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무시간 중에 아순타의 침실의 어둠 속으로 기어들었다. 나를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출입 금지 팻말이 달려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동화책을 읽어 보면 누구나 다 알 수있다. 경고문보다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있을까? 경고문보 다 더 비밀을 파헤치라고, 상상의 자물통을 깨부수라고 유혹하는 것이 있을까? 이곳을 침입하면 벌을 받을 것이다. 이곳으로 들어오면 다시는 나가지 못할 것이다. 이곳으로 들어온 이상 운이 좋으면 차가운 시체로 남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이곳에 영원히 갇힐 것이다. - P15
나는 눈을 감았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서랍을 닫았다. 이 은밀한 사생활 침해를 넘어 아순타를 소유하고픈 생각이 들까 싶어 두려웠다. 특히 나 자신이, 나 자신의 욕망이, 끝도 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나 자신의 욕망이 두려웠다. 바로 이 순간처럼, 내가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 맡은 그 물건들로 만족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혹은 욕망의 대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싶어 두려웠다. - 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