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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전인 1936년 독일 히틀러 치하에서 스위스에서 출판된 원본은 ‘에리히 캐스트너 박사가 시로 쓴 가정상비약’이라는 책입니다.
우리는 살아 가면서, 외로움과 실망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런 심상은 치료받을 병원도 없고, 약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이 시는 마음의 양약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취지로 쓴 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는 이 시집이 바르샤바 게토에서 유대인들이 손으로 필사해서 돌려가며 위안과 용기를 받음으로서 실증되었습니다.
이 시집은 우리나라에서 1988년에 저작권 계약 없이 처음 출간되어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고, 2004년도에는 정식계약판으로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이전 번역판의 오류를 정정하고 누락된 시와 구절을 원본에 충실하게 새롭게 옮겨 놓았다고 옮긴 이는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시인은 신즉물주의의 대표적인 시인으로서, 감정 표현을 억제하고 냉정한 관찰과 사실적이고 정확한 묘사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 책에 실린 시들도 모두 건조하고 냉정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은 철저히 배제하고, 객관적인 묘사와 표현들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시집은 가정상비약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사용 지침서가 제공되어 있습니다.
총 36가지의 증상을 나열해 놓고, 각 증상별 치료에 해당 되는 시를 분류해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나이 드는 것이 슬퍼질 때’는 ‘묘지의 노파, 사촌의 구석 창문, 양로원, 반복의 덫에 걸린 존재, 어머니의 넋두리, 주의력이 산만한 지배인 쾨르너 씨, 불신임 선언, 조부모의 방문’의 시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 책을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제때 제때 읽어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19펜데믹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마음이 적적하고, 외롭고, 답답하고, 힘이 빠지고, 누군가에게 속상한 마음과 기분을 함께 나누고 싶을 때, 증상별로 분류해 놓은 적당한 시를 읽으면서 위로와 힐링을 받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