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문법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김용익.이창곤.김태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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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문법> - 김용익, 이창곤, 김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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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사회보장제도라 하면 보통은 ‘5대 사회보험’과 1개의 ‘공적부조’를 일컫는다. 이때 다섯 개의 사회보험은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이고 공적부조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말한다. 말만 들었을 때에는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있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저자는 절대 그렇지 않음을 지적하며 거시적, 미시적 차원에서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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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했을 때, 지금의 우리나라에 닥친 가장 큰 위험은 아무래도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를 의미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세 가지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세세히 설명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저출산’이고,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된 건 ‘고령화’ 부분이었다.

[저출산]

인구 정지 상태, 즉 인구가 늘지도 줄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하는 반면에 우리나라 2020년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이었다. 한국의 저출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출산율이 낮아진 원인을 단순히 ‘여성의 역할 변화’로만 단정지을 수 있을까? 물론 과거보다 현재에 와서 여성의 역할이 가시 노동에서 임금 노동으로 확대되어간 것은 맞지만, 그와 동시에 남성의 역할도 가사 노동까지 확대되었어야 했고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국가와 기업의 지원 체계가 신속하게 갖추어져야 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그것이 현재의 심각한 ‘저출산’으로 귀결되었다.

[고령화]

우리나라는 이제 ‘초고령 사회’의 길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20.6%가 되어 한국인구의 1/5 이상이 고령인구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저출산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노인부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것이고 이로 인해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더욱 가중될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지금의 생산가능인구(15~64세)에서 65~74세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이는 막연한 궁여지책이 절대 아니다. 30년대 노인층이 많았던 08년도 노인실태조사에서는 전체 노인의 30%가 무학자였던 반면, 40년대생 노인층이 많았던 20년 조사 때는 고졸 이상 비율이 34.3%로 나타났다. 즉, 지금의 고령인구는 가난하고 힘든 노인이 아니라 여유 있고 똑똑한 노인인 것이다. 이들에게 건강하고 적절한 일자리를 주어 근로소득을 높이는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실질적인 생산가능인구’를 늘린다면, 우리는 고령화 사회를 그저 두렵기만 한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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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서 거시적 차원으로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점들을 짚어봤다면, 미시적으로 ‘복지 제도’에 한정해서 접근한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가입의 보편성’이다.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는 고용과 아주 강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일자리가 없거나 실직한 사람들이야말로 복지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사람들인데, 현 제도 하에선 이들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문제 등 한국 복지 제도에는 적지 않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이런 부분들을 종합하여 접근했을 때, 한국의 복지제도를 한 번은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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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복지제도의 개편을 언급할 때마다 반대 측에서는 즉시 ‘돈’ 이야기를 꺼낸다. ‘그럴 돈이 없다’라면서 말이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답은 이 책의 부제에 있다.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즉, 한국의 GDP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인 반면에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한다. (한국:27.3%, OECD 평균:33.8%) 다시 말해 한국은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조세 부담이 너무도 크다고 느끼는 편인 것이다. 나 역시도 우리나라가 세금을 많이 떼가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한국 정부의 재정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라고 하니 조금 많이 놀랐다.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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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해묵은 난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 위기 등 새로운 위험에 맞서기엔 시민을 보호하는 사회정책이 너무도 부족한 현실이다. 저고용과 저분배 문제에 우선적으로 매달려 미래형 서비스 산업에 재정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새 고용을 일으키고 과감한 재분배 정책을 실시하여 지속가능한 복지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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