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여, 왜 당신은 우리한테 이래야 하는 겁니까? 세라가 당신을 믿지 않았다면 세라는 지금 살아 있을 것이고, 우리는 여전히 연인으로 지내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내가 그런 상황을 몹시 불만스러워했다는 생각을 떠올리니 슬프고도 이상했다. 지금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헨리와 함께 나누어 가졌을 텐데. - P249
어떤 일이 시작된 지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세라는 죽은 줄 알았던 내 몸을 보았을 때 종말이 시작되었다고 믿었다. 그녀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종말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억지스러운 이유로 전화를 덜 하게 되었던 것, 사랑이 끝날 것 같은 위험을 알아차렸기에 내가 그녀와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던 것에서부터 종말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녀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이후를 내다보기 시작했으나, 우리가 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 P264
당신 거기 있어? 나는 세라에게 말했다.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거야? 잘 봐. 당신 없이도 내가 얼마나 잘해 나가는지. 그리 어렵지 않아. 나의 증오심은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그녀가 죽은 새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것은 내 사랑뿐이었다. - P290
그 신은 실재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누린 단 하나의 짙은 행복을 파괴해 버린 존재였다. 그래요, 그녀에게 배어든 것은 당신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당신이 아니라 마법이었을 거예요. - P302
나는 생각했다. 신은 한때의 일시적인 기분을 이용하는 연인처럼, 있을 법하지 않은 일과 자신의 전설로 우리를 유혹하는 영웅처럼 음흉한 존재였다. 나는 그 마지막 책을 도로 벽장 안에 넣은 다음 열쇠를 돌려 잠가 버렸다. - P317
"누구나 그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한 말을 정말로 믿고 싶었다. 그러면 그리워할 것도 후회할 것도 없을 터이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어디에 있든 더 이상 그녀에게 얽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유로워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 P330
나는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이것은 증오의 기록이라고 썼다. 헨리와 저녁 맥주를 한잔 걸치러 걸어가면서 나는 이 겨울 분위기에 어울릴 법한 기도를 하나 생각해 냈다. 오, 하느님, 당신은 할 만큼 했습니다. 저에게서 충분히 빼앗아 갔잖아요. 저는 사랑을 배우기엔 너무 지쳤고 너무 늙었습니다. 저를 영원히 혼자 있게 놔두세요.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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