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소중한 책을 이제 읽기 시작했다. 소중한 책인만큼 아껴 읽고 싶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빨리 읽고 싶기도 하고.

읽다보니 할머니 생각이 났다 ㅜㅜ




내게 희령은 언제나 여름으로 기억되는 도시였다. - P9

왜 개새끼라고 하나. 개가 사람한테 너무 잘해줘서 그런 거 아닌가. 아무 조건도 없이 잘해주니까, 때려도 피하지 않고 꼬리를 흔드니까, 복종하니까, 좋아하니까 그걸 도리어 우습게 보고 경멸하는 게 아닐까, 그런 게 사람 아닐까. 나는 그 생각을 하며 개새끼라는 단어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나 자신이 개새끼 같았다.
- P13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게 좋은 항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사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 P14

"대접받을 줄도 알아야지"

(대접 받을 줄 알아야 한다.) - P27

그렇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면 답은 언제나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난 아닌데 ㅎㅎ 기억되는 건 큰 의미인데...) - P82

내가 새비 아주머니의 입장이었더라도, 나는 남편을 위해 그만큼 울었을 것이고 남편을 다시 만나서도 그만큼 행복햏을 것이다. 전 남편이 저버린 것은 그런 내 사랑이었다.  내가 잃은 것은 기만을 버리지 못한 인간이었지만, 그가 잃은 건 그런 사랑이었다.

누가 더 많이 잃었는지 경쟁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경쟁에서 나는 패자가 아니었다. - P100

"헤어졌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윘을지 상상하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증조할머니랑 새비  아주머니가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서로 모는 채로  살았다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난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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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9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9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1-08-29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련님 읽으면서 할머니 ㅜㅜ 생각 많이 났어요. ㅜㅜ ㅜㅜ

새파랑 2021-08-29 09:09   좋아요 3 | URL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랑, 도련님의 할머니랑 이미지는 반대(?) 이긴 한데,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은 공통인거 같아요~!! 할머니는 언제나 애틋한 감정이에요😄

페크pek0501 2021-08-29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4쪽, 좋네요.
새파랑 님은 글을 옮기시면서 문장을 음미하셨겠지요.
옮겨 주신 글을 읽으며 저는 문장 공부를 합니다. 감사^^

새파랑 2021-08-29 13:40   좋아요 1 | URL
저는 이렇게 좋은 문장 밑줄 그었다가 다시 북플에 옮기면서 음미하면 기억에 잘 남더라구요. 책을 두번 읽는 기분이 들어요 😄

han22598 2021-08-29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은영 작가...너무 좋아하는데...심저....사는 것 마저도..아끼고 있어요..(진심임 ㅋㅋ) 아. 얼마나 좋은가요?

새파랑 2021-08-29 17:54   좋아요 1 | URL
와 ㅋ 엄청난 팬이시군요~!! 사는 것 마져 아까워 하시면 안되는데 😄 최은영 작가님의 첫 장편(맞겠죠?)인데 좋은거 같아요~!! 오늘 다 앍고 알려드리겠습니다~!

- 2021-08-30 13:22   좋아요 1 | URL
최은영 사랑하는 사람 저 여기 괜히 댓글달고갑니다. 한님. 저도 이번 장편 읽는 거 아끼고 있어요. 최은영 소설은 마음이 순해질 때 읽어야함... ㅜ_ㅜ

새파랑 2021-08-30 14:05   좋아요 1 | URL
찐팬 공쟝쟝님 그래도 책은 아끼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

서니데이 2021-08-29 1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일요일 오후 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8-29 17:55   좋아요 2 | URL
주말에 여기저기 아이쇼핑 다니고 책도 샀어요 ^^ 느긋한 저녁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