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 근대 미술사가 지운 여성 예술가와 그림을 만나는 시간
마르틴 라카 지음, 김지현 옮김 / 페리버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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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스탕스 마이에가 망각의 희생자라는 사실은, 예술가의 생전에 그의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와 훗날 미술사의 내러티브가 그 평가를 어떻게 구성 또는 해체하는지를 구분해야 함을 다시 한번 시사한다. 또한 현대 미술의 연대기는 과연 미래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생각해보게 만든다.-162



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범상치 않은 제목에 호기심이 생겼다.

'근대 미술사가 지운 여성 예술가와 그림을 만나는 시간'이란 부제를 보니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을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그린 작품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되었다.

책 표지에는 당당하게 시선을 맞추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은 듯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좀처럼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책장을 넘겨본다. 그동안 보아왔던 작품들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았고, 뛰어난 작품을 그렸음에도 이름을 알릴 수 없었던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의 틈사이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아도 별반 다르지않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프랑스의 대표 미술사학자이자 작가인 마르틴 라카, 프랑스 혁명이 막 끝난 19세기 초부터 제1차 세계대전 발발까지 백여 년간의 미술사를 여성 화가의 관점에서 다루었다.

그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았던 화가들의 대표작 110점을 담았고, 작품을 그리기까지의 과정, 당대 평가는 어떠했는지, 작품의 주제와 기법 등에 대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제도적, 경제적 상황에 비추어 그들이 잊혀진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해질녘 가 보고 싶은 아름다운 수련밭을 그린 키티 랑에 셀의 <여름밤>,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간작하고 있던 터키의 원형 경기장을 떠올리게 했던 루이즈-조제핀 사라쟁 드 벨몽의 <타오르미나의 로마식 극장 풍경>, 하얀 벽에 걸어 두고 싶은 엘리즈 브뤼에의 <꽃바구니> 그리고 처음부터 나의 시선을 끌었던 엘린 다니엘손 -감보기의 <자화상>.... 모두가 처음으로 알게 된 작가였고 작품이었다.

역동적이고 힘이 있다.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개구진 표정에 웃기도 했고, 그림이 아니고 사진인가 싶어서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많은 이야기와 역사를 담고 다양한 작품으로 찾아온 나만의 미술관이 생겼다. 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그림책!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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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4-06-1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랐던 작품들 많이 볼수 있겠네요. 이런 기획을 해낸 작가나 편집자에게 박수를.
 
낮달의 시간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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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으려다가, 베란다를 정리하다가, 누군가의 뒷모습을 들여다보다가, 책을 읽다가..... 떠올리고 들려주는 단상들이 우리의 마음을 건드린다. 무심히 보아넘겼던 일상들이 글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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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의 시간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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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십여 초의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누군가의 한 시절이 된다. 한 시절은 한 인생의 좌우명을 바꿔 놓을 수 있다. -곁눈질 


낮달의 시간, 제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다. 무심히 올려다본 하늘에서 하얀 낮달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파란 하늘에 무심하게 떠있는 모습에 자꾸 마음이 간다.

소리 없이 변화하는 계절의 변화를 목격하기 위해 매일 산책에 나선다. 하연 낮에는 달도 희미하다는 사실을 붙잡으며 매일 썼다..... 는 작가, 가랑비메이커의 소개글이 인상적이었다. 글을 쓰는 아니 자신의 꿈, 신념을 갖고 끗꿋이 나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에도 넓고 푸른 하늘에 조그맣게 걸려 있는 낮달을 보았다. 하마터면 알아채지못하고 지나칠 뻔했던 하얀 초생달은 사방이 어두워진 밤이 되자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에세이를 읽으니 작가의 말에 공감이 되었고 유난히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 저마다 가슴에 품은 빛, 꿈을 환하게 피워낼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모퉁이를 접으며....응? 무슨 말이지했다가 이제는 하지 않는 나의 오래된 버릇이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가는 구절, 장면이 많다. 그럴때마다 책 끝을 살짝 접었다. 다시 읽고 싶어서, 금방 찾아 읽을 수 있도록 그러다보면 어느새 두툼해진 책, 글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 공감, 깨달음, 희망.... 글이 우리에게 주는 힘이다!

아침 먹으려다가, 베란다를 정리하다가, 누군가의 뒷모습을 들여다보다가, 책을 읽다가..... 떠올리고 들려주는 단상들이 우리의 마음을 건드린다. 무심히 보아넘겼던 일상들이 글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산책을 가거나 약속이 있을 때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서 들고 다니기 좋다. 걷다가 나무 그늘에 앉아 쉬면서, 조금 늦는 친구를 기다리면서, 조용한 시간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언제든 펼쳐들고 읽고 생각하기에 좋은 공감에세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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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겐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 상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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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도지에게 먹을 갈게 해 편범불반((片帆不返)이라고 썼다. 이는 '단 한 척의 적선도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 상 권 207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이미 드라마나 영화, 책으로 제작되어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난중일기를 한 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랬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책, 기대가 되었다.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백성을 사랑했고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바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하여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소설 작품이었다.


어제 무엇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여 짧게라도 매일 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꾸준하게 쓰기란 쉽지 않았다. 간단한 메모조차도 바쁘거나 피치못한 상황이 생기면 여지없이 밀리고 만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보아도 난중일기를 쓴 장군 이순신의 성품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


일기는 개인의 일상이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지만, 난중 일기를 통해서 우리가 알지 못하던 당시의 생활, 풍습,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임이 분명하다.

수군, 특히 전쟁을 앞둔 당시 상황에서 날씨 변화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훈련이나 성곽이나 병기 축성 및 보수 사항,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상벌, 개인적인 일 등 하루 일과나 공무 그리고 심경을 담은 한시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말미에 먹을 갈아 어떤 한자를 썼는지 적어둔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분명 자신의 심정, 결심이나 상황을 담은 상징적인 글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 몇 줄의 메모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당시의 상황이나 기억이 소환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임진왜란, 정우재란 등 역사적인 사건은 물론 이순신 장군이 지켜본 당시 조정의 상황,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에 등불같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살길을 도모하는 관리, 유성룡, 배흥립 등 다른 면모를 지닌 등장 인물들, 전투 장면, 전쟁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참상과 수난사, 나라를 지키기 위해 뜻을 모은 의병과 의녀... 드라마를 보듯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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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밝은 달이 수루 위를 비추니 심회가 편치 않았다. 이제 진영에 남은 함선은 겨우 12척이었다. 왜적은 점점 더 전력을 보충하고 세력을 확장하는데, 대처할 방법은 막막했다. 근심에 쌓여 수루에 앉았는데,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밝은 달을 올려다보며 시 한 수를 읊었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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