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산가 노인 터치트와 외모가 볼품 없는 그의 아들. 그리고 젊은 터치트의 친구인 아름다운 청년 워버턴 경. 세 사람은 연애와 결혼, 삶의 권태에 대한 소소한 잡담을 나누다가 터치트 부인과 함께 미국에서 올 예정인 조카딸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노인은 워버턴에게 적극적으로 연애를 권하면서도 호탕하게 웃으며 그들의 질녀에게는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 아닌 경고를 한다. 어쩐지 시작부터 진한 암시가... .  



헨리 제임스의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고 작심한 차에 좋은 기회가 주어져 <여인의 초상>을 먼저 읽는다. <대사들>도 조만간 도착할 예정인데, 이 작품의 서문(서문만 스무 쪽이 넘는다)과 1장만으로도 기대감이 높아진다. 서문에서 헨리 제임스는 소설의 인물, 주제, 형식,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 등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피력하는데, 소설과 별개로 이 부분도 흥미롭다.  


1장은 별다른 내용없이 일상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뿐인데 재미있네. 지인이 남자들 수다도 만만치 않다더니...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플라이프를 추구해 동거를 시작했지만, 방탕라이프가 되어버리자 정식으로 결혼해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가와이 조지. 그는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부부 관계가 아닌 끊임없이 의심하고 '아내'라는 명목으로 나오미를 가둬두고 감시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아내는 지속적으로 외도를 하며 거짓 눈물로 용서를 구하고, 남편은 "나가"와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한다.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일정 부분을 반복하는 고장난 음반같다. 이쯤되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결혼인지 알 수가 없다. 당신들은 지치지도 않습니까. 


그토록 호되게 당하고도 나오미가 짐을 싸서 집을 나간지 불과 1시간만에 그녀를 내쫓은 것을 후회하는 가와이 조지. 후회의 이유가 고작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라니. 심지어 나오미를 화나게 하지 않게 조심하지 않은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다니. 도대체 가스라이팅도 아니고 뭔지... .  가와이 조지도 자기의 심정이 수수께끼라며 오직 신만이 알 것이라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와이 조지의 월급으로는 나오미의 과소비와 사치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나오미의 과소비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경제적인 문제로 사회 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가와이 조지. 한 푼이라도 절약하겠다고 조지가 부엌일을 하는 것도 꼴사납다며 탐탁해하지 않고, 세련되게 입지 않으면 같이 다니기 싫다며 조지까지 옷을 사라고 부추기는 나오미. 댄스복을 사달라고 떼를 쓰며 토라진 나오미에게 결국 항복하고 순종하는 가와이 조지는 넉넉한 급여 소득자임에도 결국 고향집에 돈을 부탁하는 처지가 된다.  


유아기 딸을 둔 아버지도 이렇게까지 끌려다닐 것 같지는 않은데, 슬슬 두 사람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가와이 조지는 왜 나오미에게 이토록 절절 매는 것이며, 나오미는 무슨 배짱으로 이런 행태를 부리는지... . 살짝 감은 오지만, 미처 중간까지도 읽은 않아서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겠다.  

나오미는 조지를 파파라 부르고, 조지는 나오미를 베이라 부른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납득하고 싶지 않은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자의 사랑법 - 김동규 철학 산문
김동규 지음 / 사월의책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자는 한恨과 멜랑콜리는 엇비슷해 보이지만, 사뭇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恨이란 이름도 힘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자들의 공포와 당혹감을 기저에 깔고 있는 정서다. 멜랑콜리는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낭패감에 가깝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 국가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우울'은 어떤 정서에 기반할까? 내면에 우울이라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나 역시 수시로 우울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내가 안고 있는 '우울'의 정체는 한인가, 멜랑콜리인가.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으로 恨은 사람 개개인이 해결하기 어렵다면 멜랑콜리는 조금이나마 극복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 존재의 근거를 박탈당하는 슬픔과 고통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지독한 빈곤, 지독한 차별, 지독한 폭력, 지독한 혐오가 그렇다. 반면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낭패감은 좀 다르지싶다. 과도한 '자기애'의 벽에서 벗어난다면 방법이 보이지 않을까. 
 
우리의 내면과 사회 기저에 깔린 우울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자의 사랑법 - 김동규 철학 산문
김동규 지음 / 사월의책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詩란 근원적인 언어이며, 언어는 존재의 집 즉 사원인데, 시라는 언어의 사원에 모시는 것은 사랑으로써 이는 존재란 곧 사랑이다. 바꿔 말하면 사랑을 언어로써 보호하고 지키는 집, 그것이 바로 詩다.  

사람이 엄마의 자궁을 집으로 삼고 세상에 나와 반응하는 존재도 역시 사랑이다. 눈맞춤, 울음, 옹알이, 몸짓 등 그 모든 작용은 사랑하는 이와의 교감이다. 이렇게 인간은 태초의 언어(사랑)을 시작한다.  

플라톤은 <향연>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가 '가장 오래된 늙은 신'이라고 말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그것이 무엇이든 탄생의 전제 조건이 사랑이기 때문이고, 사랑의 본질이 받음이 아니라 '줌'에 있기에 줄 수 있는 이는 연장자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둔다. 이는 사랑이 기원과 성숙의 시간이 결부되어 있음을 가리키는데,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더 먼저 더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이란 한갓 이기주의를 뜻하는 에고이즘과는 구분되는 자기애다. 타자를 자기처럼 사랑하는 이타적인 모습까지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나르시시즘은 협소한 에고이즘과 구분된다. 자기사랑이 곧 타자사랑이라는 말은 못난 내 모습까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유의미하려면, 내 못난 모습, 사회로부터 업신여겨지는 모습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새겨야 한다. 자타의 강점이 아닌 약점마저 사랑하는 것, 그것이 사랑의 요체다. 도달하기 힘든 사랑의 성숙함이다.  

이 책, 왜 이렇게 좋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