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왜 우는지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지금 같은 일은 결혼생활에서 늘 있었다.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남편의 너그러운 친절과 한결같은 헌신을 알기에, 이제까지 이런 일로 서운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P17

에드나 퐁텔리에는 로베르와 함께 해변으로 가고 싶으면서도 왜 처음에 그것을 거절하려 했는지, 그다음엔 왜 서로모순되는 마음 가운데 한쪽에 순응해서 그를 따라갔는지, 이두 가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내면에서 희미하던 어떤 빛이 분명해졌다. 그 빛은 하나의 길을 보여 주었지만, 이는 금지된 길이었다. - P31

그녀의 모습에서는 뻔하게 최신 유행을 따르는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보통의 안목 없는 사람이 우연히 지나갈 때 다시 쳐다볼 그런 몸매는 아니었다. 그러나 감수성이 풍부하고 안목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몸매가 지닌 고상한 아름다움과 그녀의 자세와 움직임에서 풍기는 우아한 멋을 알아차릴 것이었다. 그것이 에드나 풍텔리에를 남들과 달라 보이게 했다. - P34

에드나는 우리 같은 크리올이 아니에요. 우리랑 달라요. 불행히도 에드나는 실수로 당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도 몰라요. - P44

에드나는 그 음악이 전하는 이미지들이 마음속에서 구체적인 형상으로 떠오르길 기다렸다. 하지만 헛된 기다림이었다. 고독이나 희망, 갈망이나 절망의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파도가 매일 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때리듯, 바로 열정 그 자체가 그녀의 영혼에서 깨어나 영혼을 압도하며 뒤흔들었다. 에드나는 전율했고, 숨도 쉴 수 없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 P57

"안녕히 계세요, 퐁텔리에 부인, 안녕히 계세요. 부디 저를 완전히 잊진 말아 주세요."

"거기 도착하면 내게 편지 보낼 거죠, 로베르?"


"그럴게요, 고마워요. 안녕히 계세요." - P97

에드나는 엉겁결에 손수건을 깨물었다. 자신을 후벼 파며 찢어질 듯 괴로운 감정을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애써 참고 감추려 했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 P98

이제 과거는 에드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마음에 새길 만한 교훈을 주지도 못했다. 미래는 감히 알고 싶지 않은 미지의 세계였다. 현재만이 중요했다. 자신이 매달리던 것을 지금 잃었고, 이제 막 눈뜬 열정이 거부당했다는 확신에 쓰라린 가슴이 미어졌다. - P98

에드나는 평생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했고, 이를 입 밖에 낸 적이 결코 없었다. 또한 입 밖에 내려 노력한 적도 없었다. 그 모든 감정과 생각은 자신에게 속한, 자신만의 것이었다. 에드나는 혼자서 이를 누릴 권리가 있었으며, 이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과 관련된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 P102

에드나는 거리를 따라 걸으면서 로베르 생각을 했다. 아직도 사랑의 열병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로베르에 대한 추억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깨닫고 그를 잊으려 애썼지만, 그에 대한 생각은 마치 강박관념과도 같이 에드나를 떠나지 않았다. 함께한 시간을 낱낱이 반추하거나, 특별하고 특이한 방식으로 로베르의 성격을 떠올리는 것은 아니었다. 에드나의 생각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로베르라는 존재 자체였다. 그 존재는 때로 망각의 안개 속으로 녹듯 사라졌다가,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강하게 다시 살아났다. - P116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한 날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에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인생이란 기이한 아수라장 같고, 피할 길 없는 종말을 향해 맹목적으로 꿈틀꿈틀 기어가는 벌레와도 같았다. 그런날이면 에드나는 그림을 그릴 수도 없었고, 맥박이 뛰고 피를 뜨겁게 하는 공상을 할 수도 없었다. - P123

라이즈 양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촛불을 켰다. 로베르의 편지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구부려 편지를 집었다. 구겨진 편지는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라이즈 양은 편지를 바로 펴서 봉투에 집어넣고는 테이블 서랍에 도로 넣었다. - P136

부인 뜻을 거스르지 마세요. 장담하건대, 부인의 지금 감정은 곧 지나갈 겁니다. 한 달이나 두 달, 석 달까지 걸릴지 모르겠지만, 곧 지나갈 겁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세요. - P142

지난 세월이 꿈만 같아요. 계속 자면서 꿈을 꾼 것 같아요.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꿈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죠. 아, 그래요! 평생 망상에 사로잡혀 바보처럼 사느니 고통스럽더라도 결국 깨어나는 게 낫겠죠.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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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06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늘 글씨체는 또 다른 느낌이예요ㅎㅎ 벌써 많이 읽으셨군요!!

새파랑 2022-02-06 23:02   좋아요 2 | URL
오늘 다 읽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다 못읽었어요 ㅜㅜ 이제부터 남은 책 읽어보겠습니다 ^^ 펜이 바껴서 글씨체도 확 바꼈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2-07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언젠가는 만나
봐야할 그런 책인데
사냥이 쉽지 않네요...

새파랑 2022-02-07 22:37   좋아요 0 | URL
전 어제 읽기는 다 읽었는데 리뷰를 아직 못썼어요 ㅜㅜ

서니데이 2022-02-07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처음 나올 시대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성상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이 책이 의미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읽으면 그런 것들도 생각하면서 읽어야겠네요.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2-02-08 07:31   좋아요 0 | URL
결말이 쇼킹했습니다 ㅋ 각성한게 좋긴한데 결말이 ㅜㅜ 서니데이님도 좋은하루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