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는 단편도 잘쓰고, 희곡도 잘쓰네~! 멋진 단편을 읽는 기분으로 희곡을 읽었다. 너무 좋다. 안타까운 사랑과 인생의 이야기.

<바냐 아저씨> 나는 앉아 눈을 감고는, 이렇게 말이야, 생각하지. 백 년, 2백 년 후에 사는 사람들, 우리가 이렇게 그들을 위해 길을 냈는데, 그들이 우리를 좋게 기억해 줄까? 유모,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야.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더라도 신께서는 기억하실 겁니다.
(누군가는 기억해 줄 것이다...) - P151
과거는 하찮은 일에 바보같이 닳아 버렸다. 현재도 무섭도록 허망하다. 바로 이게 나의 삶이고 나의 사랑입니다. 그걸 어디로 치우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내 감정은 구멍으로 기어든, 햇빛처럼 헛되이 사라집니다. 나 자신도 사라집니다.
(바나 아저씨가 느끼는 심정.) - P171
<벚꽃동산> 나는 내 돈 뿐만 아니라 남의 돈도 다루기 때문에 늘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고 삽니다. 그런데 일을 좀 해보면 정직하고 제대로 된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따금 잠이 오지 않으면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하느님, 당신은 우리에게 거대한 숲과 끝없는 벌판과 지평선을 주셨나이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우리들도 실제에 맞게 거인이 되어야 할 겁니다.
(러시아적인 스케일의 생각이 필요하다. 큰땅, 큰사람.) - P263
류보비 안드레예브나 : 진실이랴뇨? 당신은 진실이 어디에 있고 거짓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마치 시력을 잃은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당신은 힘든 문제들을 모두 대담하게 해결하지만, 그건 당신이 젊고 또 자신의 문제로 고난을 겪어 보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요? 당신은 용감하게 미래를 바라보지만, 그건 당신이 젊고 또 자신의 문제로 고난을 겪어 보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요? 당신은 용감하게 미래를 바라보지만, 그건 현실이 당신의 젊은 눈에 가려서 무서운 것이 보이지 않고 예상되지도 않기 때문 아닌가요? - P276
알다시피 나는 여기서 태어났어요. 여기서 나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사셨죠. 이 집을 사랑합니다. 벚꽃동산이 없는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그러니 꼭 팔아야 한다면, 이 동산과 함께 나를 팔아요.
(과거 때문에 현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일까?) - P277
아냐 : 벚꽃 동산은 팔렸어요, 이제는 없어요. 이것은 사실, 사실리에요.그렇지만 울지 마세요, 엄마. 엄마에게는 생활이 남아 있어요. 그리고 훌륭하고 순수한 영혼이 있잖아요...함께 이곳을 떠나요, 떠나요...이곳보다 더 화려한 새 동산을 만들어요. 새로운 동산을 보시면, 기쁨이, 깊고 편안한 기쁨이 엄마의 영혼에 깃들 거에요, 마치 석양의 태양처럼 미소짓게 될 거에요. 엄마! 우리 떠나요,
(뿔뿔이 흩어져 버린 그들 가족은 새로운 동산을 찾을 수 있을까?) - P288
<갈매기> 뜨레쁠례프 : 나는 외롭습니다.아무도 따뜻하게 감싸 주지 않지요. 땅 속데 갇혀 있는 듯 춥습니다. 그래도 무엇을 써도 온통 건조하고 냉담하고 우울합니다. 여기에 남아 줘요. 니나, 부탁합니다. 아니면 나와 함께 떠나요. - P142
뜨레쁠례프 : (슬프게) 당신은 당신의 길을 찾으셨군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군요. 하지만 나는 공상과 환상의 혼돈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누구에게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나에게는 신념도 없습니다. 소명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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