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민수 문지 푸른 문학
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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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역하게 지내는 친구의 아들, 아끼는 제자의 남편, 사춘기 갈등과 방황이 깊었던 우리 반 민수가 있어서인지 주인공 이름이 낯익다. 연재되는 웹툰을 보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애독자들의 관심 속에 지식 정보화 사회의 만화 시장은 커졌다. 소장하고 싶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적은 돈으로 다운로드하여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열다섯 살 주민수에게 날아든 저작권 위반 혐의 고지는 감당하기 힘든 계고장이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아들을 힘들게 키우는 어머니에게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염치가 없었던 터라 민수는 자신의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는 법이다. 김 감독의 대학 강의를 앞두고 인터뷰가 내정된 날 민수는 경진과 함께 그곳을 찾았다. 저작권을 갖고 있는 김 감독에게 다운로드한 경위를 진솔하게 담은 편지를 적어 현안을 해결하려는 마음이 앞섰다. 김 감독과 함께 일을 하는 최 피디는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김 감독의 작업실에 들러 여름방학 동안 그의 심부름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 내용을 문서화하여 증빙 서류를 작성한 주민수는 정해진 시간 김 감독의 작업실을 찾았다.


  유명세를 떨치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세계적인 위상을 갖는 예순두 살 김민수는 고집불통에다 무절제한 생활 습관으로 지인들의 걱정과 염려를 안고 산다. 지금껏 결혼도 안 하고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한 우물을 깊게 판 김 감독은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지만 대중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데는 불편함이 많았다. 그와는 달리 열다섯 살 주민수는 일찍 철이 들어서인지 사려 깊게 행동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모범생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 노력한다. 카페 주인 여진을 마음에 두고도 표현에 인색한 김 피터에게 연애와 관련한 조언을 서슴지 않고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대목에서는 미소가 번진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피터 김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주민수는 만화를 그리며 그것을 영상에 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웹툰 작가가 되고 싶은 민수는 맹맹과 마요를 그리면서 피터 킴의 조언을 들으며 캐릭터에 걸맞은 성격을 일관성 있게 형상화하는 일에 골몰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민수의 어머니는 아들의 꿈이 갖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들어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여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들이 참가한 과학 캠프에서 공학 관련 지식을 폭넓게 접하고 일상에 접목하여 생각의 영역을 확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고등학생 웹툰 작가로 이름 난 데보라와의 인터뷰 행사와 과학캠프가 겹쳐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가지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드론을 만드는 일에 함께 하지만 마음이 자리를 이탈한 지 오래였다. 일이 생겨 카페 주인과의 약속이 틀어진 피터 김은 민수가 보낸 문자를 보고 그럴싸한 거짓말로 그를 캠프장에서 빼와서는 일탈의 시간을 보낸다. 그 후 일이 꼬여 욕을 얻어먹게 되었지만 두 민수는 이를 계기로 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살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동질감을 형성했다.


  주민수는 리피-작은 피터 김-’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 웹툰을 올려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여 간절히 만나고 싶은 멘토 데보라와 함께 하는 인터뷰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못다 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피터 김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했던 말이 영화 상영 예정작에 대한 기사로 작성돼 피터 김에게 호된 질책을 받고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기자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 믿었던 자신에 대한 질책이 커질수록 김 감독에 대한 송구스러움이 눈 덩이처럼 시리게 커졌다.


   3년이 흘러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민수는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스토리가 있는 만화를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를 관람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갔다. 마음에 두고 있던 보리와도 잘 지내며 함께 본 김민수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에 몰입하여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시간까지도 집중하고 있을 때,

  “내 친구 민수에게

  라는 문구가 보였다. 어쩌면 김 감독이 작업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곳으로 달려갔을 때 피터 김은 리피 김을 한눈에 알아보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가까이 다가섰다.


   40년 넘게 벌어지는 나이 차 못지않게 성격도 판이한 두 민수가 함께 했던 시간은 경계의 영역을 걷어낸 자리에 녹아 있는 두터운 우정의 시간이었다. 한 방향을 보면서 지내온 김 감독이 자아의 본질을 회복하고 나답게 살아가는 모습에 감화를 받은 리피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실천하며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아들을 위해 고생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어머니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 걸으려 했던 점을 수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걷기 위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려는 어른스러움을 읽으며 어떤 꿈을 꾸고 사는 게 행복할 것인지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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