 지표로 삼고 지냈던 구절은 어른스럽게 처신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고 있는 듯하다. 퇴계 선생의 겸손공경헌신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움직임을 표본으로 지행합일을 구심점으로 삼고 있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원 수련원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저자는 <<선비처럼>>의 내용이 청소년들의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몸으로 가르치면 따라오고, 말로 가르치면 대든다.’

  조선 영조 때 정승을 지낸 이태좌의 가르침은 밥상머리에서 학업에 충실하기를 바라면서 마음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니 화를 버럭 내면서 볼멘소리를 하여 갈등이 증폭되었다. 차 한 잔을 마시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책 속 구절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부모는 말없이 책을 펴 들고 모범을 보이면 자식은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을 학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다고 채근하였다. 경쟁이 불가피한 사회에서 타인 위에 군림하여 우위를 차지하여야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고 내세우기만 할 게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며 선의의 경쟁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어른이 모범을 보여 아이가 가슴으로 느끼어 자발적으로 실천할 때 의미는 살아나 가정에서부터 스스로를 살피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품성을 길러야 한다.

 

   퇴계 선생의 어머니 춘천 박 씨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7남매를 키우며 불우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였다. 어머니의 긍정적인 태도와 신실한 생활력 덕분에 올곧은 선비 정신을 새기며 학문을 닦아온 퇴계는 생활 속에서 인간 존중의 길을 저버리지 않았다. 첫 부인과 사별하고 얻은 둘째 부인이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그녀를 홀대하는 일 없이 살았던 일은 부부의 연을 소중히 여긴 증표로 남는다. 진실함으로 남의 처지를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 충서(忠恕)정신은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을 근간을 이룬다. 학덕을 겸비하여 실천하는 사람으로 모두에게 존경받을 인격체인 선비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실천을 근본으로 삼아 도덕적 리더십을 발현하여 왔다.

 

   생존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성장 발전을 주창하며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중요한 정신문화를 도외시한 채 성과를 내느라 분주한 삶을 살았던 폐해는 패륜적인 사건 사고로 이어져 우리 사회를 음울하게 만든다. 문화적 콘텐츠로 나라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브랜드 구축은 미래가치를 창출하여 가는 토대로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선비 정신을 들 수 있다. 조선 시대 선비는 검소한 살림살이에서 인성을 도야하며 선공후사(先公後私)하는 솔선수범으로 백성을 교화해 갔고, 나라가 어려울 때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섰던 의병 활동의 정신적 근간을 이루었다. 이른 봄 동토를 뚫고 나오는 매화를 사랑한 선비 퇴계는 매화 시를 모아 매화 시첩으로 엮을 정도로 매화의 암향(暗香)을 즐겼다. 자신을 낮추며 제자를 생각하는 참된 스승의 표상으로 남은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호남의 선비가 영남의 선비를 찾아 교류하며 지낸 역사 속 배움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제 간의 정을 떠올리게 한다.

 

   지체를 겸비한 선비를 양성하기 위해 일상생활 속 예의범절을 가르친 뒤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학문에 나갈 수 있는 길을 택하였다. 선비들은 자신부터 치열하게 닦아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이웃과 백성을 감화시키는 단계로 나아갔고, 세상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기 위해 폭넓게 공부하였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현대로 오면서 인격을 도야하는 교육은 차치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기능적인 교육에 편중되어 인성교육은 도외시되어 크고 작은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선진국의 지도자들이 중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은 선비정신의 실천인 청렴 개결한 생활과 상통한다. 부자 3대 가기 어렵다는 시절에 경주 최부잣집의 성공 비결은 자기 절제와 타인 배려의 선비 정신으로 흉년에는 땅을 사지 않고 과객을 융숭하게 대접하는 등의 타인 배려의 삶을 이었기 때문이다.

 

   혼탁한 시대일수록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중심을 바로 세우고 살아갈 때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길을 걸을 수가 있다. 군자와도 통하는 선비는 자신의 영달보다는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며 의를 숭상하여 실천하는 지도자로 나라의 근간을 세웠다. 후대의 지도자들이 지혜를 모아선비 정신을 발현하여 총체적인 난국을 풀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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