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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섯살이 된 '잭'은 너무너무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작은 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잭은 이제껏 이 방에서 나가 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방에는, 침대와 책상과 벽장과 TV가 있고, 잭은 벽장 안에서 잡니다. '올드 닉'이 바깥세상으로부터 음식과 생필품 등을 가져다 줍니다. TV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가짜라고 엄마는 말합니다. 잭에게 있어서 세상은, 엄마와 이 작은 방 뿐. 너무 심플해서 어려운 건 별로 없습니다. 5살이 되는 그 날까지는 그랬습니다....
"오늘 나는 다섯살이 되었다. 어젯밤 벽장에 자러 들어가기 전에는 네살이었는데, 오늘 어둠 속에서 눈을 떠보니 짠, 다섯살이었다."
리뷰 쓰기가 많이 어렵습니다. 이야기하면 하는대로 스포일러가 되 버릴 것 같습니다. 감상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대단하다. 그렇지만 두 번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랄까요. 어떤 종류의 쓰라린 상처를 독자의 마음에 남기는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막 5살이 된 소년 잭의 목소리로 쓰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이 작은 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처음에는 잘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다섯살 아이의 시선으로 줄곧 그러한 한정된 정보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백페이지 하고도 한참 더 넘어갈 즈음에, 비로소 잭은 이 방과 바깥세상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동시에 우리들도 자세한 사정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숨쉴틈 없는 전개로 이어집니다. 두꺼운 책이지만 가독성이 좋은 편이라 읽다보니 금새 결말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잭과 엄마를 세상 무엇보다도 강한 유대감으로 묶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작은 방 'Room'입니다. 하지만 후반에 드러나는 이 Room의 의미는 이들 모자에게 있어서 극과 극의 차이가 있습니다. 엄마는 룸을 마음속 깊이 증오하고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감정이입이라는 면에서는, 아직 26살 밖에 되지 않은 이 엄마가 처한 상황을 상상한 것만으로도 누구나 질식사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잭에게 있어서 이 Room이란, 엄마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보낸 특별한 장소입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엄마의 모든 것을 독점해 온 공간이자, 그 자체로 세상 전부인 성지이기도 한 것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엄마의 태내와도 같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서로 의존하지 않으면 살아 나갈 수 없는 환경에서, 오직 엄마라는 존재를 통해서만 자아를 형성해 온 잭이 과연 다른 사람을, 바깥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엄마와의 감정의 온도차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할까요? 진정한 의미로 이 작은 방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가능할까요? 잭에게 있어서 '나'란 언제나, "엄마와 나, 나와 엄마" 일심동체였는데....
세간의 충격을 안겨 준 쇼킹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맺기의 어려움, 환경의 변화 앞에서 누구나 직면하게 되는 불안과 용기등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2010년 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오른 작품입니다. 최종 수상작으로는 선택되지 않았습니다만, 화제성으로는 올해의 부커상 후보작 중 단연 최고였다고 하네요. 틀림없이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