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의 잭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은의 잭> - 히가시노 게이고 ⭐️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나는 1월 중순에 ‘소미미디어’ 인스타 계정에서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게시물을 보자마자 바로 지원했다. 하지만 연락이 없어서 떨어졌나보다 생각했으나 2월 초에 이 책이 택배로 와있었다. 그때 당시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 중 하나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산장 살인사건>이었기 때문에 이 작가의 책을 협찬받았다는 게 나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

협찬 받아서 기쁘긴 했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한 책들은 이미 다 읽어보았고, 그 뒤로도 이 작가의 정말 많은 책을 읽었지만 재미없는 것들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책을 보는 눈이 나름 높아졌기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는 더이상 내가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오만했다. <백은의 잭>은 그런 나의 오만함을 짓밟았다.

.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운영을 막 시작한 스키장에서 ‘폭발물을 설치했으니 돈을 준비하여 지정한 곳에 놓아라’는 내용의 메일이 도착하는데, 경영진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런 내용이 내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시중에 널리고 널린 추리소설들은 보통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여 탐정 등이 그 사건에 대한 범인을 밝히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백은의 잭>의 소재는 살인 사건이 아닌 '협박성 메일'로 다른 책들과는 많이 달랐다.

.

이 작품의 재미는 ‘소재의 신선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배경이 ‘스키장’인 만큼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마치 스키를 타는 듯한 시원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등장인물들의 스키 활주에 대한 묘사들이 잘 나와있다. 작가가 선수들이 활주에서 쓰는 스키 기술들을 글로 풀어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았다. 나는 예전에 스키를 타다가 심하게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적이 있어 그때의 트라우마로 스키를 타지 못하는데, <백은의 잭>은 이런 나도 스키를 타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

그리고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결말’이다. 추리소설에서 ‘반전’을 제하고 그 작품을 논할 수는 없다. 그만큼 후반부의 결말은 추리소설에서 아주 중요한데, 이 작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반전' 자체는 대부분의 작가들 모두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결말에 다다르기까지의 떡밥들을 중간중간에 적절히 배치하고, 그럼에도 독자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것은 많이 어렵다. 단서들이 없이 반전만 있다면 개연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단서들을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뻔해지는 결말에 재미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두 가지의 어려운 숙제를 잘 풀어냈다. 소름끼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범인의 정체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들의 범행 동기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적절한 결말로 훌륭하게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

사소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바로 인물들의 감정선을 표현한 부분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누구라고 말은 못하지만) 이 책에서 어떤 인물이 오열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이 장면에서 우는 인물의 심리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졌다면 마치 내가 그 인물인 양 감정을 충분히 이입했겠지만, 이 책은 그 부분을 놓친 듯 싶다. 그냥 제삼자의 입장에서 ‘얘네들 슬프구나’라고 생각하는 데에 그쳤기 때문이다. 

.

하지만 추리소설에서 이런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앞에서 따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성에 걸맞은가독성 있다. 눈을 감았다 뜨니 200페이지가 읽혀있는 경험은 오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만 느낄 있을 것이다. 가독성 뿐만 아니라스키라는 소재에서 오는 시원한 쾌감과 놀랄 만한 반전의 결말은 책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는재미 위해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책은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