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나의 1월의 책이고, 2022년의 책이 될 거 같다.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분별없는 사랑에 전적으로 희생했던 젊은 시절부터 그 순간의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상상했었다. 그녀 때문에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예와 재산을 손에 넣었고, 그녀 때문에 건강을 유지했으며, 당시의 다른 남자들에게는 별로 남성적으로 보이지 않던 자기의 외모를 엄격히 관리했으며, 이 세상의 그 어떤사람이나 그 어느 것도 그토록 기다리지 못했을 정도로 한시도 절망하지 않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것이다. - P206
마침내 죽음의 신이 개입하여 자기편을 들어주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그것은 페르미나 다사가 과부로서 첫날을 맞이하는 밤에 죽을 때까지 배신하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맹세를 다시 한 번 반복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그에게 갖게 해주었다. - P206
그는 다음 이 주일 동안 한번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우르비노 박사가 없는 페르미나 다사는 어디에 있을 것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며, 나머지 인생 동안 그녀의 손에 남겨진 당황스러운 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문해 보곤 했다. - P207
그리고 가슴속에 간직한 수많은 상처에서 진실이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다시 이를 악물었다. - P207
비를 맞고 있던 나약하고 과묵한 소년이 이제 자신의 모습과 그녀의 슬픔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녀 앞에 꿋꿋이 서 있던 늙고 좀먹은 노인이 되었으며, 자기의 영혼을 뜨거운 모욕의 불길로 그을려 아직도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더 믿기 어려웠다. - P215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가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날, 우르비노 가족은 대성당에서 열릴 기념 미사에 초대한다는 초청장을 보냈다. 그때까지 132번째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한 통도 받지 못했던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초대받지 못하더라도 그 미사에 참석하겠다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 - P241
서로가 그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고 앉은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또한 평온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반세기 만에 처음이었다 - P256
"내 말은 이 편지들이 과거의 것들과는 아주 다르다는 의미지요."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했잖아요."
그는 다시 말했다.
"난 그렇지 않소. 당신은?"
"이제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얼마 전에 일흔두 살이 된 늙은인데." - P261
그는 동백꽃잎에 바늘 끝으로 그녀의 이름을 새긴 뒤 그 꽃잎을 편지에 담아 보냈다. 그리고 이틀 후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적히지 않은 편지에 그 꽃잎을 되돌려 받았다. 페르미나 다사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모든 행동이 어릴 적의 유치한 짓거리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P273
남녀 사이의 순수한 우정이란 다섯 살 때에도 불가능한데 심지어 팔십 대에 그런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나이에 사랑이란 우스꽝스러운 것이지만, 그들 나이에 사랑이란 더러운 짓이에요." - P286
"빌어먹을, 모두 지옥이나 가라고 해, 우리 과부들이 좋은 게 있다면, 우리에게 명령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야." - P288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토록 쓸데없이 싸우면서도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 상상이 안 돼요. 제기랄, 그게 정말로 사랑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말이에요." - P297
즉 화물이나 승객, 우편물을 비롯한 그 외의 수많은 것들을 수송해야만 했으며, 그 대부분은 어길 수 없는 계약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 모든 의무를 무시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콜레라 환자가 배에 타고 있을 때였다. 그러면 배는 격리되었음을 선포한 다음, 노란 깃발을 게양하고 응급 상태로 항해할 수 있었다 - P321
사랑은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사랑이지만, 죽음이 가까워올수록 그 사랑의 농도는 진해진다는 것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 P326
"계속 갑시다. 계속해서 앞으로 갑시다. 다시 라 도라다까지 갑시다." - P330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러자 플로렌티노 아리사가 대답했다.
"태어난 이래, 나는 진심으로 하지 않은 말이 단 한마디도 없소."
선장은 페르미나 다사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속눈썹에서 겨울의 서리가 처음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런 다음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그의 꺾을 수 없는 힘, 그리고 용감 무쌍한 사랑을 보면서 한계가 없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일지도 모른다는 때늦은 의구심에 압도되었다.
선장이 다시 물었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왕복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는 53년 7개월 11일의 낮과 밤 동안 준비해 온 대답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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