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바늘 매일과 영원 4
소유정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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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바늘> - 소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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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하 ‘민팁’)을 오래전부터 봐왔던 ‘선생님’이라면 분명 ‘매일과 영원’ 에세이 시리즈를 알 것이다. 일기 형식의 문학론 에세이를 다룬 이 시리즈는 민팁의 ‘말줄임표 시즌2’에서 주된 컨텐츠로 다뤄젔기 때문이다. 나도 민팁을 애청하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매일과 영원’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을 항시 갖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시인들이 쓰신 것들이라 구입이 꺼려지고는 했다. 개인적으로 시와 정말 맞지 않기도 하고, 시를 소재로 한 에세이 ‘시와 산책’을 읽어보았지만 역시나 시적인 언어로 가득한 그 책을 시적 감수성이 영에 수렴하는 내가 읽기엔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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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세 개의 바늘>은 문학평론가가 쓴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구매 욕구가 폭발하였다. 사실 북스타그램을 하면서 친구에게 비평이나 평론을 배워보는 건 어떻겠냐는 말을 들으면서 나도 점차 관심이 생겨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보통 문학 작품의 뒷편에 수록되어있는 문학 평론가들의 글을 볼 때마다 감탄과 동시에 열등감이 들긴 했다. 같은 작품을 읽었는데도 어떻게 이런 느낌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는지, 나는 이만한 수준의 글을 절대 쓰지 못할 것 같다는… 일종의 무력감 및 자기혐오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학 평론가의 글은 책 뒷편에 수록되어있는 짤막한 글 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기에, 평론가가 쓴 문학론 에세이 <세 개의 바늘>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읽다보면 평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은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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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작가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세 개의 바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작가님이 갖고 있는 ‘문학’에 대한 생각들, ‘문학’을 즐기는 방법들을 읽어가며 나와는 어떤 부분이 같고 다른지를 비교해가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예를 들자면, ‘독서 과속방지턱’이 그랬다.

🗣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빠르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그 부분에 나는 작은 표시를 남긴다. 걸음을 재촉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부분에 과속방지턱을 세우는 셈이다. 혼자서는 이를 독서 과속방지턱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략) 나는 과속을 멈추고 음미하고자 잠시 독서를 멈추고 방지턱을 세운다. (90p)

보통은 책에 무언가 표시를 남기는 것은 작중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대목 등 어떠한 ‘갈림길’ 앞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그 점을 밝히고 있고, 나 또한 그렇다. (물론 책에다 직접 표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편이다.) 그러나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하는 부분’에 표시를 남긴다는 것은 내게 아주 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독서 방법인데, 책 자체를 음미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에 납득이 가기도 하여 놀란 것이다. 이 지점에서 느꼈던 신선함은 곧 재미로 바뀌었고, 이는 ‘문학론 에세이’의 매력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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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 외에도 좋았던 대목들은 많다. 소설을 쓸 생각이었으나 문학 평론 부문으로 등단하게 된 작가님의 사연이랄지, 김금희 작가님이나 김혼비, 박태하 작가님 등 많은 작가들과의 인연을 다룬 부분이랄지, 뜨개질과 자수를 좋아하고 그를 문학에 접목시켜 설명하는 대목 등등 <세 개의 바늘>을 통하여 색다른 문학의 향유를 깨칠 수 있었다. 물론 ‘시’와 관련된 부분들은 하나같이 내 머리에서 튕겨져 나갔다.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뭔가 붕-뜬 공상적인 느낌이 든다. 시적인 표현이 거의 대부분 무언가에 비유하는 것이 많아서 직접적인 표현 그 속에 숨어있는 참된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여러번 시도했지만, ‘시’는 그저 교과서에 수록되어 공부할 때나 좋았지 지금의 내겐 맞지 않는 것 같다. <세 개의 바늘>에서는 어떤 시 혹은 시인에 대한 작가님의 감상 및 평론이 적지 않게 들어있는데, 그 부분은 내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 느낌으로 독서를 마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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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정용준 작가님의 글(가제 ‘소설만세’)이 ‘매일과 영원’ 시리즈로 출간된 예정인가보다. 정말 너무 기대되고, 출간 되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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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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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 이치조 미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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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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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인스타그램을 하다보면 최근들어 이 책 광고를 많이 봤을 것이다. 이 책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주연이었던 친구의 남자친구를 좋아했던 여학생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사실 이 작품의 전작은 분위기가 따뜻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재미도 있었으므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그뿐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상위 호환 버전 같은 느낌 정도…? 무언가를 마음 깊이 느꼈다거나 감명 깊게 읽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감상을 적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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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전작의 주인공 커플을 바라보는 친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내용의 이야기를 책을 읽기 전에 들은 뒤, 시중에 널리고 널린 아주 흔한 삼각관계로 서사를 억지로 이어나간 것 같다는 추측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전작이 너무 흥행하여 2편을 억지로 만든 느낌, 그래서 좋지 못한 인상을 가진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의 그 인상은 꽤 오래 이어졌다. 전작의 친구 역할이었던 이 작품 속 주인공 ‘와타야 이즈미’가 원래 주인공 ‘가미야 도루’를 이렇게나 깊이 사랑했었나…? (내 기억엔) 전작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역시나 억지로 만들어낸 이야기인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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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작품을 전작과 떼어놓고 생각하려는 노력을 했다. 계속 전작의 이야기가 내 머릿속을 간섭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작품만 놓고 보면 그다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괜찮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이 작품은 죽은 ‘가미야 도루’를 잊지 못하는 ‘와타야 이즈미’와 더불어 그런 여주인공을 끝도 없이 좋아하는 ‘나루세 도루’도 주인공처럼 중요한 인물로 다뤄지는데, 이 ‘나루세’의 심리가 정말 공감이 가질 않았다.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책을 읽다 보면 거의 맹목적으로 ‘이즈미’를 바라보는 ‘나루세’의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고백을 거절당하고, 사귀다가 얼마 못가 헤어지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게 되면 보통은 그 상대를 잊으려고 들텐데 어째서 이런 서사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어쩌면 내가 아직 진정한 사랑 따위 해보지 못한 풋내기이기 때문에 그런 사랑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이즈미’의 심정이든 ‘나루세’의 심정이든 모두 공감하기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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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오드리 인스타그램 공식계정(@studio.odr)에서 출간기념 구매인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정판 제작 굿즈부터 다양하고 푸짐한 경품이 준비되어있으니 책도 읽고 이벤트도 꼭 참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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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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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 최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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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완독하기까지 총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문장을 적는 나도 당황스럽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첫번째로 수록된 작품이자 표제작인 <쇼코의 미소>가 내게는 너무 당황스러운 작품이었다. 뭘 말하려는 건지, 다들 감동받았다고 하는데 어디서 감동을 느껴야 하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고, 그래서 난해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때문에 2020년에 구입하여 첫 작품을 읽은 뒤에 그대로 방치해두고 군입대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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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책을 살 경제적 여력이 마땅치 않은 탓에 알라딘 중고 서점을 애용하게 되었다. 안 읽는 책들을 중고로 내다 팔아버릴 생각에 책장을 뒤져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출간한지 몇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높은 값을 쳐주는 탓에 곧바로 팔까 생각도 하였으나 한 작품만 읽고 팔기는 조금 아까울 것이라는 생각에 그래도 몇 작품 더 읽어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좋은 작품을 내다 팔려고 했다니… <쇼코의 미소>만 나와 맞지 않았을 뿐, 다른 작품들은 정말 너무 좋았다. 조해진 작가님의 <단순한 진심>을 읽을 때에도 문장이랄지 표현 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마음을 표현한 문장 하나하나도 마음에 와닿음을 느꼈고,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우울하면서도 따듯함이 느껴지는 수작이었다. 수록된 모든 작품을 톺아보고 싶지만, 늘 그렇듯이 인스타그램에서 허용하는 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지와 영주>에 관한 이야기만 조금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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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우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던 터라 우리 아버지의 애통함이 얼마나 배가 되었을지, 어떻게 마음을 감당하셨을지 감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장례식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바이트에 가야했던 나는, 아빠가 술을 드시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눈물을 쏟아내듯 꺼이꺼이 우셨다는 말을 엄마와 동생을 통해 전해들었다. 취기를 빌려서 잠시나마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드러냈을 , 엄마랑 동생은 아빠의 그런 감정적인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안타깝고, 위로를 건네고 싶어도 어떤 말이 적절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부모를 잃은 자식이 필연적으로 겪는 통한의 감정은, 영원히 모르고 싶지만 언제가는 닥쳐올 것임을 알기에 너무나 막연하면서도 가장 두려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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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는 우리와 같이 살게 되었다. 전까지는 할아버지께서 손자 손녀, 특히 나와 동생을 정말 이뻐해주셨고 우리도 그걸 알았기에 할아버지를 많이 따르고 좋아했다. 그러나 같이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은 정도를 막론하고 계속해서 쌓여만 갔고, 결국엔 그것이 터져 할아버지의 언성은 높아지고 우리는 할아버지에게서 등을 돌리게 되었다. 중간에 있던 엄마 아빠도 계속해서 지쳐갔고, 결국 다시 할아버지와 따로 살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조금은 진솔하게 그때의 마음을 꺼내어보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에 대한 슬픔보다는 그때 조금 참아볼걸 하는 후회의 마음이 컸던 같다. 그때 당시의 나는 집에 들어가는 싫을 정도로 너무 지치고 힘들었기 때문에, 슬퍼하는 마음이 적은 것에 대한 죄책감은 들더라도 그러한 슬픔이 구태여 생겨나지는 않았다. 사람 마음이란 뜻대로 다룰 없다는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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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을 치르며 조문객들을 맞이하던 우리 엄마의 친한 친구분을 뵈었다. 엄마 역시 시아버지와 같이 살게 된다는 적지않은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더군다나 할아버지와 손자손녀 사이의 갈등까지 중재해야했기 때문에, 감당해야했던 스트레스가 결코 작지 않으셨다. 그렇다고 우리 아빠한테 그런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도 없기에 동네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떠는 방법으로나마 짜증과 스트레스 속에서 잠시 벗어날 있으셨다. 때문에 친구분은 우리가 할아버지와 같이 살게 이야기 서로가 힘들었던 양측의 마음을 대강 알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친구분은 장례식장에서 만난 우리 엄마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시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너희가 너무 슬퍼하지 않도록, 너희 마음 편할 있도록 정을 떼고 싶으셨나보다. 그래서 마지막엔 너희에게 모질게 대하셨나보다.” 

다른 어떠한 장황한 말보다도 우리 가족에게 위로가 되는 한마디였다. 우리 엄마나 동생과 나는 물론, 아빠도 말을 전해들으며 격하게 동의하셨고, 더불어 본인의 부모님께 마지막에 예를 다하지 못한 같은 후회와 죄책감을 조금은 덜어낼 있으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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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를, 조금은 부끄럽고 자책스러운 나의 속마음을 적은 이유는 <한지와 영주> 읽으면서 우리 할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지영주 아무에게도 열지 못한 마음을 서로에게 처음 열어보이며 사랑의 감정을 느꼈지만, 둘은 필연적으로 이별의 시간이 닥쳐올 것이었기에한지 어느 순간부터영주 외면하기 시작했고영주 그런한지 보며 많이 슬퍼하지만 덕분에 그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있게 된다. 누군가는 작품을 읽으면서한지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있겠지만, 나는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조금은 것도 같았다. ‘한지역시영주와의 사랑이 깊어지는 경계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도 깊어진 상태에서 이별하게 된다면 이별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임을한지 두려워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별이라는 참으로 어려운 같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는 행복했던 기억마저 고통스럽게 느껴질 있다는 , 작품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시금 체감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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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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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 야쿠마루 가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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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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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와닿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걸 요즘들어 자주 깨닫는 것 같다. 또한 그런 작품들을 꾸준히 만난다는 것이 큰 행운이자 축복이라는 것도 그렇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예전에 이 작가의 전작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읽었을 때 그다지 별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받았을 때도 큰 기대가 없었지만, 정말 재밌게 읽었다. 오랜만에 장르 문학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동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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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로 인해 사람을 죽인 범죄를 저지른 ‘마가키 쇼타’와, 그렇게 죽은 아내를 두고 후회하는 남편 ‘노리와 후미히사’ 이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제목에서도 ‘어느 도망자’라는 표현을 썼듯이 뺑소니범을 추적하는 추리소설의 형태를 취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초반부터 대놓고 경찰에 잡혀버린 쇼타의 모습을 보고 나의 예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치열한 추적 과정을 담은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 한 범죄자의 속죄 서사를 담은 가슴 아픈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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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작품의 문학성을 따지려 들면 그다지 좋은 평을 할 수는 없겠지만, 장르 문학을 읽을 때에는 이러한 요소들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읽는 것이 보통이지 않은가. 때문에 나도 이 점을 제쳐두고서 이 작품에 대해 말하고 싶다.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한 20대 청년의 암울함과 그런 그를 바라보는 피해자 유족들의 마음 모두가 너무도 잘 와닿았던 소설이었다. ‘범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한다’는 것보다는 ‘그 누구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도 좋았다. 소설 속 주인공이 지금의 나와 동년배인지라 그에게 나를 대입하여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고, 중간중간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에도 아직은 미숙한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냥 비난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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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같이 최고기온이 30도가 넘어가는 무더운 여름에, 읽는 동안 다른 생각하지 않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몰입감 좋은 책을 찾는다면 <어느 도망자의 고백>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절대 협찬받아서 억지로 좋은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이전에 나의 피드에 관심이 조금 있었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협찬받은 책이더라도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라는 작품을 정말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편지>가 많이 생각났고, 그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가볍게 읽기 좋은 킬링타임용으로, 하지만 완독한 뒤의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을 읽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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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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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 1,2> - 무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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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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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혐오자였던 내가 독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추리소설이다. 때는 바야흐로 낭랑 18세의 고등학교 2학년 어느 야간 자율학습시간(이하 ‘야자’)이었다. 그 날은 기말고사 끝난 직후였기 때문에 공부와 관련된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억지로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외워도 내 머릿속에 안착하기는 커녕 죄다 튕겨져 나오기 일쑤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기에 3-4시간의 야자는 너무도 기나긴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야자시간의 적막함을 이겨내기 위한 걱정이 쌓여만 가는데, 저녁 급식을 먹는 도중 얼마 전에 보았던 ‘추리소설 베스트 3’라는 어느 블로그 글이 문득 떠올랐다. 책을 읽는 것은 싫어했지만 추리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 드라마에는 열광했었던지라, 약간의 관심과 흥미가 생겨 그 블로그 글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급식을 다 먹은 뒤 곧바로 학교 도서관에 가서 그 책들이 있는지 살펴보았고, 그때 운명처럼 마주한 책이 바로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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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었다. <고백>의 마지막 장, 마지막 줄을 읽는 순간 ‘온몸의 전율이 흐르는 충격’을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였고, 때문에 그 문장을 읽자 마자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대놓고 소리를 빽 지른 것이 아니다. 충격으로 인해 헉 하는 들숨이었는데, 그 소리의 크기가 상당히 컸다. 그곳에 있던 모든 학생들의 주목을 받을 정도였고, 때문에 감독 선생님께 복도로 불려가서 따로 꾸중을 들었다.) 그 전까지는 ‘무언가를 배우거나 얻어가기 위해’ 책을 읽는 줄 알았다면 ‘재미 그 자체’를 위해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고백>을 통해 깨달았고, 그 이후로 나는 몇 년간 추리소설에 빠져 살았었다. 아니, 추리소설‘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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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 두 문단에 걸쳐서 추리소설 관련 이야기를 했던 이유는, 그만큼 나는 추리소설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다지 많이 읽진 않지만 예전엔 워낙 많이 읽었어서 나만의 취향이 확고해졌고 그만큼 눈이 높아졌다. 그런 나에게 <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의 협찬이 들어왔다. 편집자님께서 디엠을 주셨었는데, 예전에 알라딘 홈페이지에서 조금의 관심을 두었던 책이기도 했고, 2권만이 아니라 1,2권을 같이 보내주신다길래 감지덕지한 마음으로 제안을 덥석 받아버렸다. 그러나 막상 책을 받고 나니 머릿속에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혹여나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안좋은 말을 대놓고 쓰긴 힘들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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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냥 무난한 느낌이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거나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거나 하는 긴장감은 없었지만,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지루하지 않게 사건을 진행시키고 적당히 반전을 주는 결말을 갖추고 있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재미와 반전이었기에, 딱히 이 책이 뛰어나다거나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는 조금 무리일 듯 싶다. 그러나 이 글에 ‘⭐️’을 붙이고 싶긴 하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역사적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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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1929년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말만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아니라, 그 당시의 사회상들을 여실히 느낄 수 있던 작품이었다. 주인공만 보더라도 그렇다. 서구적인 문물을 추종하는 ‘오덕문’, 이 사람 때문에 나는 조금 놀랐던 것 같다. 소설, 영화 등을 막론하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십중팔구 어둡고 암울하다. 조선인들은 항상 고개를 숙이지만 일본인들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당당하게 다니는 모습으로 대비되는 것이 보통이고 실제 역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시대에 서구적인 문물을 진취적으로 받아들이다 못해 추종하기까지 하는 ‘모던 보이’ 및 ‘모던 걸’이 되는 것이 유행하였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의 사회상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작가님이 그 시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었다. 어둡지만은 않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큰 매력으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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