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풍경류행 - 건축과 풍경의 내밀한 대화
백진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8월
평점 :
[건축과 풍경의 내밀한 대화]라는 부쳐있다.
이 작가는 남도의 땅 장흥에서 출생하여, 서울대에서 건축학 학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리고, 미국에서 또, 일본에서 교수 생활을 한 것을 비롯하여 짬짬이 아테네, 예루살렘, 인도의 바라나시 등을 주유하며 살면서, 보고 느낀 감상을 이 책으로 엮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 간 유랑의 삶을 살아오면서 낯선 곳에서 유랑이 길어지면서 환경에 대한 지평과 안목이 넓혀졌고, 나름의 생각이 단단한 이론으로 정립되었고, 그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고 한다.
유랑(流浪)이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님을 뜻하는 표현이다.
일정한 거소를 정하지 못하고 이 곳 저 곳을 주유하는 삶을 유랑의 삶이라고 한다.
이 낱말은 다분히 철학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고, 장소의 이동과 함께 사유의 변이를 아우르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작가는 자신의 유랑을, [공간적 유랑에서 시간적 유랑]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여기에 학문과 종교의 유랑을 덧 붙였다고 말한다.
그의 족적에서 눈치 챘겠지만, 예루살렘은 기독교의 성지이며, 인도의 바라나시는 불교의 상징성을 갖는다.
그 유랑을 거치면서, 자신이 낳고 자란 땅에서 보고 자란 풍경과 이국의 낯선 풍경을 비교하게 되었고, 그런 가운데 자신의 전공 분야인 건축과 관련한 풍경에 대한 사유와 철학의 지평이 넓어진 계기가 된 것이다.
건축은 자연환경과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학문이다.
그래서 건축은 각 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게 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습기가 많은 일본 집은 벽보다는 평평한 바닥과 지붕을 중요하게 짓고, 벽은 바람이 쉬이 넘나드는 스트린 정도로 한 개방적인 구조로 지어 진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방과 방 사이가 오픈 공간이 되어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우리나라 보다 훨씬 개방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습기가 많고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경우, 인공적으로 다듬지 않으면 금세 정글이 되기 때문에 자그마한 정원 하나에도 정성을 들여 꾸민다.
그리고, 일본이 추구하는 이상적 질서는 각 요소 하나하나의 질서보다는 요소 사이의 관계를 더 중요시 한다고 한다. 이에 비하여 그리스는 자연 자체가 아름다운 정원이 되어 있으므로, 사람이 인공적으로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저자는 건축계에서 명작으로 손꼽히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디자인 되어 아름답기는 했지만 감동이 없다는 것이다.
그가 지향하는 광장은 [한 천재에 의해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 온 흔적을 담아 내고 필요하면 변형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곳이어야 한다 137p]는 지론이다.
즉 살아 가면서 함께 만들어 가는 부족과 모자람을 갖는 광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세 문화에 대해서도 일갈한다. [채워진 것에 대한 감사보다 채워지지 않은 것에 대한 욕구가 충만한 것이 문명]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 제목에 [풍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에 대하여 작가는 유학 생활 중 어느 날 부터인가 이 말의 의미가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술회한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원풍경을 모본으로 삼고 있다는 자의식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