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가리(에밀 아자르)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는데
너무 좋았다 ㅜㅜ




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

나는 대답했다.

"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육십 년 전쯤, 내가 젊었던 시절에 말이야, 한 처녀를 만났단다.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여덟 달 만에 끝장이 났어. 그런데 육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거든. 그때 나는 그 처녀에게 평생 잊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단다. 사실, 가끔씩 걱정이 됐지. 살아가야 할 날이 너무 많았고, 더구나 기억을 지워버리는 지우개는 하느님이 가지고 계시니, 보잘것없는 인간인 내가 어떻게 장담할 수 있었겠니? 그런데 이제 안심이구나. 나는 죽을 때까지 자밀라를 잊지 않을 수 있을 거야.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 P12

"하밀 할아버지, 나는 영웅 같은 것보다 그냥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훌륭한 뚜쟁이여서 엄마를 잘 돌봐주면 좋을텐데 말예요." - P49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 P72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 P96

"오래 산 경험에서 나온 말이란다." 하밀 할아버지는 위대한 분이었다. 다만, 주변 상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 P97

주변에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사
람들은 뚱보가 된다. - P99

나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희망이란 것에는 항상 대단
한 힘이 있다. 로자 아줌마나 하밀 할아버지 같은 노인들에게 조차도 그것은 큰 힘이 된다. 미칠 노릇이다. - P113

"그때 결혼했으면 오십 년 동안 서로 미워하게 됐을 거예요. 그렇지만 지금 결혼하면 서로 잘 볼 수도 없고, 미워할 시간도 없잖아요."
- P158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되면 그 사람에게 존경을 보낸다. 그것은 알라신께 공덕을 쌓는 일이니까. 돌아올 축복이 적지 않다. 어쨌든 하밀 할아버지가 오줌을 누러 가는데 부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나는 그 자리를 떠났다. 슬픔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을 테니까, - P180

나는 조금 울기까지 했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내게도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이, 그리고 이제 그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나를 기쁘게 했다. 잠시 후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얼른 집으로 올라와버렸다. - P230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 거야. 미안하구나."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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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5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

새파랑님 감동의 글썽 글썽~~

(ʘ̥ᨉʘ̥)

새파랑 2021-10-15 00:13   좋아요 1 | URL
눈물이 앞을 가려서 새벽독서로 해야 할 거 같아요 😅

희선 2021-10-15 0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른 책 한권을 또 보셨군요 이 책은 어쩐지 슬프기도 합니다 책속에서 누가 죽으면 슬퍼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모모 슬퍼도 잘 살아가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1-10-15 07:20   좋아요 1 | URL
최근에 읽은 목로주점하고 왠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 책은 이웃끼리 서로 돕고 지내는게 좀 달랐지만~~ 사람은 사랑없이 살수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

모나리자 2021-10-15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도 유명한 작품인데 아직이네요..ㅎ 제목도 멋지고 절실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1-10-15 15:25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유명한 작품을 이제서야 읽었어요. 너무 좋더라구요. 전 이런 책 취향인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