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문법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김용익.이창곤.김태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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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문법> - 김용익, 이창곤, 김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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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사회보장제도라 하면 보통은 ‘5대 사회보험’과 1개의 ‘공적부조’를 일컫는다. 이때 다섯 개의 사회보험은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이고 공적부조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말한다. 말만 들었을 때에는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있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저자는 절대 그렇지 않음을 지적하며 거시적, 미시적 차원에서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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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했을 때, 지금의 우리나라에 닥친 가장 큰 위험은 아무래도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를 의미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세 가지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세세히 설명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저출산’이고,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된 건 ‘고령화’ 부분이었다.

[저출산]

인구 정지 상태, 즉 인구가 늘지도 줄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하는 반면에 우리나라 2020년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이었다. 한국의 저출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출산율이 낮아진 원인을 단순히 ‘여성의 역할 변화’로만 단정지을 수 있을까? 물론 과거보다 현재에 와서 여성의 역할이 가시 노동에서 임금 노동으로 확대되어간 것은 맞지만, 그와 동시에 남성의 역할도 가사 노동까지 확대되었어야 했고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국가와 기업의 지원 체계가 신속하게 갖추어져야 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그것이 현재의 심각한 ‘저출산’으로 귀결되었다.

[고령화]

우리나라는 이제 ‘초고령 사회’의 길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20.6%가 되어 한국인구의 1/5 이상이 고령인구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저출산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노인부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이고 이로 인해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더욱 가중될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지금의 생산가능인구(15~64세)에서 65~74세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이는 막연한 궁여지책이 절대 아니다. 30년대 노인층이 많았던 08년도 노인실태조사에서는 전체 노인의 30%가 무학자였던 반면, 40년대생 노인층이 많았던 20년 조사 때는 고졸 이상 비율이 34.3%로 나타났다. 즉, 지금의 고령인구는 가난하고 힘든 노인이 아니라 여유 있고 똑똑한 노인인 것이다. 이들에게 건강하고 적절한 일자리를 주어 근로소득을 높이는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실질적인 생산가능인구’를 늘린다면, 우리는 고령화 사회를 그저 두렵기만 한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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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서 거시적 차원으로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점들을 짚어봤다면, 미시적으로 ‘복지 제도’에 한정해서 접근한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가입의 보편성’이다.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는 고용과 아주 강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일자리가 없거나 실직한 사람들이야말로 복지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사람들인데, 현 제도 하에선 이들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문제 등 한국 복지 제도에는 적지 않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이런 부분들을 종합하여 접근했을 때, 한국의 복지제도를 한 번은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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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복지제도의 개편을 언급할 때마다 반대 측에서는 즉시 ‘돈’ 이야기를 꺼낸다. ‘그럴 돈이 없다’라면서 말이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답은 이 책의 부제에 있다.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즉, 한국의 GDP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인 반면에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한다. (한국:27.3%, OECD 평균:33.8%) 다시 말해 한국은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조세 부담이 너무도 크다고 느끼는 편인 것이다. 나 역시도 우리나라가 세금을 많이 떼가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한국 정부의 재정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라고 하니 조금 많이 놀랐다.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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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해묵은 난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 위기 등 새로운 위험에 맞서기엔 시민을 보호하는 사회정책이 너무도 부족한 현실이다. 저고용과 저분배 문제에 우선적으로 매달려 미래형 서비스 산업에 재정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새 고용을 일으키고 과감한 재분배 정책을 실시하여 지속가능한 복지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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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안전가옥 쇼-트 1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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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심너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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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에서 만나다]

수록된 다섯 개의 단편 중에서 ‘재미’만을 따졌을 때,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작품은 바로 [경의중앙선에서 만나다] 이다. 아마 경의중앙선 지하철을 타보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이 많이 되진 않겠지만, ‘파주’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정말이지 ‘웃프다’는 감정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 “아니, 경의중앙선 시간표를 믿어요? 이분 정치인들 공약도 믿을 분이네.” (46p)

경의중앙선은 악랄한 연착과 통곡의 배차간격이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을 일으키는 지하철 호선으로 유명하다. 경의중앙선 때문에 약속시간에 겪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약속 시간에 늦는 것뿐만이 아니라 연착을 고려하여 일찍 나갔다가 약속 시간보다 40분 넘게 일찍 도착해버린 적도 있었다. 이 작품은 그런 점을 더 크게 과장하여 경의중앙선 이용객들에게 뼈저리는 공감을 선사하였다. 읽으면서 정말 많이 웃었는데, 이게 책이 웃긴 건지 내 처지가 불쌍해서 웃음이 나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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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가장 재밌었던 단편이 [경의중앙선에서 만나다] 였다면, 가장 좋았던 단편은 [정적]이었다. 이 작품은 서울, 그 중에서도 마포구 지역에서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현상이 느닷없이 발생하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마포구만 벗어나면 모든 게 정상적이지만, 이상하게도 마포구만 들리지 않는다. 사람 목소리도, 휴대폰 소리도, 그 외에 일체의 모든 소리도. 모든 학교는 일제히 휴교에 들어가고 상점들은 문을 닫고 마포구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마포구 집값은 일제히 떨어지고 그 외의 수도권 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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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보증금이 아까워 마포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난한 대학생인 주인공은 정적 상태의 주변 산책을 하다 어느 카페에 들어선다. 거의 모든 카페들은 폐점 상태에 이르렀지만, 이 카페만큼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었다. 들어가보니 이곳은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장소였고 직원과 손님들 모두 수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마포구의 정적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은 유일무이한 곳이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그 카페를 자주 방문하면서 그 전에는 관심을 일절 두지 않았던 청각 장애인들의 처우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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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에 떠오르는 화면을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뉴스에서 제공되던 자막이 없었다. 나는 하루아침에 달라진 세상 꼴이 기막혀서 하, 하고 한숨을 쉬었다. (32p)

대학교에서 ‘특수교육학개론’을 배우며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 깊이 배운 적이 있어서 가슴이 아팠던 구절이다. 청각 장애인분들 중에서도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분들이 꽤 많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영화나 TV에서 화면에 비치지 않는 인물의 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자막이 없는 영화보다 자막이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훨씬 선호한다는 수업 내용이 떠올랐다.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지만, 청각 장애인분들에게 ‘자막’은 문화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정적 현상이 사라지자 곧바로 자막까지 없애버린 작중 세상 꼴이 현실 사회를 너무도 잘 반영한 것 같아서, 기막혀하는 주인공에게 공감을 넘어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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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두 단편 외의 다른 작품들도 나쁘지 않았다. 중고서점에서 심너울 작가님의 다른 장편을 보았을 때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지 않았는데, (후회까진 아니더라도) 그때 살걸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나중에라도 기회가 닿는다면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볼 것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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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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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 서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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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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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진 작가님은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2)에서 처음 접했다. 호주를 배경으로 한 두 남녀의 처연한 사랑 이야기가 꽤 인상깊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 장편소설 <올리앤더>를 읽기 전 약간의 기대감을 가졌다. <올리앤더>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호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었다. 알고 보니 작가님이 현재 호주 시드니에 거주 중이시라고 한다. (찾아보니 다른 작품들도 거의 호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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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앞서 말했듯이 전에 읽은 단편이 ‘사랑’을 다루고 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재혼한 엄마에게 ‘팽’당하듯(?) 호주로 유학을 가게 된 대치동 인재의 전형 ‘해솔’과 오래전부터 호주로 이민을 와서 정착하여 지냈고 의대 진학을 꿈꾸는 호주 전교 1등 ‘클로이’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클로이의 집에 해솔이 홈스테이로 오게 되며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읽으면서 ‘호주를 배경으로 하는 SKY캐슬’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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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 전공이 ‘교육학’이기도 해서 그런지 드라마 ‘SKY 캐슬’을 볼 때 단순히 재미를 느끼는 것만을 넘어서 조금은 뼈아픈 공감이 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민낯을 낱낱이 고발하는 소재가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마음을 무겁게 했기 때문이다. <올리앤더>를 읽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드라마 ‘SKY 캐슬’은 거시적인 차원의, 대한민국 교육 제도의 부조리함을 다루고 있다면, <올리앤더>는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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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이 작품에서 ‘해솔’은 다른 과목의 점수를 높게 받는 반면에 창의성을 요하는 ‘에세이 작문’의 점수는 낮게 받는다. 이로 인해 ‘해솔’은 과외 선생님께 특강을 받게 되는데, 과외 선생이 짚어주는 부분을 해솔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 “이거로 호주 역사를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호주에 영국인들이 처음 배를 타고 온 순간을 그리면서…(중략)” 노아가 해솔의 말을 끊었다. “창작은 말 그대로 창작이야. 네 이야기를 쓰는 게 좋아.” (중략) “꼭 자기 이야기만 되는 거예요?” 해솔은 창의적인 글쓰기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두려워졌다. (123-124p)

지금까지 철저한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해솔’은 입력된 지식을 출력하는 것에만 익숙해져있지, 속에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는 것에는 너무도 서투른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수행평가를 할 때 다른 것보다 나만의 이야기를 적어야 하는 과제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서, 고전하는 ‘해솔’의 모습에 크게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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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솔’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한국의 교육 현실이 독립변수로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흔히들 ‘주입식 교육’이라고 말하는 게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창의력’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한 듯싶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 교육제도가 워낙 공고한 탓에 쉽사리 개혁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읽으면서 많이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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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써놓고 보니 ‘교육’에만 치중되게 쓴 것 같아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면서 ‘교육’과 관련된 부분에 가장 크게 마음이 동했던 것 같다. 이 외에 전반적인 느낌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꽤 재밌었다. 서수진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 정도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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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노블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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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 가토 시게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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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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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원물’ 장르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무언가 ‘성장소설’이라 하기도 애매하게 느껴지고, 로맨스나 추리 등의 특정 장르에 충실한 것도 아닌 듯하고… 아무튼 이래저래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출판사로부터 이 작품을 받을 때에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랑 잘 맞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띠지에 적혀있는 ‘정용준 추천’이라는 말이 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내가 사랑하는 정용준 작가님이 추천을??? 이건 못참지;;; 하는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더불어 일반판과 노블판, 두 권이나 보내주신 출판사 담당자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소미미디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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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얼터네이트’라는 고등학생 대상의 SNS를 소재로 하는 작품으로, 세 명의 주인공 각각의 서사가 교차되는 구조로 전개된다. 일종의 옴니버스 소설로도 볼 수도 있을 듯하고, 연작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용준 추천’이라는 말을 믿고 약간의 기대감을 가진 채 독서를 시작했지만, 줄거리 자체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타 작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흔하디 흔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다만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얼터네이트’라는 소재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바가 있어 그 부분에 대한 감상을 적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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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펐어. 난 딱히 인기인이 되고 싶었던 게 아냐. 그저 날 드러내고 싶었을 뿐이야. 그야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기쁘잖아. 하지만 그게 첫째는 아니야.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해서 그걸 본 누군가가 기뻐해주면 기분이 좋겠다, 정도의 느낌이었어. 그 녀석은 그렇지 않았던 거지. 어떻게 하면 더 주목을 받을지, 그게 기준이 돼버렸어. (후략)“ (73p)

🗣️ “난 얼터네이트가 92.3 퍼센트로 표시했기 때문에 플로우했을 뿐이야. 내 직감같은 거야말로 나한테 있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야.” (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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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스타그램에 독후감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책의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지금보다 ‘추리소설’ 같은 류의 장르 문학에 훨씬 편중된 독서를 했었기 때문에 책을 다 읽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용이 머릿속에서 금방 휘발되어버리곤 했다. 그게 싫어서 완독할 때마다 감상을 억지로라도 한두줄 적은 것인데, 그게 하나둘 쌓이면서 팔로워가 늘고 협찬을 받기도 하는 등 지금의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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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름의 북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것이 내게 좋은 영향만을 끼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스타 덕분에 한국문학이나 세계 고전문학, 나아가 인문교양서 등등 독서 범위가 훨씬 확장되기도 했고, 좋은 분들과 소통도 할 수 있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스타를 하다보면 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훨씬 더 깊은 감상을 남기신 분들의 글을 보며 열등감 내지는 자기혐오감이 들 때도 있었고,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여 감정 소모가 클 때도 있었다. (지금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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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으면서, 특히 위에서 언급했던 문장들 속 주인공을 보면서 인스타에 감정적으로 많이 매몰되어있던 당시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물론 작중 인물과 내가 SNS에게서 받은 영향이 서로 다른 종류이기는 하지만, SNS가 가지고 있는 양면적인 영향력을 느꼈다는 것 자체는 주인공과 나 둘 다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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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어떤 분들은 SNS 속 타인의 모습(혹은 글)을 보며 오히려 힘을 받아 계정을 더욱 활발하게 운영하는 원동력으로 삼겠지만,) 나는 오히려 인스타와 거리를 두려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독서 기록용이라고, 속으로 계속 되뇌이면서 나름의 마인드컨트롤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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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에 지금은 열등감이나 자기혐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지 않는 같다. 다른 사람이 어떻든지 간에 타인과 나를 비교해가며 스스로를 우울의 늪에 빠뜨리지 말고, 그냥 나는 길이나 가자고 생각하니 이전보다 속이 훨씬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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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일기 - 당신이 두고 간 오늘의 조각들 카페 소사이어티 1
이미연 지음 / 시간의흐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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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일기> - 이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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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이제 커피의 신이야. 커피를 달라고 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커피를 마시기 전이니까 제정신이 아닌 좀비들이거든? 그들에게 커피를 줄 수 있는 너는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거야. 그러니까 그들이 아무리 재촉해도, 무례하게 굴어도 쫄지 말고 네 페이스대로 천천히 해줘. 어쩌겠어? 커피를 가진 자는 너인데.” (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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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나의 취향과 완전히 잘 맞는 에세이를 읽었다. <카운터 일기>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저자가 뉴욕 브루클린의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적은 글(일기)을 엮은 에세이로, 카페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뒤도 안돌아보고 무작정 이 책을 들이밀고 싶을 정도로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투썸 플레이스에서 6개월, 개인 카페에서 1년 남짓한 기간을 아르바이트 해본 적이 있는지라,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파는 입장이라는 같은 처지로서 크게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고 한국과는 다른 뉴욕 카페만의 분위기를 느끼기도 했으며, 작가님의 현란한 글솜씨로 지금의 내 심정에 가장 필요했던 위로를 받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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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은 리듬에 맞춰 고개까지 그덕이며 (물론 아무도 못 듣게)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손님 중에서 무의식적으로 같은 부분을 흥얼거리는 사람이 나 말고도 두 명이나 더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남몰래 재밌어 했다. (27p)

개인 카페에서 있었던 경험이 떠올라서 낯부끄러움을 느꼈던 구절이었다. 투썸이나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와는 다르게 개인 카페에는 손님이 언제나 많진 않다. 특정 시간대에만 몰리고 그 외에는 아주 한가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때문에 손님들이 아무도 없을 때에는 카페에 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조작(?)하여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바꿔 틀곤 했었다. 그 사건 당시에도 손님은 한 명도 없었고, 나는 이때다 싶어 노래를 바꿔 틀고 밀린 설거지를 하며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설거지를 끝내고 뒤를 돌아보니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던) 손님이 와있었다. 웃참 챌린지를 하는 그 분의 얼굴을 보며 뒤늦게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니, 그때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수준을 넘어서 ‘열창’을 하다시피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테이크아웃으로 그 손님을 보내드린 뒤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해서 주저 앉아 속으로 부끄러움을 달랬던 기억이 났다. (참고로 그때 불렀던 노래는 지아의 ‘술한잔해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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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 망쳐버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옳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다다르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그때 가서 돌아보면 지그재그로 걸어온 지난 길이 그 순간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요소임을 수긍하게 될 테니까. 옳다고 생각되는 그 지점에서 눈 깜짝할 새에 다시 내려와 또 회의와 고민으로 점철된 길을 걸으며 ‘이렇게 살아도 되나’를 묻더라도 하나하나 도장을 찍다 보면 언젠가는 선물처럼 ‘리뎀션의 순간이 다시 온다는 것을 아니까 조금 덜 두려워할 수 있을 것 같다. (45p)

군대에서 전역한 뒤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맞는 것일까, 잘못된 곳을 향한 것은 아닐까, 혹은 너무 돌아가고 있는 걸까 등등 고민이 많은 요즘의 나에게, 45페이지의 이 구절들은 너무도 정확하고 시기적절한 위로가 되었다. ‘언젠가는 옳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다다르는 순간’이 오기를, ‘지그재그로 걸어온 지난 길이 그 순간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요소임을 수긍’하게 되기를 바라며 조금은 걱정을 덜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그대로 추진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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