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을에 사는 남자가 잡종개를 만나 친구가 되었는데 어느 날 그 개가 남자를 물자 사람들이 미친 개에 물린 남자가 죽을 거라고 법석을 떨지만 남자는 상처가 낫고 정작 개가 죽었다] 269페이지


<인생의 베일>은 내가 읽은 서머싯 몸의 세번째 작품이다. 그전에 읽은 작품은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 ,  이전에 읽은 작품들 모두 쉽게 잘 읽힌 작품이었는데, 이 책도 가독성과 재미 측면에서 보면 정말 좋다.

이 작품의 주요 소재는 ‘불륜‘과 ‘콜레라‘로, 시작부터 ‘불륜‘과 이를 남편이 목격함에 따른 갈등이 전개되면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키티˝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무지한 여성이었으며, 어려서부터 그녀의 어머니를 통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속물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열심히 신랑감을 물색했지만 모녀가 바라는 신랑감을 찾지 못하고 허송세월 시간을 보내는데,

결국에는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키티˝에게 반한 생물학자인  ˝월터˝와 결혼한다. 그런데 ˝키티˝는 결혼 후에도 그에게서 사랑의 감정과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시작부터 일방적인 사랑.

결혼 후 부부는 ˝월터˝의 직장이 있는 영국의 식민지 ‘홍콩‘으로 떠나게 되고, ˝키티˝는 그곳에서 40대 유뷰남인 총독부 차관보 ˝찰스를 만나게 되는데, 둘은 불륜관계가 된다. ˝키티˝는 ˝월터˝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을 ˝찰스˝에게 느끼게 된다. 하지만 ˝찰스˝에게 있어서 ˝키티˝는 단지 즐기기 위해 만나는 사람일 뿐이었다.

˝월터˝는 그들의 불륜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극심한 충격에 빠지게 되며, ˝키티˝ 역시 ˝찰스˝의 사랑이 거짓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부부는 이혼을 하지는 않고, 대신 ˝월터˝의 협박과도 같은 제안에 의해 부부는 콜레라가 창궐한 중국의 오지 마을로 함께 들어가가게 된다.

너무 괴로워서 본인도 죽고, 부인도 죽이고 싶은 심정으로 들어가려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직업적인 호기심 때문에 들어가려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어떻게든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려는 것이었을까?

너무나 사랑하는 부인의 불륜을 알게되어 정신적을 고통을 겪지만 이를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삭히는 남편 ˝월터˝,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당한 상처를 안고서 콜레라라는 공포가 지배하는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부인 ˝키티˝, 그들은 서로에게 이방인이었다.

[출입이 통제된 도시 건너편 죽은 선교사의 집에서 그들은 세상과 한없이 동떨어진 것만 같았다. 세 명의 외로운 인간들, 그들은 서로에게 이방인이었다.] 134페이지


부부는 오지의 마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생물학자인  ˝월터˝는 그 지역의 콜레라를 없애는데 헌신하면서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고, ˝키티˝는 그 지역의 성당에서 수녀들과 함께 고아들을 돌보면서 그동안의 이기적인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또하나의 극적인 변수가 발생하게 되고(스포 때문에 내용 생략), 결국 남편인 ˝월터˝는 다시 한번 배신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결국 한번 어긋나고 깨져버린 사랑은 회복되지 못하고, 그들은 그렇게 이별한다.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사랑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괴로워한 ˝월터˝는 오지의 마을에 남게 되고, 사랑의 아픔을 용서로서 치유한 ˝키티˝는 오지의 마을을 떠난다.

남편의 비극과 콜레라라는 죽음의 공포를 통해 결국 사랑과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키티˝는, 이후 한 순간의 육체적 욕망에 무너지기도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앞으로의 새로운 삶에서 또다른 희망을 바라보며 이야기는 끝난다.

(그녀의 어머니는 ˝키티가 영국에 도착하기 전에 죽게 되는데, 이는 ˝키티˝의 불행했던 과거와의 종결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키티˝이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월터˝가 느꼈을 배신감과 아픔에 더 공감을 했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그녀를 너무 사랑했다는 것과 그녀가 그를 좋아하기에는 그의 매력이 너무 부족했다는 것 밖에 없었다. 더 좋아할수록 더 비참하게 되어있는 일방적인 사랑의 비극적인 결말.

일방적 사랑이 비극으로 끝났을 때,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잘못일까? 사랑받는 사람의 잘못일까? 일방적 사랑에 따른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이 더 크게 느낄까? 사랑받는 사람이 더 크게 느낄까?

사랑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오색의 베일, 그것은 인생이었다.

Ps.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전에 읽었던 <다다를 수 없는 나라>와 <연인>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동양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이라는 소재가 비슷해서 인가 보다. 이 책들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Ps.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검정치마의 <가다린 만큼, 더>가사가 ˝월터˝의 심정인 것처럼 느껴졌다.

https://youtu.be/uG2se-8-BzE

왜 그리 내게 차가운가요, 사랑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거였나요.
내가 뭔가 잘못했나요, 그랬다면 미안합니다.
그대는 내가 불쌍한가요, 어떻게라도 그대 곁에 남아있고 싶은 게.
내 맘이라면 알아줄래요. 그렇다면 대답해줘요.
사실 난 지금 기다린 만큼 더 기다릴 수 있지만, 왠지 난 지금 이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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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8-07 0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 당연하십니다. 축하드립니다 🎉

새파랑 2021-08-07 08:47   좋아요 2 | URL
당연이라니 완전 과찬 이십니다 ^^ 언제나 응원 감사합니다😊

하나의책장 2021-08-14 02: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또 또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08-14 07:40   좋아요 2 | URL
하나님 감사합니다 😅

thkang1001 2021-08-14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8-14 11:50   좋아요 0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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