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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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안사고 여기서 어슬렁 거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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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의 행복론>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알랭의 행복론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알랭 지음, 이화승 옮김 / 빅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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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때에 누가 철학같은 걸 신경쓸까 싶지만, 최근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길거리에서 이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치않게 발견하게 되는 걸 보면, 지금 사람들이 철학적인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숫자나 정답이라는 형태로 딱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말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족하고 가장 자유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행복해 죽겠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책은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활동했던 프랑스 철학자 알랭이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 중에서 행복에 관한 단상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그의 제자이기도 했던 프랑스의 지성 앙드레 모르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고 극찬했던 책이라고 한다. 물론 그 사이에 지금은 가장! 에서 두번째나 세번째로 내려앉았을지도 모르지만.
힐터, 러셀과 함께 세계3대 행복론으로 손꼽히는 명저다. (그렇다고 한다.)

유명한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오랜 세월동안 인간관계의 교과서로 불리며 사랑받아온 이유는, 내용이 얼마나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그 내용을 곰곰히 곱씹어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저자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전문가의 조언이라기 보다는 나이많은 현자로부터 듣는 삶, 인생이라는 느낌.
이 에세이가 주는 느낌도 그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것들은 대부분 처세술과 마음가짐에 관한 충고들이다.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서 행복은 다가오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는 것.
불면증으로 잠이 안올때는 졸려운 척 해라.
과거나 미래에 휘둘리지 말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라.
유쾌하게 남들과 미소를 주고 받아라.
아무리 작은 노력이라도 그것을 함으로써 무한한 결과를 낳는다. 등등
조언 하나하나가 철학적인 독특한 표현을 사용한 아름답고 여운이 있는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10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강등권에서 맴돌고 있다. 돈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있어도 행복해지는 법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사는 방법은 빠삭하지만, 지금 이순간 행복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전연 아는바가 없다. 행복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것인데! 지금 이순간에도 괜히 엉뚱한 곳에 가서 찾아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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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레브 그로스먼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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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빙자해서 학생들을 여우로 변신하게 한 뒤, 서로 교미하도록 방치하는 학교는 도대체 어떤 학교인가. 바로 브레이크빌스 마법대학이다. 이것이 정규과정이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로인해 학생들은 육체적인 쾌락에 한걸음 가까워진다. 이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해 인간의 몸으로 돌아와서도 공공연하게 서로를 탐닉한다. 심지어는 난교파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장면만 보아도 '레브 그로스먼'의 <마법사들>은 <해리포터>와는 다른 노선을 걷기로 작정하고 쓴 소설 같다. 기존의 판타지 공식을 모두 뒤엎는 기발하고 황홀한 다크 판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코흘리개 철부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서 어른 흉내를 내는 소설은 아니다. 여기에는 진짜 어른들(혹은 어른이 되는 길목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예비 어른들)이 나온다.

입학시험을 치루기 위해 프리스턴 대학을 찾아간, 우울한 17살짜리 꺽다리 '쿠엔틴 콜드워터'는 뜻밖에도 면접관이 죽어있는 황당한 장면을 목격한다. 기껏 먼길을 달려왔는데 시험을 칠 수 없게 된 상황이 짜증스러울만도 하지만, 그럴 틈도없이 어찌된 영문인지 쿠엔틴은 프리스턴이 아닌 브레이크 빌스 마법학교에서 입학시험을 치루고 있다.

최근에 접했던 판타지 소설 중에서 단연 최고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조지 R. 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을 정도로, 역사 속의 한장면을 읽고 있는 것처럼 방대하고, 판타지이면서도 현실감이 느껴질 만큼 디테일하고, 등장인물들의 갈등이나 고민이 허무맹랑하지 않은 현실 속 어른들의 것이라는 점.

그런 조지 R. R 마틴이 추천했다고 해서 냉큼 읽어보았는데, 과연 해리포터와 같은 저연령 판타지가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른의,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갈등이 존재하는 <마법사들>은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취직 걱정하는 현실속의 대학생들의 그것과 오버랩되는, 마법대학 졸업생들의 "마법대학을 졸업하면 뭐하냐?"하는 자조섞인 고뇌가 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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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모꼴 내 인생
배리언 존슨 지음, 김한결 옮김 / 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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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의 임신이라는 주제는 작가의 입장에서도 다루기가 까다롭겠지만, 독자로서도 역시 받아들이기가 수월치 않다. 너무 무겁고, 그렇다고 어설프게 농담이 섞여있다가는 거부감을 느끼게 되기 쉽상이다. 또 입장차에 따른 견해의 대립이 뚜렷한 사안이라 저자의 생각이 대중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이고 영화고 기존의 완성작들 중에서는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경우를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직 어린 소녀가 과연 엄마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이 너무 이른 임신은 곧, 아직 앞날이 창창한 소녀가 반짝반짝 빛나는 미래와 스스로를 발전시킬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중한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된다느니, 중절수술은 불법이라느니 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그리 적절한 해결방안이 아닌듯 하다.

<마름모꼴 내인생>은 이런 십대의 임신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매우 슬기롭게 풀어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비관적이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결코 가볍게 그려내지도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십대 임신, 미혼모 문제에 대해 어느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남자친구와의 하룻밤으로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소녀와, 이미 한차례 중절 수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소녀, 이 둘의 감정의 교류와 이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여러 갈등을 보여줌으로써 과연 이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열여덟 살 론다는 조지아 공대를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성적도 우수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진해서 저소득층 자녀들의 과외지도까지 맡고 있는 모범생이다. 그런 론다가 새로 가르치게 된 사라는 아름다운 외모에 빵빵한 배경까지 갖춘,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왕님.
론다로서는 이런 사라를 지도하는게 영 탐탁치 않지만 자신의 꿈인 조지아 공대 추천서가 달린 일이라 어쩔수없이 수락하고 만다. 그런데 첫인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서로 잘 통하는 둘, 거기에 더해서 사라의 오빠는 론다가 좋아하는 같은 학년의 킹카 데이비드!
그럭저럭 재미있는 일만 잔뜩 있을 것 같던 이들의 관계는 사라가 임신중이라는 사실을 론다가 알게 되면서 서서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청소년들의 사랑과 연애, 진로 문제와 같은 여러 고민들을 적절히 섞어넣어서 십대임신이 너무 전면에 부각되지 않게 하면서도, 그들이 임신을 하게 되는 과정이 흔한 편견처럼 그저 일탈과 무책임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소녀들에게 이 순수한 사랑은, 당시로서는 세상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주위의 따뜻한 손길과 조언이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 대신, 보다 여유롭고 열린마음으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의 이런 철없는 일탈을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아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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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북
하워드 엥겔 지음, 박현주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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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탐정 '베니 쿠퍼맨'이 깨어난 곳은 어느 병실 안이었다. 간호사로부터, 자신이 누군가에게 머리를 맞고 쓰러져 있었으며, 그 후유증으로 '실서증 없는 실독증'(문자를 쓸수는 있지만 문자를 인식할 수가 없다)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쿠퍼맨은 아연 실색한다.

그도 그럴만한 게, 만약에 평소처럼 침대 옆에 놓여진 신문을 집어 들었는데 신문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만 잔뜩 떠오른다면 공포로 미쳐 버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기억 능력까지 손상을 받아서 조금 전에 들은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메모해 둘 수는 있지만, 그것을 나중에 다시 읽는다고 해도 의미를 알 수 없다면 한심해서 죽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 놀랄만한 것은 이 책을 쓴 저자, '하워드 엥겔' 본인이 실제로 이 기병에 걸린 뒤에,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을 거쳐서 훌륭히(라고 해도 정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장해를 극복하고 이 소설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전대미문의 탐정소설이 아닐까? 단순한 체험 고백 에세이라면 몰라도, 문자를 인식하는 능력과 기억력을 잃은 채 병원에 갇힌 상태에서도, 자기 자신을 고스란히 사립탐정 베니 쿠퍼맨에 빙의시켜서 사건의 해결을 시도한 작가로서의 저자의 강한 창작욕에는 경탄을 마지 할 수 없다.

그러면 저자의 분신으로서 '실서증 없는 실독증'에 빠진 베니 쿠퍼맨은 병실에 누워서 과연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는가? 자신이 사립탐정이며 어떤 인물의 의뢰를 받고 조사 하던중에 습격 당했다는 것을 생각해 낸 쿠퍼맨은 다시 사건의 해결에 나서지만, 아직 입원중인 몸으로는 원하는대로 조사도 할 수 없다.

<메모리 북>의 가장 큰 매력은 '기억 장애를 수반한 실독증' 이라는 생소하고 놀라운 세상을, 공포, 초조, 희미한 바램, 좌절, 기대를 무한반복하는 탐정 쿠퍼맨과 함게 만끽 할 수 있는데에 있다. 난해한 이야기로 생각한다면 절대 오해다. 쿠퍼맨과 옛 연인 '애나' 사이의 공기는 꽤 요염하고, '운이 뭐와 맞는' 간호사 '캐롤'과의 시치미 뚝 뗀 대화는 포복절도.
쿠퍼맨과 부모님의,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교류가 또한 이 이야기에 깊은 맛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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