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 with 동의보감 & 숫타니파타
고미숙 지음 / 북튜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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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은 커진다.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힘을 쥐고 있는 이의 농간으로 한 해를 더 미뤄야하나 보다. 굴욕적인 일을 겪으면서도 교과와 비교과 연수를 들으며 자신을 무장하던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재권자의 마음까지 얻지 못했음을 알아차린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외출조차 쉽지 않은 때, 고전평론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책 한 권이 헛헛한 마음을 채운다. 동양의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동의보감과 불교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를 중심으로 한 북튜브 강연 내용을 기반으로 한 책은 애착으로 물든 마음을 맑게 한다.

 

    미처 생각지 못한 시간들을 되돌리고 싶은 고난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왕명으로 허균이 편찬하게 된 의서 동의보감은 편찬 작업이 임진왜란 와중에 시작되어 유배지에서 18개월 만에 원고를 탈고하기까지 14년이 걸렸다는 정보는 놀랄 만하다. 고적한 공간에서 자신을 묶고 있는 온갖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불굴의 힘으로 양생의 기예를 담은 의서를 편찬한 집중과 몰입은 고난의 시간을 견디는 힘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몸과 자연의 대칭성에 주목한 동의보감은 자연적인 리듬을 따라 타고난 생명력을 잘 보존하고 자양하는 지혜를 담았다.

 

    하루에 여러 번 생각과 감정이 널뛰기를 하는 상황에 이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일이 건강한 생활의 전제이다. ()로 가득한 우주에 기의 변주이자 생명의 토대인 ()’은 신장이 주관하며 생식활동의 원천으로 활기 있게 살기 위해서는 이를 잘 보존해야 한다. ‘()’는 질료를 순환시키는 에너지로 에너지 순환의 제일 중요한 적도인 호흡과 관련 있어 폐()가 주관한다. 심장이 주관하는 ()’은 정신활동을 담당하여 ··이 몸속에서 순환하면서 생명활동이 벌어지는 만큼 이 세 가지를 조율해서 균형 있는 생활을 이어야 한다. 아집에 싸여 자만하는 언행을 일삼으며 뜻대로 안 된다고 분노하다 보면 폭력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독약처럼 사람들을 해롭게 하고 번뇌에 젖게 하여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세 가지의 마음을 불교에서는 삼독(三毒)이라 한다. 소유하려는 탐욕이 분노를 조장하고, 분노가 탐욕을 야기하여 치심이 짙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관찰하고 마음을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녁에 포식하지 말라는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배달 음식으로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이들을 향한 일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보인다.

   ‘섭생을 잘 하려는 사람은 하루와 한 달의 금기를 어기지 말고 일 년 사계절에 맞춰 살아야 한다. 하루의 금기는 저녁에 포식하지 않는 것이고..........’

   ‘동의보감속 구절은 마음의 힘으로 미각의 분별망상을 제어하며 살아야 양생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문명의 발달로 더 많은 것을 소비하느라 분주한 시대를 사는 이들은 욕망의 화로를 가슴에 안고 사는 셈이다. 몸은 음기와 양기가 균형을 맞추고 있어야 정상적인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균형을 잡고 사는 일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음양의 균형이 깨져서 비정상적으로 양의 기운이 많아지는 음허화동(陰虛火動)은 물과 불이 따로 놀아 생명 유지에 어려움을 야기한다.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모아 마음의 장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공부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물음에 답하는 방식으로 갈무리되어야 한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 갱년기를 보내는 동안 진액은 말라 열감이 나고 쉽게 잠들지 못하는 시간, 인문학 책을 읽으며 한 번뿐인 인생을 잘 살고 있는지 반문한다. 90세 넘는 노인들이 흔한 시대에 지혜롭게 늙어 가기는 노년을 준비하는 중년의 과제로 남는다. 다변화된 사회를 호흡하며 지내기 위해서라도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유하는 생활로 말을 아끼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노년을 예비한다. 통찰력 있는 눈으로 감정을 제어하며 공부해 삶의 지혜를 쌓는 중년으로 다음을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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