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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루스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9월
평점 :
N23063
"천사들은 힘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다네. 만약 자네가 자네 힘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네 또한 지치지 않을 걸세. 아르세니,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자는 물에 빠질 것을 두려 워하지 않는 자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나."
<라우루스>는15세기 페스트가 유행하던 러시아를 배경으로, '아르세니', '우스티나', '암브로시우스', '라우루스'로 살아갔던 '아르세니'에 대한 일생을 담은 작품이다.
'아르세니'는 할아버지로 부터 배운 약초에 대한 지식과 성스러운 치료 능력으로 주위의 아픈 사람들을 치료한다.
["우리 모두는 아담이 간 길을 가고 순결을 잃으면 비로소 우리가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단다. 아르세니야, 울면서 기도하렴. 그리고 죽음은 아픈 이별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죽음으로써 해방되는 기쁨도 누리게 될 테니 말이다."] P.49
하지만 자신의 아내와 아들은 살리지 못한다. 그는 죄책감 때문에, 아내와 아들에게 속죄하기 위해 그이곳 저곳을 순례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을 계속 치료한다.
이렇게 순례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태어난 아내와 아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는 의사일까? 아님 러시아 중세 시대에 환생한 예수일까?
[아르세니가 우스티나에게 말했다. "마치 내가 먼 과거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려. 사람들도 그때 치료하던 사람들과 비슷하고 증상도 비슷해서 한때 내가 치료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도 든다오. 시간이 과거로 돌아갔거나 내가 어떤 원점으 로 다시 돌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오. 그렇다면 돌아가는 길에 당신을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오."] P.442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고 가독성도 좋지만,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솔직히 잘 모르겠다. 대단히 어려웠다... 한번 읽고 이해하기에는 내 이해력이 많이 모자랐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감동과 무거움을 느꼈다. '아 명작이구나, 쉬운 작품이 아니구나' 이런 느낌? 뭔가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성경이 이런 이야기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저는 이제 제 삶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는 아르세니였고, 우스틴이었고, 암브로시우스였으며, 이제는 라우루스가 되었습니다. 서로 닮지도 않았고 서로 다른 이 름과 서로 다른 몸을 가진 네 사람의 삶을 살았습니다. 루키나 마을의 금발 소년이 저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을까요? 기억을 함께 공유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제가 오래 살면 살수록 제가 가진 기억이라는 것은 지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 기억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저는 서로 다른 시대에 저였던 사람들과 저를 더 이상 연관지어 생각할 수 없 습니다. 삶은 모자이크와 유사해서 여러 조각으로 흩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P.494
성경하니 예전에 읽은 코멕 메카시의 <더 로드>가 갑자기 생각나는데, <더 로드>랑 비교하면 <라우루스>가 훨씬 재미있고, 더 성스로웠다.
오랜만에 읽은 어려운 책이었다. 그래서 리뷰에도 쓸 말이 별로 없다... 일단 완독학 것에 의의를 두고, 꼭 재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