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플레이 트리플 6
조우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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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생활 32년째 크고 작은 고비가 있었지만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내 그릇이 되니까 이런 일이 내게로 온다고 여기며 지냈다. 열 살이나 위인 선배가 다른 여직원들과 함께 자신을 은근히 따돌릴 때에도 홀로 살아가는 법을 익히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냈다. 이름 모를 잡초처럼 사회에 던져져 스스로 척박한 토양에 뿌리를 내리며 자신을 관리해왔다. 후배에게 다정다감한 선배들을 만날 때마다 후배들이 들어오면 잘해줘야겠다는 마음만 앞섰을 뿐 그다지 잘해 준 기억은 없지만 대놓고 후배를 힘들게 한 기억도 없다. 한 조직에서 희망을 예견할 때 조직 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중시할 때가 있다. 서로 다른 개체로 만나 한 방향을 보면서 서로의 욕망을 조절하며 공공의 선을 실현하는 조직은 희망적이다.

 

언니의 일소설을 읽으며 인턴 생활을 시작한 다정에게 좋은 사수가 되고 싶었던 은희의 욕망을 보면서 나를 떠올린다. 한 조직의 팀장으로 신출내기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의무가 맡은 일을 잘해내야 한다는 책무를 더하며 후배들을 힘들게 했는지도 모른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려던 생각은 이미 버린 지 오래다. 정형화된 틀대로 움직이는 교육시스템에서 자구책을 찾지 않는 태도를 보고 물고기를 잡아다 입에 넣어주기 일쑤다. 후배 다정의 우연한 연락을 계기로 옛 직장 동료들과 만나 오랜 세월 간극을 메워 줄 그 시절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각기 기억하는 부분이 달랐다. 모임을 주선한 은희는 괜한 짓을 해서 왜곡된 기억을 바로 잡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자 후회막급이다. 그렇다고 하여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때 한 공간에서 함께했던 기억들을 바로 잡으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상사에게 혼나는 인턴 사원이 주눅 들지 않게 격려하던 은희를 성취욕을 충족하기 위해 욕망을 드러내는 이로 치부하지만 우산의 내력에 나오는 희진은 다르다. 정규직 전환을 앞둔 인턴 지우에게 힘이 되는 상사이다. 재계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우가 회의 준비 미흡으로 허둥댈 때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지우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희진은 업무 능력이 뛰어난 양민지를 보면서 인간적으로 믿음이 가는 상사가 되려고 노력하였다.

  ‘이해가 안 되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양민지는 부족함이 있는 직원들을 하대하는 경향이 컸고, 잘하고 싶은 희망의 싹까지 앗아가는 인물이었다. 그 시절 희진은 매일같이 야근을 하면서도 자주 나무람을 들어야 했다. 직장 생활하다 보면 부정적인 말들로 상대의 마음까지 어둡게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잘 안 되더라도 기운을 불어넣는 이가 있다. 어떤 이를 가까이 하며 지내야 할 것인지는 개인의 판단 몫이겠지만 긍정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희망적일 테다. 우산을 잡다 우산 속에 남자가 있음을 뒤늦게 발견한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경험으로 알아차리고 속단은 금물이라는 진리를 다시 떠올린다.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삶이라 했지만 올해는 유독 마음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하며 지내야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트러블 메이커로 한 직장 분위기를 진창으로 만드는 이로 인해 여럿이 마음을 다쳤다. 코로나로 힘든 정국을 헤쳐가야 하는 상황에서 팀플레이가 좋아도 힘든데 동료들과 함께 의견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다. ‘팀플레이속 지연은 한 대학의 대학원에 자리 잡은 지연은 은주에게 졸업 작품을 제작하는 일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졸업을 위해서라면 장 교수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연은 은주에게 작성한 시나리오를 보여 달라고 하였다. 은주의 허락도 없이 시나리오는 지연의 손을 거쳐 장 교수에게 넘겨졌고 어느 새 그 시나리오는 장 교수 작품으로 둔갑되었다.

 

   뜻하지 않은 자리에 함께하면서 나의 선택과 결정과는 알리 일이 꼬일 때가 있다. 우연한 일이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는 말처럼 우연한 만남이 건널 수 없는 심연의 강을 넘고 말아 다시는 회복하기 힘든 관계로 번지곤 한다. 장 교수가 타국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기사와 함께 지연이 유명세를 타는 장 교수가 발표한 작품에는 자신의 작품인 것이 없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작품을 제 작품인 것처럼 발표했다니 교수직을 걷는 이의 파렴치함에 씁쓸해진다. 어떤 이는 고인이 된 이의 흠집을 내기를 망설이지만 지연과 은주는 마침내 팀플레이를 발휘하기에 이르렀다.

 

   세 편의 소설 뒤에는 저자가 겪은 일상의 소소한 경험이 소설 창작의 모티브로 작용했음을 밝히는 수필이 실려 있다. 많은 경험 속에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을 만한 소설을 써내려가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반복된 일상에서 발견한 일들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일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일로 귀결될 것이다. 때로는 나쁜 사람이 되더라도 현실을 바로 보는 일상인으로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스스로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치우쳐 희진과 은주, 은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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