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49.
켄지 이 친구는 마음이 아주 넓은 친구예요. 근데 그 큰마음을 품기엔 몸이 너무 작은 거죠. 선생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켄지의 몸이 부딪치고 넘어질 때 그 마음이 다칠까 봐 심히 염려되거든요. 그건 비극이잖아요.

 



간혹 청소년 문학을 뒤적거릴 때가 있다. 아동 혹은 청소년 문학이 일반 문헌에 비해 가볍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근래 들어 '영어덜트'문학을 표방하며 출간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 용어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냈는지 아니면 외국에서도 사용하는 개념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로이스 로리 <기억 전달자>, 이사벨 아옌데 <야수의 도시>, 캐런 톰슨 워커 <기적의 세기>, 손원평 <아몬드>, 에리히 캐스트너, 필리퍼 피어스, 팀 보울러 등의 작품들은 성인들이 읽기에도 참 훌륭하다. 제이슨 레이놀스 <집으로 가는 길> 역시 어른과 등장인물의 또래 친구들이 함께 읽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책을 받아놓고 책이 이렇게까지 귀여울 일인가 싶어서 절로 웃음이 났다. 학교 일과를 마치고 하교하는 그들의 일상을 열 개의 에피소드로 담은 연작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같은 중학교 학생이다.  


겸상적혈구빈혈을 앓는 소녀는 우주 최강의 생명력이 있는 물곰이 되고 싶다. 학생들의 푼돈(반드시 동전만, 큰 돈은 안 뺏는다)을 삥 뜯은 반삭파 일당의 반전. 피아의 스케이트 보드에 숨겨진 사연. 세상을 바꾸고 싶은 소녀. 친구의 첫키스에 진심인 열다섯 살 그들. 마블의 어벤저스도 부럽지 않은 나만의 슈퍼 히어로. 그리고 모든 역사는 스쿨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소설에는 사랑스러운 아이도 있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말썽쟁이도 있지만, 그들을 들었다놨다하는 이들은 역시 어른이다. 학교 폭력과 성폭력을 그저 짓궂은 장난이라고 치부하는 선생이 있는가 하면, 학폭 가해자가 가정폭력 피해자이고, 학내 성추행과 따돌림과 집단 폭행이 만연해 있음에도 피해자를 보듬는 이는 결국 또래 친구다. 그런데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절대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친구들이 있으니 좀 인정해 주자. 어때?"라고,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자고, 유쾌하게 툭 던지듯 말이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교실에도 우정이 있고, 질풍노도의 그들에게는 설레는 첫사랑과 애증의 관계인 부모도 있다. 누군가에게 내미는 아이스크림 다발에 울컥해 눈물을 글썽이고, 아픈 친구가 웃을 수 있다면 나의 부끄러움쯤이야 과감히 견딜 수 있는 소년의 배려가, 친구의 첫키스를 준비해주는 악동들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눈물과 우울과 웃음이 뒤범벅인 된 그들의 좌충우돌 각양각색 다채로운 하교길. 


매일 똑같은 하교길을 걷겠지만, 날마다의 색깔이 다를 그들의 하루하루를 응원한다. 





♤ 출판사 지원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