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말을 틈타 피레네산양 사냥에 나서는 제롬과 모니카 부부는 절친인 스타니슬라스 커플과 동행한다. 이혼 뒤 보름에 한 번씩 여자를 바꿔가며 만나는 스타니슬라스가 비행기 안에서 모니카에게 추파를 던진다. 아내를 사랑하고, 모든 일에 성실하고 우직하며 책임감이 강한 제롬은 자동차 백미러를 통해 서로의 손을 깍지 껴 잡고 있는 친구와 아내를 보게 된다. 아내에게 자신이 목격한 상황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제롬과 모니카는 깊은 대화가 단절된지 오래다.  
 


여전히 사랑하지만 과묵함이 대화를 대신하고, 표현하지 않은 그의 우직함은 전달되지 못한다. 그러나 긴 세월을 살아온 부부가 대화가 단절됐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귀족도 큰 부자도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검소한 집안에서 태어나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의 소년으로 성장한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학업 뿐이기에 책에 파묻혀 지냈고, 좋은 성적으로 김나지움을 졸업해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잠시나마 찾아온 청년기의 일탈과 자아 주체성에 혼란을 느끼면서 아버지와 대립했고, 아버지에게 모든 면에서 온전히 독립하기 위해 철도청 공무원 시험에 지원했다. 수습 사원을 거쳐 사랑스런 여인과 결혼했고 조금 이른 나이에 작은 역에 부임해 역장이 되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했다. 아내가 바라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다정했던 부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가 정한 생활방식에 익숙해진다. 전쟁이 일어났고 끝났으며 황폐해진 철도역을 뒤로 하고 프라하로 전근했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어 아내가 먼저 떠났고, 죽음을 예감한 후 회고록을 쓰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야말로 별다를 것 없는 보통 사람의 한 생애를 따라가는 듯하다. 궁극적으로 인생의 목표란 가능한 한 출세하여 부와 지위를 울려놓는 것인가? 화자는 자기가 그런 명예욕을 품기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소설의 반전은 외적 사건이 아닌 내면에 있다.  










그의 순수한 선의와 열정이 사실은 무의식적인 도피와 출세를 위한 욕망의 행위였고, 평범한 삶에 만족한고 있다는 자아와 어쩔 수 없는 패배감을 인정하기 싫어 평범으로 포장한다는 내면의 자아가 서로 싸운다. 그를 비난하는 내면의 목소리는 그가 죽음을 앞두고 쓰고 있는 이 회고록조차 자신의 업적을 비치기 위해 쓴 것이라고 몰아세우는데, 이는 그가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온 모든 행위는 주목을 받고 출세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강한 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는 패배자였기 때문에 평범한 인생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의 내면에 자리한 여러 자아 중 하나의 목소리는 그의 삶이 헛되고 보잘것없고 굴욕적이었다고 말한다. 그 끔찍한 삶이 바로 평범이라고. 



때로는 의식하지 못했던 유년 시절에 실현하지 못한 욕구와 동경이 혹은 트라우마가 성인된 자아를 이끌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의 내면 역시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단어로 채 규정하지 못한 다양한 인격체를 내재하고 있고, 그들은 끊임없이 매순간 충돌하며 혼란과 갈등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넣는다. 우리가 운명이라고 믿는 것들은 대체로 사건과 상황에 의한 우연일 뿐. 인간이 어머니의 자궁에 안착하는 순간부터 우연은 시작된다. 삶은 완전하지도, 단편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생각한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 아니, 어쩌면 제각각의 생김대로 완전한 것일지도 모른다.


치열했던 각자의 역사 안에서 자신만의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평범'한 인생을 얘기하는 작가의 역설. '평범'이라는 단어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무형의 존재에 불과하다. 평범을 가장해 비범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그러기에 우리는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내 것에 그치지 않은 우리의 삶,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평범한 삶'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 하다.


모두의 '평범'하고, 안온한 삶을 기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년간의 열정적인 연애를 끝내기 위해 연인 잉게에게 결별 선언을 준비하는 루이지. 그것도 화려한 칵테일 파티에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공개적.공식적으로 결별 통보를 실행하려고하지만 자꾸 타이밍을 놓친다. 

루이지의 이벤트를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 아름다운 잉게를 눈여겨 보는 남자들, 이런저런 것들로 인해 신경이 거슬린다. 


여자를 부상품 정도로 여기는 남자가 연인에게 공개적 결별을 선언함으로써 얻는 것은 무엇이려나? 애초에 사랑보다 다른 것들이 우선한 연애였다면 왜 망설이는가? 이 알 수 없는 심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 1984Books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량으로만 따지자면 앉은 자리에서 한두 시간 안에 읽을 수 있었겠지만, 진득하게 읽은 문장을 읽고 또 읽으면서 이틀을 넘게 붙잡고 있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그동안 읽어온 작가의 등장인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소설을 읽었을 당시에는 이 기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의 행위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다시금 곱씹게 된다.  






 



실배 제르맹은, 등장인물은 소설가에게 자신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대부분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오므로 소설가는 이를 재빨리 듣고 번역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하는데, 이와 같은 맥락의 얘기를 반복한다. 그는 등장인물이 작가가 일방적으로 부여한 서사가 아닌, 등장인물과 작가가 서로 상호작용할 뿐만 아니라 마치 소설 속 인물들이 서사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듯 말한다.   


또한 글쓰기란 불확실성과 결핍의 상처로 인해 갈라진 틈을 메우는 일이라고 썼다. 최초의 언어를 비롯한 수많은 언어와 문자가 소멸되고 탄생하며 때로는 부정확하고 왜곡되었을지언정 언어와 문자의 영속성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에 있음을 얘기한다고 이해했다.  



실비 제르맹이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가장 낮은 자들의 살가죽이 종이와 다름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면서 이와 함께 여성의 몸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읽으면서 문득 지난 수천 년 동안 여성이 억압당했던 까닭 중 하나가 '피'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에 위해를 당하지 않고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여성의 몸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피가 흐른다. 작가는 '여성의 몸이 지니고 있을 이 위험을 견제하기 위해'라고 썼는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가해자(특히 집단)가 가장 잔인하고 가학적인 폭력 방식으로 강간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고대부터 이어져온 주술에 왜 여성이 피해자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새삼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그 어떤 문서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몸의 기록. 실비 제르맹은 소설에서 인간의 몸이 가장 매력적인 오브제라고 얘기한다. <밤의 책>에서 한 가계의 혈육들에게 특정해 놓은 신체적 특징, <분노의 나날>에서 사랑하는 카트린의 시신에 집착하는 앙부루아즈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실존의 불확실성, 인간 자체의 난해함, 지극히 어려운 사랑과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열정, 피해갈 수 없는 고독, 그리고 그 모든 끝에 따라오는 냉소와 죽음과 허무 등을 얘기하며 소설에서 '인간' 외에 다른 주제란 없음을 단언한다. 


실비 제르맹은 글을 쓰는 행위는, 우리가 침묵을 향해 가는 것라고 하는데 이에 앞서 작가는 청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등장인물의 말과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렬한 표현은 등장인물의 몫이고, 그들의 외침이 드러나도록 침묵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는 걸까. 등장인물 혹은 작가 본인이 화자가 되어 엄청나게 수다스러운 작품이 있다. 그런데 곰곰 떠올려보면 그의 작품은 인물도, 화자도 말이 많지 않다. 그러나 작품 전체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는 독자를 압도한다. 여러 지점들을 되짚어보니 실비 제르맹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실비 제르맹의 소설들은 유독 아름답고 우아하며 시적이다. 이 에세이를 통해 그가 사유하는 인간의 육체와 내면, 언어와 철학, 소설과 시, 그리고 쓰여짐으로써 텍스트를 통해 생을 얻는 그의 '환상적인 거지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후 실비 제르맹의 작품을 읽는다면 덕분에 더 이입해서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이 양반은 에세이도 소설처럼 쓴다. 멋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골프를 마치고 예정보다 일찍 귀가한 집에는 예상치 못한 장면이 연출되어 있다. 직접적인 현장을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정황상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밀리센트. 결혼 생활 10년 동안 뭇 여성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남편의 외도라... . 밀리센트가 참을 수 없는 것은 남편의 불륜보다 자기의 집과 침실, 잠옷까지 침투한 낯선 대상이다. 불륜이든 사랑이든 예의라는 것이 있어야하건만, 이건 도가 지나쳤다. 그런데 함께 이 현장을 목격한 친구 린다의 의미심장한 한 마디 한 마디. 마침내 침실에 올라가서야 남편의 오래된 비밀을 알게 된다. 
 


이와 유사한 내용을 종종 영화나 다큐로 만날 때가 있다. 긴 세월 함께 살아온 남편의 외도와 맞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분노가 아닌 허탈에 가깝다면 왠지 억울한 기분이다. 밀리센트는 남편에게 연민을 느끼는데, 이 부분도 이해가 된다. 지금은 이때보다 나아졌다고 말 할 사람이 있겠지만, 내가 체감하기에는 전~혀. 이 사랑에 있어 잘못한 이는 없는데, 피해자만 있다는 건 참 속상하다. (어쨌든 밀리센트가 가장 놀랐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