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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워크 엠파이어 - 어느 휴양도시의 역사를 통해 본 자본주의의 빛과 그림자
넬슨 존슨 지음, 이은정 옮김 / 황소자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암흑사를 날카롭게 폭로해 온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드라마 첫 도전작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확실히 영화를 뛰어넘는 TV드라마였다. 1920년대의 금주법 시대를 무대로, 술, 갬블, 여자, 정치가나 권력자들의 권모술수가 소용돌이치는 무법의 일대 환락가 '애틀랜틱 시티'를 좌지우지한, 사상 최강의 협잡꾼 '이녹 너키 존슨'의 반생을 모델로 한 화려하고 장렬한 스토리가 인상적인 대하 다크 로망.
시즌 2까지 방영된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를 시청하면서 이 스케일 큰 대하드라마를 시대적 배경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없이 소화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는데, 그 원작이 되는 논픽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좋은 전율에 휩싸였다. 인터넷 검색으로 배경지식을 조각조각 습득해가며 버겁게 진도를 맞춰나가던 나같은 무지한 시청자에게는 크나큰 은총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1920년대 전미에서 시행된 금주법을 둘러싸고 대담 무쌍한 수법으로 세력을 확대한 거물 '이녹 너키 존스'는 드라마에서 '너키 톰슨'으로 그려지고 있다. 당시에 환락의 제국으로까지 불린 애틀랜틱 시티에서 전설의 회계담당자로 이름을 떨치면서 뇌물이나 밀조, 밀거래 등의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사리사욕을 채운 너키는, 두개의 가면이라는 별명답게 그 속을 좀처럼 헤아릴수 없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그런 너키의 부하인 야심가 지미, 젊은 알 카포네나 루치아노 등 갱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사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여기에 금주단속국은 너키와 그 아성인 아틀랜틱 시티를 감시하기 시작하고.
다채로운 멤버들이 속속 모여든 이 제국이 격동의 시대 속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해 가는가를 지켜보는 게 드라마의 묘미라면, 원작에서는 그 범위가 크게 확장된다. 19세기 초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드라마에서는 그려지지 않는 휴양도시 애틀랜틱 시티의 탄생배경부터 향락의 도시로 변모해 가는 과정, 그리고 그 몰락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사회상과 실존인물들의 일화가 사진자료와 함께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역사의 한 귀퉁이를 들여다 본다는 의의 이전에,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외딴 섬에 어떻게 한 도시가 탄생하고 성장했는지, 권력자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출발한 한 도시의 흥망성쇠가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게 더 큰 수확. 상류층과 흑인 해방노예들의 극과 극의 생활상, 종교적 인종적 갈등까지 포함해서 미국이라는 세계최고의 국가가 거쳐 온 혼돈과 갈등의 시대의 참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은 드라마를 뛰어넘는 논픽션만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