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와 보바리 부인급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장 우아한 것만 마음에 들어했으며, 가장 좋은 것을 가질 수 없으면 둘째로 좋은 것은 아예 사려고도 하지 않았다. 둘째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에피는 단념할 수 있었으며, 그 점에서 브리스트 부인은 딸을 제대로 본 것이었다.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욕심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다 꼭 갖고 싶은 것은 언제나 아주 특별한 것이어야 했다. 그 점에서 그녀는 욕심이 아주 많았다. - P41
"아니요, 엄마. 진심이에요. 사랑이 첫째지만, 영광과 명예가 바로 다음이고, 그다음은 재미예요. 그래요, 재미요. 나는 새로운 것, 웃거나 울 수 있는 것이 꼭 필요해요. 지루한 건 절대 못 참아요." - P43
"물론이에요. 목사님은 바로 이렇게 덧붙였던 것 같아요. 기본 원칙이 있는 남자라고, 그건 더한 거예요. 하지만 나는, 나는 그런게 없어요. 엄마, 그래서 괴롭고 불안해요. 그이는 상냥하고 너그럽지만, 나는 그이가 무서워요." - P47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인생에서 실패하는지 아세요? 오로지 정 때문이랍니다. - P50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애는 말은 하고 싶어하지만 속마음을 명확하게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아요. 많은 것을 혼자 속으로 해결하지요. 수다스러우면서도 폐쇄적이라고 할 만큼 내성적인 아이예요. 두 가지가 묘하게 섞여 있다니까요." - P52
"아, 부인, 젊음을 폄하하지 마세요. 젊다는 건 결점이 있어도 아름답고 사랑스럽지만, 늙었다는 건 미덕이 있어도 쓸모가 없으니까요.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노년은 몰라도 청춘을 논할 자격은 없지요. 저는 한 번도 젊었던 적이 없거든요. 저 같은 사람은 청춘이 없답니다. 그것이 제일 슬픈 점이지요. 진정한 용기도 없고 자신감도 없고, 숙녀가 당황할까 두려워 춤 한번 신청 못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어느새 늙는 거예요. 불쌍하고 허무한 인생이지요." - P87
기스휘블러는 바로 사랑을 고백하고 시드 혹은 캄페아도르가 되어 목숨을 내놓고 그녀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가슴이 벅차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만 벌떡 일어나 모자를 찾았는데 다행히 바로 찾아 머리에 쓰고는 에피의 손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춘 다음 한 마디도 더 안 하고 서둘러 가버렸다. - P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