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35주년 특별판 읽기.
첫번째,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 읽기. 첫번째 부터 나의 선택에 감탄했다. 완전 최고다.












1. 애러비

사실 그녀에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또 말을 한다면 그녀에 대한 이 혼란스러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몸은 하프와 같았고 그녀의 말이나 행동은 하프의 현을 오가는 손가락 같았다. - P12

침묵 속에서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을 때마다 애러비라는 말이 떠올랐고, 그 말은 동양의 매혹적인 이미지로 나를 사로잡았다. - P14

어둠 속을 바라보면서 나는 허영심에 속고 놀림당한 어리석은 내 자신을 보았다. 그리고 내 눈은 괴로움과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 P19

2. 가슴 아픈 사건
조금씩 조금씩 그는 자신의 생각을 그녀의 생각에 얽어맸다. 그는 그녀에게 책을 빌려주었고 생각을 제공했으며 그녀와 자신의 지적 인생을 공유했다. 그녀는 그 모믄 것에 귀를 기울였다. - P28

그들은 교제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가 말했다. 모든 관계는 슬픔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고. - P30

남자와 남자 사이의 사랑은 불가능하니 이는 성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우정은 불가능하니 이는 성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 P31

이제 그녀가 사라지고 없자 그는 매일 밤 그 방에 혼자 앉아 있었을 그녀의 삶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이해가 되었다. 그의 삶 역시 외로운 삶이 될 것이다. 그가 죽을때까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때까지, 누군가의 기억으로만 남게 될 때까지...그를 기억해 줄 사람이 혹시라도 있다면. - P37

3. 죽은 사람들

옛날 생각, 젊음, 변화, 오늘 밤 우리가 여기에서 그리워하는 얼굴들에 대한 생각입니다. 우리의 신생길에는 그런 슬픈 기억들이 많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생각들만 하고 있으면 산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의 일을 계속해 나갈 용기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성실한 노력을 요구하는 살아있는 의무, 살아 있는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과거에 머물지 않겠습니다. - P85

그녀의 자세에는 그녀가 마치 어떤 것의 상징인 듯한 우아함과 신비로움이 있었다. 그는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으며 어둠속에 있는 여성은 무엇인가, 무엇의 상징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가 화가였다면 그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을 것이다. 그 그림을 그는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가 화가였다면. - P94

그는 그녀에게 그 순간들을 떠올려 주고 싶었다. 함께했던 지루한 세월들은 잊고 환희의 순간들만을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 그는 세월이 아직 그의 영혼이나 그녀의 영혼을 억누르지 않았음을 느꼈다. 그들의 아이들, 그의 집필 활동, 그녀의 가사가 그들 영혼의 부드러운 불꽃을 모두 꺼뜨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 P100

<오름의 처녀>라는 노래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옛날에 그 노래를 부르던 사람을 생각하고 있어요 - P107

그가 함께했던 은밀한 삶의 기억들, 부드러움, 즐거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에 대한 부끄러운 의식이 그를 괴롭혔다. - P108

그들 모두 망령이 되어 가고 있었다. 늙어서 비참하게 시들어 사라지는 것보다 차라리 열정이 가득한 영광의 순간에 다른 세상으로 용감히 뛰어드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 P113

눈은 삐뚤어진 십자가들과 묘석들, 작은 문의 창살들, 앙상한 가시나무들 위에 두껍게 쌓여 있었다. 그리고 눈이 부드럽게 살포시 전 우주에, 살포시 부드럽게, 마지막 종말을 향해 하강하듯이, 모든 산 자들과 죽은 자들 위에 내려앉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영혼도 천천히 희미해져 간다.

(완전 감탄만 나오는 표현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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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8-09 2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의 미니북 세트는 실제 크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을 것 같네요.
한 권씩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면서 읽기는 좋을 것 같아요.
새파랑님, 오늘도 더운 하루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8-09 21:02   좋아요 3 | URL
ㅋ 완전 좋아요 😀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scott 2021-08-09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조이스 [죽은 사람들/the dead]들은 조이스의 첫 단편 집으로 『더블린 사람들]에 수록된 순서에 따라 주인공들의 유년기와 청년기, 성년기를 펼쳐 보이는 연작 소설 집입니다.
[죽은 사람들/the dead] 마지막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더블린 사람들에 수록된 작품들 한 편, 한 편 읽고 나면 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들이 사진 영사기 처럼 떠오릅니다


이제 새파랑님, 요 작품 시작으로 열린책 미니북 1주 1권 리뷰 올리신다에 한표 !✋🤚✋🤚

새파랑 2021-08-09 21:33   좋아요 2 | URL
제임스 조이스 책 읽고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좋은걸 안읽고 있었다니 ㅜㅜ

청아 2021-08-09 2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낼 주문할래요!! 조이스~♡ㅎㅎㅎ

새파랑 2021-08-09 22:33   좋아요 2 | URL
저는 미미님이 아직 주문을 안했다는게 더 놀랍네요 😆
제임스 조이스 첨 읽어봤는데 감탄~! 열린책들 1주 1권 읽으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