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리커버 에디션) - 신호를 차단하고 깊이 몰입하라
정주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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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들어갈 즈음 농사 달력 뒷면에 정사각형을 그려 자음과 모음을 쓰고 한글을 익힐 때 자음과 모음이 만나 음절을 이루는 합성의 원리를 조금씩 깨쳐 갈 무렵 어머니는 영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동생이 읽기를 마치고 단어를 좀 써보자고 하면 자자를 써서 한참 웃으며 오래지 않아 잠자리에 들었던 추억은 오랫동안 화제로 자리할 정도로 공부의 첫 경험은 의미가 컸다. 자신의 힘을 기우는 의미 있는 경험으로 공부의 의미를 부여한 문장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칭찬의 한마디가 더욱 열심히 한글을 깨치게 한 토대가 되었다. 환경을 탓하며 못할 이유를 늘어놓기보다는 부정적인 환경의 신호들을 차단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환경의 신호를 만들어 가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한 일들은 보잘것없는 존재에서 주목받는 엘리트 사회의 조직원으로 자리한 이들이 건재했다.

 

   폴란드 출신의 여성으로 학업을 지속할 자유를 박탈당하자 23세의 퀴리는 다른 사람들이나 사건에 패하도록 자신을 내버려두지 말자고 다짐하였다. 두려움을 만드는 신호를 차단하고 꿈꾸는 것의 본질에 다가서기를 주저하지 않은 퀴리는 소르본 대학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먹을 것조차 제대로 못 먹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 여성 이민자로서는 처음으로 파리 팡테옹 신전에 안장되어 있다. 사회적 신호로부터 자유로울 때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된다. 부정적인 신호를 차단하고 공부 자체에 몰입하는 암묵적 학습으로 재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고생물학자 호너는 난독증을 앓았지만 공룡 뼈에만 수천 시간을 들여 전문적인 식견을 갖춰갔다.

 

   ‘노력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 때라야 의미 있는 노력이 된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카라얀은 1929년 울름의 오페라극장에서 데뷔해 풋내기 단원들을 말없이 설득하고 가르치며 자신이 의도하는 연주까지 이끌어냈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만의 신호를 만드는 데 집중한 카라얀은 푸르트뱅글러가 자신을 쫓아내기 위해 술수를 쓰더라도 관여하지 않으며 더 많은 재능의 설득을 준비하며 실력을 닦아갔다. 그 후 아헨오페라극장의 음악 총감독을 거쳐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의 상임지휘자로 일하였고, 푸르트벵글러 사후에는 베를린필하모니의 상임지휘자로 명성을 떨쳤다.

 

   세계적인 엘리트 양성 대학인 하버드, 옥스퍼드 등을 포함한 아이비리그가 있지만 이 학교 졸업장보다 더 우위의 학생들이 입학한다는 프랑스의 그랑제콜이 있다. 그랑제콜 출신들은 15~20센티미터를 잘 쌓으면 단단한 도로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지만 매캐덤의 2.5센티미터 법칙이 나오자 이 주장은 무너졌고 전 세계가 매캐덤의 도로로 대체되었다.

천재란 없습니다. 만일 세계가 가치 있다고 주목하는 어떤 결과물을 누군가가 만들어냈다면, 그것은 순전히 실용적인 목표 하나만을 끈질기게 추구한 노력에 의한 것입니다.’ (196쪽)

   십 년간 매달려서 증기기관을 최초로 만든 공장 노동자의 말이 귓전을 울린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끈질기게 행한 결과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분야에서 위대한 발견을 한 인재는 시대의 신호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새로운 신호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하였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하위의 성적표에 따라 열등생으로 낙인찍힌 더쇼비츠가 참가한 캠프에서 만난 하버드대학 출신의 유대인 학자는 지적 능력을 칭찬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후로 더쇼비츠는 새로운 신호를 디딤돌 삼아 학업에 매진하여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기회를 만들어갔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진지하게 말해준 일은 낙제점의 학생을 하버드까지 올라가게 만들었고, 최연소 하버드대학 교수로 재직할 수 있었다. 마법 같은 변화를 본 심리학자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장 가치를 적고 그 이유를 한 문장씩 작성하게 한 뒤 주기적으로 교실을 찾아가 그 내용을 점검하며 자신만의 단단한 신호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그 결과 자신을 낮추는 환경적인 신호들을 차단하고 스스로의 잠재력을 지키고 지지해줄 수 있는 신호들로 무장해 강하게 성장하는 근간을 이뤘다.

   면소재지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24년 남짓 근무하며 만난 제자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다. 막일을 다니는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남학생은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의 맛을 모르고 지내다 고등학교 들어와서부터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하였다. 1학년 때는 기초가 안 잡혀 있어 애를 먹기도 하였지만 교육 방송을 시청하며 기본적인 원리를 깨치며 실전 응용문제까지 섭렵해갔다. 2학년이 되어 만난 담임은 집중하는 학생의 자세를 보고 학습 태도를 칭찬한 일을 계기로 학생은 눈에 띄게 달라져갔다. 너는 공부를 못한다는 스스로의 한계를 긋는 신호를 차단하고 깊은 이해가 담긴 공부를 할 때 놀랍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며 지낼 때 청출어람의 지혜를 배운다. 가시적인 성과를 전제로 한 통속적인 성공보다는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내 안에 잠든 거인을 일깨워줄 인연으로 자리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학생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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