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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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도 사람인데 돈 안되는 현장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너도나도 다 뒷돈 받아 챙기는데 탐정만 무슨 도인이라고 그런 유혹앞에서 항상 의연할 수만도 없고, 어느날 부지불식간에 덤프에 치어 날아간다거나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불상사를 만나지 말란 법도 없다. 인생 언제 무슨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죽으면 다른 사람하고 똑같이 그냥 죽는거다. 명탐정이라고 죽었다가 되살아나고 이런일 생길리가 없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부상당한 주전선수를 대신해 땜빵으로 투입된 선수가 걸출한 활약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명탐정에게 예상치 못한 변고가 생기면 빈 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대충 메우면 그 뿐이다.

2003년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등의 랭킹에서 1위에 등극, 내친김에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본격 미스터리 대상'까지 수상해버리면서 베스트 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우타노 쇼고'.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오랫만에 그런 우타노 쇼고 스타일의 트릭을 맛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표제작 포함, <생존자, 1명>,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이렇게 세편의 중편이 실려있다.

이 작품집은 개인적으로 완전 취향. 세 편 모두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평을 들을 만한 것은 아마 두번째 작품인 <생존자, 1명>일까나. 끝까지 속아 넘어가 버렸다. 우타노 쇼고는 좋은 의미로 독자의 뒷통수를 치는데 정말이지 일가견이 있는 작가다. 트릭도 트릭이지만, 전체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살아 있어서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으면 내용상 전혀 아닌데도 만담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흥겨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우타노 쇼고씨 너무 오래 기다렸습니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라는 느낌.

아무튼 이 작가를 기다렸거나, 취향인 사람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듯한 작품집이지만, 밀실트릭인 만큼 게중에는 책을 사고 부록을 하나 빠뜨리고 안받아온 것 처럼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비취향인 사람도 틀림없이 나온다. 자신있게 추천하기에는 왠지 뒤가 캥기는 느낌이 드는게 영락없는 본격 취향의 소설이다. 시마다 소지'와 엮여있는 작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세 작품 모두 이른바 본격 코드에 충실해서 쓰여진 듯 하지만, 알고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상투적인 것들을 재해석하고 비틀어서 독창적인 클로즈드 서클을 구사하고자 고심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표제작만 보아도 밀실트릭이나 명탐정 같은 본격미스터리의 전형에 대한 패러디 요소가 농후하고, 명탐정과 조수라는 전통적인 관계의 탈피를 대놓고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우타노 쇼고는 대체로 매너리즘이라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부류의 작가인 것 같다. 독창적이지 않으면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걸까. 덕분에 <벚꽃...>도 그렇지만, 이책에 실린 작품들은 하나같이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분방한 것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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