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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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 1,2> - 무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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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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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혐오자였던 내가 독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추리소설이다. 때는 바야흐로 낭랑 18세의 고등학교 2학년 어느 야간 자율학습시간(이하 ‘야자’)이었다. 그 날은 기말고사 끝난 직후였기 때문에 공부와 관련된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억지로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외워도 내 머릿속에 안착하기는 커녕 죄다 튕겨져 나오기 일쑤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기에 3-4시간의 야자는 너무도 기나긴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야자시간의 적막함을 이겨내기 위한 걱정이 쌓여만 가는데, 저녁 급식을 먹는 도중 얼마 전에 보았던 ‘추리소설 베스트 3’라는 어느 블로그 글이 문득 떠올랐다. 책을 읽는 것은 싫어했지만 추리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 드라마에는 열광했었던지라, 약간의 관심과 흥미가 생겨 그 블로그 글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급식을 다 먹은 뒤 곧바로 학교 도서관에 가서 그 책들이 있는지 살펴보았고, 그때 운명처럼 마주한 책이 바로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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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었다. <고백>의 마지막 장, 마지막 줄을 읽는 순간 ‘온몸의 전율이 흐르는 충격’을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였고, 때문에 그 문장을 읽자 마자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대놓고 소리를 빽 지른 것이 아니다. 충격으로 인해 헉 하는 들숨이었는데, 그 소리의 크기가 상당히 컸다. 그곳에 있던 모든 학생들의 주목을 받을 정도였고, 때문에 감독 선생님께 복도로 불려가서 따로 꾸중을 들었다.) 그 전까지는 ‘무언가를 배우거나 얻어가기 위해’ 책을 읽는 줄 알았다면 ‘재미 그 자체’를 위해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고백>을 통해 깨달았고, 그 이후로 나는 몇 년간 추리소설에 빠져 살았었다. 아니, 추리소설‘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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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 두 문단에 걸쳐서 추리소설 관련 이야기를 했던 이유는, 그만큼 나는 추리소설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다지 많이 읽진 않지만 예전엔 워낙 많이 읽었어서 나만의 취향이 확고해졌고 그만큼 눈이 높아졌다. 그런 나에게 <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의 협찬이 들어왔다. 편집자님께서 디엠을 주셨었는데, 예전에 알라딘 홈페이지에서 조금의 관심을 두었던 책이기도 했고, 2권만이 아니라 1,2권을 같이 보내주신다길래 감지덕지한 마음으로 제안을 덥석 받아버렸다. 그러나 막상 책을 받고 나니 머릿속에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혹여나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안좋은 말을 대놓고 쓰긴 힘들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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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냥 무난한 느낌이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거나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거나 하는 긴장감은 없었지만,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지루하지 않게 사건을 진행시키고 적당히 반전을 주는 결말을 갖추고 있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재미와 반전이었기에, 딱히 이 책이 뛰어나다거나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는 조금 무리일 듯 싶다. 그러나 이 글에 ‘⭐️’을 붙이고 싶긴 하다. 즉,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역사적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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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1929년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말만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아니라, 그 당시의 사회상들을 여실히 느낄 수 있던 작품이었다. 주인공만 보더라도 그렇다. 서구적인 문물을 추종하는 ‘오덕문’, 이 사람 때문에 나는 조금 놀랐던 것 같다. 소설, 영화 등을 막론하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십중팔구 어둡고 암울하다. 조선인들은 항상 고개를 숙이지만 일본인들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당당하게 다니는 모습으로 대비되는 것이 보통이고 실제 역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시대에 서구적인 문물을 진취적으로 받아들이다 못해 추종하기까지 하는 ‘모던 보이’ 및 ‘모던 걸’이 되는 것이 유행하였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그 당시의 사회상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작가님이 그 시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었다. 어둡지만은 않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큰 매력으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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