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눈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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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적은 분량에도 꽤 만만치 않은 읽기였던 이 작품. 다른 판번으로 다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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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처 마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9
윌리엄 골딩 지음, 백지민 옮김 / 민음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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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골딩의 작품 중에서 처음 보는 소설이다. 소개글을 읽어보니 그동안 읽었던 골딩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골딩이 쓴 의식의 흐름. 어떤 글일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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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양미래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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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일기를 써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쓰기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쓰지 않고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단 한 가지도 떠올릴 수 없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한 기억, 일기, 망각에 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저자는 일기 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누군가가 자기의 일기를 읽기 바란적은 단 한 순간도 없으면서 일기를 고쳐쓰는 저자의 습관을 다른 사람들은 납득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나는 충분히 납득한다. 고쳐 쓰는 이유는 시간적 거리를 두면 당시 나의 감정을 나 스스로도 잘못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때와는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해서 종종 첨언을 달아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세라 망구소는 누가 자신의 일기를 읽건 말건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건 나랑 좀... 다르네. 나는 누가 내 일기를 읽는 건 내키지 않는다.  


다시 읽은 일기 중에 1996년 일기에는 중요한 일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서 일기를 통째로 날려버리고, 고등학생 시절에 쓴 일기는 그 자신이 보지 못하게 하고 싶어서 찢어버렸다고 한다.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만 기억하고 싶다는 바람, 이게 가능할까?


세라 망구스는 전날과 비교해 달라진 점을 일기에 기록해 두었는데, 만약 달라지지 않은 점만 기록한다면 어떨지 궁금해 한다. 나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 곰곰 생각해보니 그날이 그날같아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면 꽤 시간이 지난 뒤에는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 모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말처럼 어쩌면 달라지지 않는 점을 기록하는 것이 더 진실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ㅡ 


저자는 유독 기억에 집착한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재미있는 에피소드 정도로 남게 될테지만, 어쩐지 본인에게는 씁쓸함으로 남을 것 같다. 어느 때부터인가 점점 기억해야할 것들을 놓치고 두통이 잦아져서 2주 전에 건강검진할 때 뇌 MRI(MRA)를 했는데, 내 뇌(혈관)의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10년도 넘게 젊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행이군. 그런데 기억력은 왜...? 세포의 문제인가?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최초의 기억은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여섯 살 이전의 기억은 파편적으로 혹은 단편적으로 떠올려지는데, 그때가 정확히 몇 살 때인지는 대체로 확실하지 않다. 이는 중학교 시절도 마찬가지. 인간의 뇌와 그 뇌에 저장된 기억의 세계는 오묘할 따름이다. 



사실 일기를 쓴다고 해서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만약 일기를 솔직하게 기록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기억은 충분히 왜곡될 수 있다. 그 기록이 거짓이라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테니 말이다. 


저자는 출산과 양육의 경험을 통해, 그리고 자신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아이를 통해 비로소 망각의 효용성을 깨닫는다. 그런데 우리의 뇌가 창고에 남겨놓는 기억의 기준은 무엇일까? 난 이것이 늘 궁금하다.  



책을 덮고, 늘상 일어나는 일들 혹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상, 그리고 가족과 기억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는 그동안(미취학 아동이었던 시절부터) 써왔던 일기를 찾아 읽은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물론 찾아야할 기록이 있다던가, 갑자기 떠오르는 추억팔이로 아주 가끔 뒤적거린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많은 분량과 세월을 따져봤을 때 시쳇말로 일기는 가성비가 현저히 떨어지는 글쓰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기를 쓰는 걸까?  


세라 망구스는 일기 쓰기에 있어서 '쓰는 행위' 자체,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말한다. 어쩌면 무목적성의 글쓰기야말로 진정한 글쓰기의 이유일지도 모를 일이다.   



일기에 멋을 부려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영화 <메멘토>가 머릿속을 휙 지나간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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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미 다이어리 I&ME - 인문학과 경영철학이 담긴 성장일기
스타북스 편집부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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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쓸 수 있게 구성된 다이어리. 
만년형이라서 아무때나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세 권의 다이어리를 사용하면서 날짜형은 한 권만, 나머지는 만년형을 사용하는 나로서는 딱 좋은 구성이다. 





 



내가 이 다이어리를 넘기다가 깜짝 놀란 건 사실 다른 데에 있다.
보통 다이어리에는 명문장이나 격언 혹은 잠언 등이 쓰여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물론 이 여기에도 있다. 사자성어까지), 이 다이어리에는 단편 소설 세 작품ㅡ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ㅡ이 완역본으로 실려있다. '설마... 다...?' 라는 마음이 들어 앉은 자리에서 읽었는데, 정말 전체 내용을 다 실었다. 다이어리에 세계문학 세 작품이 들어있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ㅡ 


전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용도를 결정했다.
독서목록으로 사용할 요량이다. 매일 읽고 있는 책과 완독책을 기록하고 100자 전후로 한줄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2023년, 2024년, 2025년, 2026년 5월 5일에 읽은 책과 그 순간의 소감을 초간단 기록으로 한 장에 남겨놓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4년의 독서 기록을 한 권에 담는 것도 나름 의미있을 것도 같고.  


올해는 다이어리를 간단하게 가자했는데, 어째 더 많아진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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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심장 가까이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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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행복해지는 건 무얼 위한 거예요?"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 초독 당시 오십 여 페이지를 읽고 처음부터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진정한(?)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었는데, 그 작품을 능가하는 '의식의 흐름'이 등장했다. 


이 소설은 3인칭시점으로서 주아나, 오타비우, 리디아 각각의 관점에서 서술하며, 세월의 순서대로 전개하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고간다  









이른 나이에 죽은 어머니의 부재, 아버지와의 짧은 삶, 숙모집에 얹혀 살았던 날들, 사는 법을 가르쳐 준 선생님, 사춘기, 기숙학교, 오타비우와의 결혼. 주아나가 살아온 길이다.  


숙제도, 혼자 놀이도 다 했다. 끊임없이 아빠에게 "나 뭐 해요?"를 묻는, 살아있는 작은 알 같은, 너무 마르고 조숙한 아이. 그녀를 세상 속에서 지탱해 주는 건 연민이다. 연민은 주아나 방식의 사랑이고 증오이고 소통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공포와 고통에 대한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순순히 인정했고, 살아 있는 모든 순간들이 고난 혹은 고통스러운 경험의 정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은 크나큰 상실과 슬픔이었고 무거운 피로였다. 자신을 향한 숙모의 동정심을, 그리고 앞으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든 동정심을, 그녀는 혐오했다.  


주아나는 자신의 유년시절이 불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그녀는 자신의 불행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을 향한 섬뜩한 폭언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 양 제 뺨을 때리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것으로 불행을 상쇄한다.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묻는 선생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소녀는 선은 사는 것이고, 악은 살지 않는 것이며, 죽음은 선악과는 다른 거라고 대답한다. 이렇듯 소녀는 살아야할 명분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학교 선생에게 느끼는 감정, 2차 성징 시작, 육체적 갈망. 주아나는 삶 자체를 발견하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고독 속에 던져놓는다. 그녀 자신조차 무엇을 갈망하는지 명명하지 못한다. 그녀가 고독 안에서도 귀를 기울인 건 내면의 행복. 주아나는 행복했던 순간 순간을 잊어선 안 된다고 되뇌이지만, 늘 잊는다. 주아나 뿐이랴. 모든 인간이 그렇다. 


ㅡ 


오타비우는 주아나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발가벗은 채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에게 끌렸다. 매혹적인 혐오감을 느끼면서. 인간의 관계 맺기에 큰 신뢰가 없는 주아나. 여기에는 사랑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고 타인들과의 결속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주아나는 거짓된 사랑, 사랑하지 못하는 혹은 사랑받지 못하는 두려움에서 자유롭고 싶다. 고통을 감수하고 매일매일 순간순간 각성했으나, 오히려 더 깊이 가라앉는다.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목표 또는 목적한 바대로 가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다가 막상 마지막 관문을 눈앞에 두었을 때 오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불안, 그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닥치면서 막상 그것에 도달한 후 밀려오는 주체할 수 없는 허무감. 어쩌면 이 거추장스러운 감정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것이 인간의 숨겨진 욕망이 아닐까.  


ㅡ 


오타비우는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약혼녀 리디아를 저버리고 만난지 얼마 안 된 주아나와 결혼했다. 리디아는 오타비우가 떠나는 걸 원하지 않지만, 떠난다고 해서 두렵지는 않다고 말한다.  


약혼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떠난다해도, 그 이별이나 약혼자의 다른 여자와의 사랑까지 먼 훗날에 공유하게 될 소재에 불과하다는, 어떻게 되건 전 약혼자의 삶에 참여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사랑인가, 집착인가, 미련인가. 아니면 그와의 사랑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절대적 운명이라는 믿음인가. 자신이 그 흔적을 간직할 것이기에 그가 자신과 함께 한 순간을 잊어버리더라도 상관없다는 리디아의 말. 어떻게 하면 이러한 확신을 가질 수 있지?  


리디아의 힘이 '확신'에 있다면, 주아나의 힘은 '부정확성'에 있다. 주아나는 리디아가 평생 품었던 '작은 가족'에 대한 소망을 비웃는다. 결혼은 불행할 자유와 권태와 고독조차 허락하지 않는, 공동의 죽음을 향하는 것이라고. 자기가 결혼을 한 이유는 '오타비우가 원했기 때문'이며 자신은 오타비우의 생물적인 몸으로서만 그를 원한다고, 리디아에게 허세를 부린다. 그러나 리디아는 알게 된다. 주아나는 아직 진정으로 사랑을 한 적이 없고, 사랑을 통해 깨달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주아나가 갖는 사랑에 대한 갈망은 고통보다 더 우위에 있지만, 오타비우와 리디아는 그녀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도구로써 같은 선상에 있다. 더구나 사랑이 삶을 연장시키는 수단이 되기에 주아나는 태생적으로 집착하는 고립과 사랑을 동시에 갈망한다. 주아나에게 있어서 이 모순의 열쇠가 남편 오타비우에게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일찍 주아나를 떠났거나, 혹은 그녀를 불신했던 사람들. 끊임없이 종말을 향해 가는 주아나가 그들에게 바랐던 것은 그녀가 겉으로 드러내는 바와는 다르게 신뢰와 관심이었다. 주아나는 끊임없이 삶을 살아가기를 열망했다. 오타비우는 주아나를 떠나면서 작별을 고하는 편지를 남기는데, 그 편지에는 돌아올테니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긴다. 그는 정말 돌아올 생각이 있었을까?  


ㅡ 


소설에는 주아나가 해리성정체장애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되는 부분이 꽤 여러 군데에서 보인다. 악과 강인한 힘과 세상을 향한 차가운 복수를 갈망하는 주아나, 다른 한편에는 여성스러우며 단단한 애정을 통해 평온하고 따뜻한 삶을 소망하는 주아나.   


삶의 고리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연결이 늘 행복과 만족이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어느 누구의 인생도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다. '난 계속해서 삶의 고리들을 열고 닫으며, 그것들을 내던지고, 시들고, 과거로 가득 채워진 채, 새로 시작한다 (p160)'.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숙명 아니던가.   


그녀가 찾아다녀야할 존재는 진심으로 사랑을 주고 받을 '연인' 혹은 어떤 대상이기 전에 스스로를 사랑해주어야만 하는 '그 자신' 아닐까.   


책을 덮으면서 주아나, 그녀의 소리없는 절규가 들리는듯 했다.
살고 싶다, 강하고 아름답게.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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