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라는 이름은 이 경전의 ‘해인삼매(海印ㅣ三昧)‘라는 구절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해인삼매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한없이 깊고 넓은 큰 바다에 비유하여, 거친 파도 곧 중생의 번뇌망상이 멈출 때 비로소 참된 모습이그대로 물속에 비치는 경지를 말한 것이다. - P89
엘메스는 내 귓가에 코를 갖다대고 거칠게 숨을 쉬었다. 나는 너무 간지러워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세상에는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건 안다.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은 극히 미미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은 큰 강물에 휩쓸려 흘러내려가면서, 내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좌우된다. - P186
주방에 있을 때는 김으로 장이 흐려서 몰랐는데, 오전 내내 내렸던 비가 그치고 밖에는 아름다운 석양이 하늘에 깔려 있었다.마치 지구를 그대로 거대한 꿀병에 담가놓은 것 같았다.양손에는 깨끗하게 비운 석류 카레 접시만 남아 있었다. - P80
이제 곧 그렇게 꿈꿔왔던 달팽이 식당이 탄생의 첫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여전히 나는 하루에 한 번은 엘메스의 똥을 밟는다. 밤송이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일도 있고,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에 걸려 엎어질 뻔할 적도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시절보다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 - P65
엄마는 어쩐 일인지, 개업 선물이라며 그것을 공짜로 주었다.엄마와 나의 가치관은 정반대다. 때문에 항상 서로 티격태격하며 살아왔지만, 이 때만큼은 그것을 고맙게 생각했다. 엄마에게는 잡동사니인 것이 내게는 보물이었으니까.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