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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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 B.A.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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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B.A.패리스의 <비하인드 도어>를 재밌게 읽어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돈이 없을 때면 어김없이 찾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브링 미 백>과 함께 이 책을 발견한 나는 주저없이 구매하게 되었다. 둘 중 어떤 작품을 먼저 읽을까 고심하던 중 미대를 준비 중인 고3 동생이 <브레이크 다운>의 표지 디자인이 더 이쁘다고 하여 이 작품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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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에 대한 혹평을 하고 싶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인스타 피드에 올리지 말까 고민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구매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래도 몇 자 적어본다. 작품의 초반부는 나쁘지 않았다. 주인공이 천둥번개가 치는 날 밤에 숲 속의 길에서 살해당한 여자가 있는 자동차를 발견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며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출발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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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개연성 전혀 없이 갑자기 주인공의 기억 상실 증세가 심해져 주인공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지고 주변 인물(남편, 친구 등)은 그들대로 피곤해지며 온갖 스트레스가 넘쳐나는데, 읽는 나도 스트레스 지수 폭발이었다. 더 심한 건 다음 내용으로 전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같은 내용(기억 상실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의 다른 소재들(세탁기 사용법 까먹음, 친구 생일파티 까먹음 등)이 작품의 중후반부까지 반복되는 것이다. 혹시 작가가 분량을 채우기 급급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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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나오는 반전도 그다지 놀랍지 않았고, 그에 따른 결말 마저 개운하지도 찝찝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마무리였다. <비하인드 도어>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실망스러웠다. 물론 책을 재밌게 읽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한동안 작가의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을 ...지만 이미 사두었던 <브링 > 읽어야 하니 제발 책은 <비하인드 도어>만큼 재밌길 바란다. 아니, 적어도 <브레이크 다운>같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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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오늘의 젊은 작가 26
김병운 지음 / 민음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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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 김병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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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리뷰들에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좋아한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찾아보는 책들이 젊은 작가 시리즈 작품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 알라딘을 갔을 책을 발견했고, 상태가 아주 깨끗한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구매했다. 그런데 후로 중고서점을 몇번 다녀보니 책이 많은 지점의 매대에 비치되어있었다. 젊은 작가 시리즈는 중고 서점에서는 찾기 어려운 편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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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엄청 길기도 하고 알라딘에도 많이 보이고 해서 작품에 대해 엄청 궁금해졌다. 책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한 정보나 리뷰를 찾아보는 것을 꺼리는 나지만 책은 미리 검색해보지 않을 없었다. 알게 되었다. 책은 동성애를 다룬 퀴어 소설이란 것을. 이러한 점이 책을 중고 서점의 매대에 많이 오르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 일부는 분명히 불편함을 어느 정도 느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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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권의 퀴어 소설을 읽었다. <그해, 여름 손님> 동성애 보다는 청소년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었고, <대도시의 사랑법> 제대로 동성애를 다루긴 했지만 표현이 상당히 직설적이고 적나라하여 재미는 있었지만 불편한 감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작품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다. 책의 뒷면에 나와있는 최은영 작가님의 추천사를 보면 책을 보다 적확하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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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두려움과 고통,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런 용기 있는 마음을 끝까지 거절하는 세상의 폭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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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만약 내가 작가로서 동성애를 다룬 소설을 쓰게 된다면 이런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정도다. 책은 장으로 나뉘어져있으며, 1장은 주인공강은상(공상표)’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시점이, 2장은강은상 연애를 소재로 만든 작품의 시나리오와강은상 인터뷰가 교차되어 전개된다. 내가 재밌다고 느꼈던 부분은 바로 1장에서 나오는강은상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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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상공상표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로, 성소수자인 본인을 계속해서 부정하고 숨기지만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커밍아웃을 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만은 기필코 막겠다는 매니저 역할의 엄마와 누나의 말과 행동이 강은상을 공격하고, 이에 강은상은 아예 잠적해버린다. 강은상 본인도 그동안 자신의 성적 취향을 스스로 부정해오며 거짓된 가면을 쓰고 살아왔지만 더이상은 너무 힘들고 버겁다고 토로하지만, 강은상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진심을 귓등으로 듣지 않는다. 처음엔 심리 상담 치료를 받으라고 하고, 마지막엔 너가 게이인 존중겠으나 제발 세상에 공표만은 하지말라고 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스스로를 부정당하는 그런 말들을 숱하게 들으면서도 어떻게 버틸 있었을까. 1장은 강은상의 시점으로 전개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에게 감정 이입해서 작품에 몰입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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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강은상의 주변인물들처럼 굴었던 적이 있지는 않았나, 입밖으론 그들을 존중한다 말하지만 정녕 속으로도 그런 생각을 하는가, 작품처럼 그들의 용기를 거절하고 무시하고 부정하지 않았나, 이유없이 그들을 멸시하지는 않았나, 자신에 대한 많은 반성을 있었다. 최은영 작가님의 말처럼 책은 자기 자신으로 살고픈 주인공강은상 내적 갈등, 갈등을 이겨낸 용기와세상의 혐오 외적 갈등이 나와있다. 책을 김병운 작가님은 세밀하지만 묵직한 문체로 작품을 집필함으로서 성소수자 분들에게는 사과와 위로의 메세지를, ‘세상 대변하는 독자들에게는 반성하라는 교훈의 메세지를 전달하신 같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호불호가 갈리다보니  책을 쉽사리 추천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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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뒤흔든 불멸의 여인들 1 - 중국 역사상의 10대 여성
장숙연 지음, 이덕모 옮김 / 글누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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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뒤흔든 불멸의 여인들> - 장숙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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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비소설 리뷰를 쓰는 것 같다. 얼마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는데, 이번 올림픽은 유난히 논란거리가 많았다. 스키 인공설 논란이나 피겨 도핑 논란 등 다른 종목들도 말이 많긴 한데 ‘쇼트트랙’ 종목에서 아주 그냥 중국이 다 헤쳐먹으려고 하는 게 너무 심했던 것 같다. 아무튼 책 얘기로 돌아와서, 중국은 지금만 이러는 게 아니라 예로부터 이런 국가였고 이런 민족이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내가 특히 중국사를 재미있어하는 이유 역시 막장도 이런 개막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중국의 역사를 한번 더 알아보고자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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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에는 흔히 말하는 4대 미녀[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와 4대 악녀[달기, 여치, 측천무후, 서태후]가 있다. (어디서 이런 걸 정했는지는 모르며, 내가 적은 이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드라마 <펜트하우스>, <부부의 세계> 못지 않은 서사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중국 역사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10대 여성을 뽑아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10명의 내용을 모두 다루기에는 인스타에서 허용하는 글의 길이에 한계가 있어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 한 명만 내용을 추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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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뤄진 인물들 중 내게 가장 인상깊던 인물은 바로 ‘4대 미녀’ 중 한 명인 ‘왕소군’이다. 당시의 황제 ‘한 원제’는 각지에서 빼어난 미녀들을 선발하여 후궁 및 궁녀로 들었고 왕소군도 그 안에 들어갔다. 이때는 선발된 미인들이 직접 황제를 배알하는 것이 아닌, 화공이 그려주는 초상화를 통해 황제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체계였다. 그리하여 많은 여인들이 화공에게 뒷돈을 주어 본인보다 더 예쁘게 그려달라 하였지만, 왕소군은 그러지 않아서 초상화보다 못생기게 그려져 황제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궁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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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흉노족의 ‘호한사선우’는 분열된 흉노를 통일한 후 한 원제에게 그의 공주를 자신에게 시집보내 화친을 맺자고 제안하였다. 한 원제는 이를 승낙하지만 본인의 딸을 흉노에게 보내고 싶진 않아서 남아도는 궁녀 중 아무나 한 명을 보내라 명하였다. 이 말을 들은 왕소군은 본인이 흉노로 가겠다고 자원했다. 이때 왕소군을 처음 본 황제는 보는 사람의 혼이 나갈 정도로 빼어난 왕소군의 미모를 보고 후회막심하였으나 본인이 뱉은 말을 돌이킬 수 없어 흉노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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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왕소군은 흉노로 넘어가서 한과 흉노의 화친을 견고히 하는 왕비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하지만 호한사선우의 죽음 이후 즉위한 ‘조도막고’가 본인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려는 욕심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던 왕소군의 아들을 독살한다.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살해당하는 극심한 아픔을 이기지 못한 왕소군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다. 왕소군은 매우 현명하여 아들을 문무에 인성까지 겸비한 훌륭한 인재로 키워냈고, 한과 흉노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그녀의 안타까운 결말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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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소군’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던 이유는 ‘색다름’이었다. 여기서 언급하진 않은 다른 인물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막장의 서사가 중국사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왕소군’만큼은 달랐다. 그녀는 현명했고 본인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일 줄 알았으며,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복수심을 불태웠던 많은 여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 나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물론 '재미'만 따지자면 가장 재밌던 이야기는 ‘측천무후’였다. 평민 출신인 그녀는 자신의 자식을 죽이면서까지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하였고, 결국 새로운 나라를 세우며 황제의 자리에 앉았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그녀가 훌륭한 정치를 펼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역사학자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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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왕소군’, ‘측천무후말고도 정말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중국사를 가볍게 알고 싶은 사람들이나양귀비’, ‘서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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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잭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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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잭> - 히가시노 게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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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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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월 중순에 ‘소미미디어’ 인스타 계정에서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게시물을 보자마자 바로 지원했다. 하지만 연락이 없어서 떨어졌나보다 생각했으나 2월 초에 이 책이 택배로 와있었다. 그때 당시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 중 하나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산장 살인사건>이었기 때문에 이 작가의 책을 협찬받았다는 게 나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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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받아서 기쁘긴 했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한 책들은 이미 다 읽어보았고, 그 뒤로도 이 작가의 정말 많은 책을 읽었지만 재미없는 것들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책을 보는 눈이 나름 높아졌기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는 더이상 내가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오만했다. <백은의 잭>은 그런 나의 오만함을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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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운영을 막 시작한 스키장에서 ‘폭발물을 설치했으니 돈을 준비하여 지정한 곳에 놓아라’는 내용의 메일이 도착하는데, 경영진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런 내용이 내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시중에 널리고 널린 추리소설들은 보통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여 탐정 등이 그 사건에 대한 범인을 밝히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백은의 잭>의 소재는 살인 사건이 아닌 '협박성 메일'로 다른 책들과는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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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재미는 ‘소재의 신선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배경이 ‘스키장’인 만큼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마치 스키를 타는 듯한 시원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등장인물들의 스키 활주에 대한 묘사들이 잘 나와있다. 작가가 선수들이 활주에서 쓰는 스키 기술들을 글로 풀어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았다. 나는 예전에 스키를 타다가 심하게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적이 있어 그때의 트라우마로 스키를 타지 못하는데, <백은의 잭>은 이런 나도 스키를 타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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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결말’이다. 추리소설에서 ‘반전’을 제하고 그 작품을 논할 수는 없다. 그만큼 후반부의 결말은 추리소설에서 아주 중요한데, 이 작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반전' 자체는 대부분의 작가들 모두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결말에 다다르기까지의 떡밥들을 중간중간에 적절히 배치하고, 그럼에도 독자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것은 많이 어렵다. 단서들이 없이 반전만 있다면 개연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단서들을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뻔해지는 결말에 재미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두 가지의 어려운 숙제를 잘 풀어냈다. 소름끼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범인의 정체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들의 범행 동기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결말로 훌륭하게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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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바로 인물들의 감정선을 표현한 부분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누구라고 말은 못하지만) 이 책에서 어떤 인물이 오열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이 장면에서 우는 인물의 심리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졌다면 마치 내가 그 인물인 양 감정을 충분히 이입했겠지만, 이 책은 그 부분을 놓친 듯 싶다. 그냥 제삼자의 입장에서 ‘얘네들 슬프구나’라고 생각하는 데에 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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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추리소설에서 이런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앞에서 따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성에 걸맞은가독성 있다. 눈을 감았다 뜨니 200페이지가 읽혀있는 경험은 오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만 느낄 있을 것이다. 가독성 뿐만 아니라스키라는 소재에서 오는 시원한 쾌감과 놀랄 만한 반전의 결말은 책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는재미 위해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책은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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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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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 - 이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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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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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었다. 2022 1월에 7 정도 읽었는데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다. 근래에 읽은 청소년 소설 중에서 가장 재밌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정도이다. ‘호수의 이라는 책의 블라인드 가제본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창비 출판사 인스타그램 계정의 게시물을 보고 냅다 신청했는데 운좋게도 선정되어 책을 읽을 있었다. 작가도 모르고 표지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지지 않은 읽기 시작했으나, 완독 느끼는 감동과 재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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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해서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 힘들었다. 난해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의사와 상담을 하는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결말이 좋지 않을 거라는 불안함을 계속해서 느꼈다. 책을 읽을 불편하거나 불안하거나, 혹은 고구마를 먹는 듯이 이야기가 답답하게 전개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나로서는 20페이지가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참고 넘어간 자신에게 아주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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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마치 내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금 겪는 , 작가가 사춘기 청소년의 심리를 꿰뚫은 듯이 정말 훌륭하게 묘사하였다. 주인공호정이가 부모님께 어색하게 대하는 이유와 답답하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호정이의 부모님, 양쪽 모두를 충분히 이해할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을 보며 공감과 안타까움이라는 다른 성질의 마음을 동시에 느끼는 신기하고도 재밌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부모님께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호정이는 또다른 주인공은기 만나며 문을 열어가게 된다. 친구에게도 쉽게 열지 않는 굳은 마음을 은기에게 열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설렘이라는 감정이 마음 속을 가득 채웠다. 웬만한 로맨스 소설보다 몰입해서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발견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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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는 못된 반친구들 때문에 은기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공연하게 퍼지며 주인공이 멀어지게 된다. 그를 계기로 상처를 입은 호정이는 계속해서 참아왔던 외로움과 서러움 등의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데, 모습이 마치 너무나 아프고 괴로운 성장통을 겪는 것처럼 보였다. 계속해서 참거나 숨기기만 하던 호정이가 본인의 감정을 (다소 격하지만) 제대로 표출하였을 , 소설 분위기는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아올랐을 몰라도, 나는 초반부터 계속 느끼던 불안함을 완전히 지울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사이다였다. 하지만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일컫는 사이다와는 전혀 달랐다. 일반적인 사이다라면 주인공을 힘들게 하는 악의 몰락이나 악에 대한 주인공의 복수일텐데, 내가 작품에서 느꼈던 사이다는주인공이 한층 성장하였구나 생각과 함께 드는대견함이라는 감정에서 느껴지는 통쾌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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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 진수를 정말 느낄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는 못했더라도 ( 누구도 완전히 성장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른으로서 한걸음 가까워진 주인공의 모습을 생각하면 괜시리 아련해진다. 책에서는호정 시점으로 전개되는 탓에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은기 서사도 너무나 가슴 아팠고 그런 힘든 상황을 어린 아이가 견뎌냈다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서는 주인공의 마음 속을호수 비유하여 이런 표현을 썼다.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하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있는 아니었다.”

<호수의 >이라는 제목은 정말 지어진 같다. 실제의 호수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얼어붙은 호수와 같은 주인공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의미하는 <호수의 >, 많은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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