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책들 버젼으로 재독. 역시 도선생님은 사랑이다.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 P9

자주 그러한 것에 모순되는 엄청나게 많은 요소들이 내 자신 속에 들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곤 했다. 이런 모순적인 요소들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살아오는 동안 내내 그것들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며 몸 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밖으로 나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내가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나를 괴롭혔다. 경련을 일으킬 정도까지 나를 몰고 갔으며, 마침내 나는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얼마나 나는 지겨웠던가! - P11

이 쥐는 복수를 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때때로 하찮은 방법으로 어쩐지 이따금 생각난 듯이 벽난로 뒤에서 은밀하게 복수하려고 한다. 자신에게 복수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자신의 복수가 성공하리라는 것도 믿지 않으면서, 그리고 복수하려는 시도들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복수당하는 사람들보다 1백 배는 더 고통스러우며 정작 복수의 대상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죽어 갈 때 쥐는 그동안 이자처럼축적된 것들과 함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할 것이다. - P21

도대체 어디에서 모든 현인들은 인간에게는 어떤 정상적이고 선한 욕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얻었단 말인가? 도대체 왜 그들은 인간에게 항상 이성적으로 유익한 욕구가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인간에게는 오직 자율적인 욕구만이 이러한 욕구의 대가가 무엇이든 혹은 어디에 달하든지 간에 필요하다. 뭐, 욕구라는 것을 제기랄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 P43

간단히 말해서, 인간은 희극적으로 만들어졌다. 명백히 이 모든 것들에서 말장난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2×2=4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2×2=4는 내 의견으로는 뻔뻔스러움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그렇다. 2×2=4는 멋쟁이처럼 보인다. 당신 길을 가로막고 으스대며 침을 뱉는다. 나는 2×2=4 라는 것이 훌륭한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을 칭찬해야 한다면, 2×2=5도 때때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 P55

그러나 나는 인간이 진정한 고통을 즉, 파괴와 혼돈을 결코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의식의 유일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의식은 인간의 가장 큰 불행이라고 처음에 내가 공언하였지만 나는 인간이 그것을 사랑하고 있으며 어떤 만족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P56

아마도 당신은, 사실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고통을 조금도 존경하고 있지 않다. 당신 안에는 진실도 있다. 그러나 순수함은 없다. 가장 하찮은 허영에 차서 당신은 당신의 진실을 자랑하려 하고 있지만 수치스런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당신은 무엇인가를 말하기를 정말 원하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당신은 당신의 마지막 말을 숨기고 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그 말을 할 용기는 없고 소심함과 무례함만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의식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은 망설임이다. 왜냐하면 비록 당신의 정신이 작용하고 있더라도, 당신의 마음은 악행에 의해 더러워졌고, 순수한 마음 없이 완전하고 건전한 의식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얼마나 불쾌한 존재이며, 주제넘고 가식에 차 있는가! 거짓말들, 거짓말들, 거짓말들! - P61

오늘 눈이 내리고 있다………. 거의 젖은, 황색의 흐린 눈이. 어제도 눈은 내렸고, 또한 며칠 전에도 내렸다. 떨쳐 버릴 수 없는 그 사건을 회상했던 것은 진눈깨비 때문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진눈깨비 때문이라고 해두자. - P65

그러나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끔찍스러웠던 것은 내 얼굴이 정말 바보처럼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얼굴이 지적으로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만일 내 얼굴이 대단히 지적이기만 하다면 나는 비굴한 표정까지도 감수했을 것이라고 말해도 좋다. - P71

당연히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모든 동료들을 싫어했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경멸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때때로 나는 갑자기 그들을 나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일도 있었다. 웬일인지 이런 변화들은 그때마다 갑자기 찾아오곤 했다. 이렇듯 나는 그들을 경멸하기도 했고, 그들을 나보다 더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 P72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독서로 보냈다. 나는 내 안에서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모든 것을 외부의 감각들로 잠재우기를 원했다. 외부의 감각들 중에서 내게 유일하게 가능했던 것은 독서였다. 독서는 물론 큰 도움을 주었다. 그것은 나를 흥분시켰고, 기쁘게 했으며, 괴롭혔다. 그러나 때때로 그것은 나를 대단히 지루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행동을 원했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지저분한, 지하의, 그리고 혐오스러운 행동에 뛰어들었다. 그것은 너무 보잘것없어서 악행이 되지도 못했다. 나의 불쌍하고 초라한 정열들은 내게 항상 내재하는 병적인 초조함 때문에 날카롭고 뜨겁게 타올랐다. 내 충동들은 신경질적이었고 눈물과 경련들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내게는 독서 이외에 피난처가 없었다. - P77

나는 무심결에 길을 막고 당구대 옆에 서 있었는데, 그는 내 옆으로 지나가기를 원했다. 그는 내 어깨를 잡고 조용히, 경고나 설명도 없이, 나를 내가 서 있었던 곳에서 다른 데로 옮겨 놓았다. 반면 그는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차라리 맞았더라면 그를 용서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통로에서 나를 옮겨 놓은 것과, 그토록 눈에 띄게 나를 무시한 것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 P79

우리는 서로 강하게 부딪쳤다. 어깨 대 어깨로! 나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고 완전히 동등한 자격으로 지나쳤다! 그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못 본 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겉치레에 불과했다. 나는 그걸 확신한다. 바로 오늘까지도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물론 더 아픈 쪽은 나였다. 그가 더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목적을 달성했으며, 내 긍지를 지켰다는 것이다. 나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고 사람들 앞에서 그와 동등한 사회적 위치에 나 자신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나는 완전히 모든 것에 복수한 기분에 싸여 집으로 돌아왔다. 황홀했다. - P88

나는 그것을 평범한 가난이라고 부를거야 - P115

네네네가 모욕했다고 나나나아? 나는 네가 알아줬으면 한다. 존경하는 선생, 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모욕할 수 없다는 것을. - P125

아버지에게는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 모든 사람들 중 가장 나쁜 사람으로 보이게 마련이지. 그건 항상 그래. 이것 때문에 가족들에게는 많은 문제들이 생기지. - P146

그녀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 보게 될 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일이야. 어제 나는...... 그녀에게 영웅으로..….… 보였을 거야. 그런데 지금은, 흠! 이건 소름끼치는 일이야, 얼마나 초라하게 되어 버렸나. 내 아파트는 진짜 불결해. 그리고 어제 그런 옷을 입고 저녁 식사에 갈 용기를 냈다니! 그런데다 저 소파에 씌운 천안에 있는 것이 비어져 나온 걸 좀 봐! 게다가 내 실내복은 항상 짧지! 그건 걸레같은 옷이야……. 그녀는 이것을 모두 다 볼 거야, 그리고 아론도 보게 되겠지. 저 짐승은 그녀를 모욕할 것이 확실해. 그놈은 내게 단지 무례하게 굴기 위해 그녀를 모욕할 거다. - P167

나는 모든 것을 과장하고 있어, 이 점이 내가 실수한 바로 그 점이야. - P169

나는 원치 않는다. 원치 않는다. 나는 단순히 그에게 급료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하므로. - P174

결국 인간은 그의 영혼을 인생에서 오직 한 번만 드러내는 거야. 발작을 일으킬 때에만! 그래서 너는 뭘 더 원하는거야? 이 모든 것을 말했는데도 내 앞에 버티고 서서 가지 않고 왜 나를 괴롭히는 거냐?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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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07 2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자이오사무가 도끼옹 광팬이였을것 같습니다
첫 문장 부터 인간실격의 냄새가 😆

새파랑 2023-01-07 21:46   좋아요 0 | URL
도끼옹, 다자이오사무 다 좋습니다 ㅋ 저도 병든인간이라는 😅

페크pek0501 2023-01-10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끼는 애독서였어요. 읽는 동안 주인공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었지요.
그 주위 사람들로부터 주인공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 제가 어떤 동질감을 느꼈나 봅니다.
다시 이 책을 찾아 몇 장이라도 재독하고 싶어지네요.^^

새파랑 2023-01-10 18:34   좋아요 1 | URL
페크님 재독하시면 또다른 재미를 느끼실겁니다~!! 저도 도선생님의 주인공에게 연민이 들더라구요 ^^

파이버 2023-01-10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력에 실려있는 문구 모두 알베르 카뮈이네요~ 달력을 만든 곳에서 작가별로 일부러 모아둔 것일까요..?
새파랑님 새해에도 즐겁게 다독하시길 응원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새파랑 2023-01-11 06:59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23년 일력은 월별 작가가 정해져 있습니다~!!

요새 컨디션이 안좋아서 잠시 휴식중인데 다독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