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여성작가의 단편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까지는 표제작이 가장 좋았다.

아이의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여자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꿈으로 희미하게 떨려왔다. 그 위대한 힘의 어떤 예감이 발소리를 죽이고 가만가만 숭고한 삼림을 가로지르는 젊은 두 사람의 마음을 휘저으며 뒤흔들었다. - P29
이 따분하고 보잘것없는 삶에 처음으로 밀려온 인간적 관심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자연과 말없는 삼림에 가슴을 맞대고 살아가는 삶의 만족감을 휩쓸어가야 하는 것인가! - P31
그렇다, 저기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금색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가 있고, 그 장엄한 동쪽을향해 매 두 마리가 천천히 날갯짓을 하며 날아갔다. 아래에서 올려다보기만 했을 때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까마득히 높이 뜬 검은 점 같았는데 이 높은 곳에서 보니 얼마나 낮아 보이는지. - P32
그녀가 놓친 보물이 무엇이든 숲과 여름이여 기억해주렴! 이 외로운 시골 소녀에게 선물과 은혜를 가져다주고 너희들의 비밀을 말해주렴. - P35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슬쩍 눈에 비친 풍만하고 단단한 가슴이 그를 뒤흔들었다.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았고, 물기 어린 푸른 눈에 담긴 두려움이 무의식적으로 육감적인 욕망을 내비치는 몽롱한 빛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자 그는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는 일밖에 달리 어쩔 수가 없었다. - P109
그렇게 폭풍우는 지나갔고 모두가 행복했다. - P113
그녀 자신은 젊은 시절을 회고하는 불건전한 일을 하는 법이 없었다. 과거에 빠져 있을 시간이라고는 일분일초도 없었다. 지금 사는 일에 온 힘을 다 쏟아야 했다. 미래가 흐릿하고 수척한 괴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면 간혹 질겁하는 일은 있었지만, 다행히 내일은 오지 않았다. - P115
그러고 나서도 서머스 부인은 할인 행사 매대로 가지 않았다. 승강기를 타고 여성 휴게실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의 구석진 곳으로 가서 면 스타킹을 벗고 방금 산 실크 스타킹으로 갈아신었다. 그녀의 예리한 정신이 작동하지도 않았고, 사리를 따져보거나 그러한 행동의 동기를 만족스럽게 설명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생각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그 고되고 피곤한 작용에서 벗어나, 그녀의 행위를 지휘하며 그녀의 책임을 덜어주는 어떤 기계적인 충동에 몸을 맡겼다. - P117
연극은 끝났고, 음악도 멈췄고, 관객들이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 P120
전차 건너편에 앉은 날카로운 눈매의 남자가 그녀의 창백한 작은 열굴을 관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얼굴에서 본 것을 해독하지 못해 당황스러워했다. 사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이 전차가 아무데도 결코 멈추는 일 없이 그저 계속해서 한없이 자신을 태우고 가주었으면 하는 그녀의 애끓는 소망, 강렬한 갈망을 알아챌 수 있을 마술사가 아닌 다음에야 말이다. - P120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그냥 그런 거지. 좋아하는 이유를 따지려 들면 내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높으신 분에게 물어봐야 할 거야.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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