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 외 지음 / 다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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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라고 하면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숙명을 끌어안고 사는 이들이 떠오른다. 작가인 엄마는 결혼을 하고 출산 과정을 거치며 아이를 양육하느라 작가로서 오롯이 글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어느 것과도 대체되지 않는 사랑과 관심, 정성을 기울여여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살다 영양을 공급하던 탯줄을 끊고 세상에 던져진 생명체는 혼자 행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엄마는 아기의 성장과 발육을 돕는 일에 주력한다. 밤잠을 설쳐 가며 아기의 울음에 귀를 기울이고 생명체의 크고 작은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반응하며 일상을 보낸다.

 

  첫 아이를 낳은 지 보름 만에 신춘문예 등단 소식을 듣고, 출산의 통증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당선 소감을 적으며 글 쓰는 엄마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고백한 소설가는 작가로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삶을 글감으로 창작하는 과정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온 여섯 명의 작가는 보듬고 가꾸어야 할 생명을 끌어안고 작가의 길을 걸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글을 쓰기도 했으며 떼쓰는 아기를 안고 자판을 두드리기도 했던 지난한 과정은 한 편의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수고에 융해되어 있다.


   백지에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글쓰기는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며 살아야 할지를 사유하고 감각하는 과정이다. 연속하는 시간을 혼자만의 시간으로 쪼갤 수 없는 육아 시간을 할애하여 글을 쓰는 일은 고단한 일상의 단면이다. 아이를 한둘 키워 본 엄마도 새롭게 태어난 아기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고들 입을 모은다. 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순간 육아로 힘든 상황에 놓은 자신을 발견하며 관찰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 아기와 함께 엄마도 성장하느라 분투하는 중이다. 마감일이 임박하여 마음잡고 원고를 완성해야하는데도 육아는 정해진 시간에 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를 재우다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지만 계속 잘 수만은 없어 아이 곁을 빠져나와 글을 쓰는 엄마는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하여 에너지를 모은다. 스스로를 고립시킬 나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한 작가처럼 엄마 작가에게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글로 삶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시를 쓴다고 물질적 보상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시를 씀으로 스스로를 인정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 시인은 아이 돌봄과 가사 노동이 끝난 뒤에서야 글을 쓰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가족 모두가 잠들어 부는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려도 멈칫하며 아이가 깨지 않게 살그머니 나와 글을 쓰기 위해 정신을 모은다.

 

  고단한 일상의 연속이지만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내는 소리에 공명하며 감각에 반응하며 매일 쓰지 않으면 어느 한쪽이 굳어지는 것처럼 글을 쓴다. 헝클어지기 쉬운 긴 머리를 빗기기에 좋은 빗의 빗살 하나를 빼 숨구멍을 열어주는 공인의 지혜에 외경심이 든다. 글을 쓰는 일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사는 엄마들 역시 백지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 육아의 기쁨과 슬픔, 불안과 회한을 삭이며, 당위성을 들어 자신을 옭아매는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해방구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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