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츠바이크의 두번째 읽은 작품. 이전에 읽은 ‘감정의 혼란‘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 책과 ‘초조한 마음‘을 구매했고, 우선 얇아 보이는 이 책을 먼저 읽었다.
감정을 문장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장, 즉 언어라는 것은 단지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고, 우리의 복잡한 감정이 글로 표현되는 순간 그것의 의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하루키가 ‘완벽한 문장은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이라고 글을 쓰지 않았던가. (이건 그냥 농담입니다.)
어쩌면 화가나 음악가가 존재하는 것도 언어라는 것이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제한되기 때문에 그런것은 아닐까란 이상한 생각도 해본다.
이러한 이야기를 쓴 이유는 ‘츠바이크‘는 글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하는 작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지난달에 ‘감정의 혼란‘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느끼고 경험한 감정을 글로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그래서 이번에 그의 책을 읽게된다면 그런 기분을 다시 느낄거라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였다. 이 책도 감정의 혼란을 일으킨다....완전히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작품.
(철저히 제 기준입니다.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ㅎㅎ)
츠바이크의 감정 묘사는 언뜻 보기에는 과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딱 좋았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정말 세밀하게 표현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빠져들고 공감이 된다. 왠지 올해 안에 츠바이크의 작품을 다 읽어보게 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이 책에는 ‘체스이야기‘ 그리고 ‘낯선 여인의 편지‘ 두 작품이 실려있다. ‘체스이야기‘가 편집증에 걸린 인간의 고통을 처절하게 보여준다면, ‘낯선 여인의 편지‘는 첫 눈에 반한 사람을 얼마만큼 좋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정을 보여준다.
‘체스이야기‘는 뉴욕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배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관찰자인 ˝나˝가 세계 체스 챔피온인 ˝첸토비치˝와 독방에서 책을 통해 체스를 배운 유대인인 ˝B박사˝의 체스대결을 관찰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완전 재미없어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두 인물인 ˝첸토비치˝가 나치를 상징하고, ˝B박사˝가 유대인을 상징한다면?
˝B박사˝가 아무것도 없는 독방에 갇혀서 체스의 달인이 되지만, 머리속으로 두명의 체스플레이를 하게 되면서 이게 원인이 되어 편집증 환자가 된다면? 미처버린다면?
특히 ˝B박사˝가 독방에 갇혀서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는 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그의 고통을 내가 느낄수 있을 정도다. 인간을 극단으로 몰고가는 건 육체적 고통 보다는 정신적 고통이 아닐까란 ˝B박사˝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두번째 실린 작품인 ‘낯선 여인의 편지‘는 한 여성인 ˝나˝가 사랑하는 남자인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글로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얼마나 좋아할 수 있는지, 한 사람만을 좋아하고 기다리고 알아봐주길 바라는 감정이 어떤건지를 잘 그리고 있다. 이건 줄거리를 요약할 수 없다. 꼭 읽어봐야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줄거리를 요약하지면...
첫눈에 사랑에 빠진 나는 그의 주변을 맴돌며, 그가 나를 알아봐주길, 나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와의 세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한번도 같은 사람으로 보질 못했다. 나는 매년 하얀장미를 그에게 보냈지만 그는 누가보낸지도 모르며, 나와 그 사이에 생긴 아들의 존재조차 모른다. 그는 나를 단지 스쳐지나가는 사람중의 하나로만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과 아들의 죽음에 괴로워한 나는 그를 떠나기로 하고 마지막 편지를 보낸다.
「전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전 당신을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합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동시에 금방 망각하고, 열중하는 동시에 이내 불성실한 모습 그대로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늘 그래왔고 지금도 그런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합니다. (123페이지)」
「모두가 저를 떠받들고, 모두가 저에게 잘해주었는데... 오로지 당신, 오직 당신만이 저를 잊어버렸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당신만이 저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145페이지)」
‘낯선 여인의 편지‘와 같은 사랑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상대가 알지 못하는, 일방적으로 바라만 보는 사랑이 과연 사랑일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감정에 공감하였기에 그녀의 마지막 편지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결론은 츠바이크는 정말 감정을 글로 잘 표현하는 작가라는 거다. 감탄에 감탄~!
‘낯선 여인의 편지‘를 읽고 생각난 노래 하나를 마무리로 리뷰 끝~!
https://youtu.be/V6C32Z0NF4o
윤상 ‘어떤사람a‘
꿈에서 깨어나기 전에 다 끝나기 전에 그 이름을 불러야 할 텐데 내가 지금 여기 서 있다고
이젠 연극이 끝나고 조명이 꺼지면 관객들에 박수 갈채 속에서 어느새 난 까맣게 잊혀질 텐데
널 위한 무대 위에서 난 언제나 그냥 지나가는 사람 이름도 없이 대사도 없이
화려한 불빛 아래 서있는 너에 곁을 잠시 지나가는 사람 운명이 내게 정해 준 배역 어떤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