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특별판으로 읽는 오이디푸스 왕 좋은 문장들. 이제 1편인 오이디푸스 왕을 읽었다. 완전 명작의 필이 온다.

내 선언하건대, 그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가장 수치스럽게 어울리면서 그 사실을 모르고 있고, 어떤 악에 처해 있는지도 보지 못하고 있소. - P37
진리에 힘이 있긴 하지. 그러나 당신을 위해서는 아니오. 당신에겐 힘이 없고, 당신은 귀도, 정신도, 눈도 멀었기 때문이오. - P38
또 그는 자기 자식들의 형제이자 아버지로서 함께 살고 있으며, 자신을 낳은 여인의 아들이자 남편이고, 자기 아버지와 함께 씨 뿌린 자이자 그의 살해자임이 드러날 것이오. 그러니 들어가서 이것을 따져 보시오. 그대가 만일 내 말이 거짓임을 밝혀낸다면, 그때는 내가 아무 예언술도 모른다고 떠들어 대시오 - P44
그렇지만 단지 분명치 않은 추측만으로 저를 비난하지는 마십시오. 사악한 자를 공연히 유익한자로 여기는 것도, 유익한 자를 사악하게 여기는 것도 모두 정당치 않으니까요. 저는, 고귀한 친구를 내치는 것은,사람이 자기 것 중에서 가장 아끼는 생명을 내치는 것과 같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사람들은 그것을 확실히 알게 될 것입니다. 시간만이 정의로운 자를 드러내니 말입니다. 반면에 사악한 자는 그대가 하루 만에도 알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P54
사람이 왜 두려움을 가져야 하나요, 운수가 그를 지배하고, 그 어떤 일에 대한 예견도 확실치 않은데요? 누구든 신경 쓰지 않고 사는 게 최선입니다. 그리고 그대는 어머니와의 결혼에 대해 두려워하지 마세요. 필멸의 인간들 중 여럿이 이미 꿈에서도 어머와 함께 잤으니까요. 이런 것을 아무 일도 아닌 긋 여기는 사람이 삶을 가장 쉽게 견디는 법입니다. - P79
아아, 모든 것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구나, 명백하게! 오, 빛이여, 이제 내가 너를 보는 게 마지막이 되기를!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들에게 태어나서, 어울려서는 안 될 사람들과 어울렸고, 죽어서는 안 될 사람들을 죽인 자라는 게 드러났으니! - P93
아아, 필멸의 인간 종족이여, 그대들이 살아 있을 때조차 아무것도 아님을 내 얼마나 헤아렸던가! 대체 누가, 어떤 인간이 겉으로만 행복해 보이고, 그러다가 기울어 저무는 것 이상의 행복을 얻고 있는가?
오, 가여운 오이디푸스여, 내 그대의, 그대의, 그대의 운명을 거울로 삼아, 그 어떤 인간도 행복하다 여기지 않으리 - P93
그가 그녀의 옷을 고정해 주던 금 세공된 브로치를 뽑아 들고서는, 자신의 둥근 눈알을 찔렀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 눈들은 그가 당한 것이든 행한 것이든, 끔찍한 것을 보지 말라고, 그리고 앞으로는 그가 보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들을, 그가 알고자 원했으나 알아보지 못한 이들을 어둠 속에서 보라고 말입니다. - P99
그가 누구였든 떠돌아가니다가, 내 발을 묶은 잔인한 족쇄를 풀고, 죽음에서 나를 끌어내 구원한 자는 파멸하기를! 전혀 고맙지 않은 짓을 한 그자! 나 그때 죽었더라면 친구들과 내게 이리 큰 고통은 되지 않았을 터이니! - P103
그러니 필멸의 인간은 저 마지막 날을 보려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누구도 행복하다 할 수 없도다. 아무 고통도 겪지 않고서 삶의 경계를 넘어서기 전에는.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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