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시절 - 2026년 제71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김상혁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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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시’라는 장르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시집을 꾸준히 읽어오면서 나름 시 읽는 법을 터득하기도 했고, 좋아하는 시인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독자의 존재를 잊은 듯 시인 자기만의 감성에 심취해 쓰인 시를 만날 때면 여전히 혼란스럽고 속상한 마음이 저를 덮칩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시인이 쓴 시가 한곳에 모인 앤솔러지가 꽤 도움이 되더군요. 저의 감성과 맞는 시인과 맞지 않는 시인을 한 권에서 분별하고, 이후 그 시인의 책을 따로 찾아 읽을 수 있으니깐요.

그런 의미에서 『2026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역시 좋았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현대문학상’의 후보작인 만큼, 작품이 담고 있는 문학적 성취는 어느 정도 보장된 것이라 믿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좋고 나쁨을 판별했던 기준은 어디까지나 ‘취향’이었습니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시도 분명 있었지만, 수상자 김상혁 시인의 작품을 비롯해 제 마음에 와닿는 시를 적지 않게 만났습니다. 그런 시를 읽을 때면, 저는 역시나 행복해지더군요.

11강 ‘모더니즘과 모더니티’ 교안 준비 중

교무팀 연락이네요. 봄학기로 강사

임용이 만료되며 재계약은 어렵다고요.

획 떠나지 말고 김 선생이 고르고 키운

학생들 보게 게시글 하나 남기라는 학과장님

권고사항입니다. 가르치는 나도 시가 잘

안 돼요. 열정이 떨어진 느낌? 데뷔하고 나서는

쓰고 송고하고 한참 뒤 파일 열면 거기에 들인

시간부터 떠올랐지요. 요즘은 나보다 늙은

선배가 아직 시간강사라는 사실 그러므로 내게

찬스가 있다는 생각을. 그러니 여러분 학생일 때

시 쓰기 바랍니다. 괜히 선생을 괴롭게 만들지

마세요. 자기소개는 Q&A 게시판에 말고

부탁합니다. 앱으로 알림 오고 내가 답변을

남겨야 해서요. 안녕하세요? 하면 안녕

하세요 답하는 순간이 매번 기쁨이었음

합니다. 시인은 고향이 없다는 말 기억

하지요? 수시모집 실기심사 2회 들어갔고

6년간 재밌었네요. 졸업생도 볼 수 있게

자유게시판에 쓰고 말 예정. 혹시 딴 선생께

다르게 배우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정답을

배웠다 믿기를요. 후회는 안 합니다. 하나

걸리는 거 날씨 좋아 야외수업 하자는 말들

외면했지요. 우리의 시간이었으나

그래도 되는지 방침을

내가 알 수가 없어서요.

시 「퇴임사」 전문

김상혁 시인의 작품 대부분이 어렵지 않은 시어와 표현들로 쓰여 있어서 다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퇴임사」라는 시가 가장 좋았습니다. 제가 지금 대학생이어서 그런 걸까요? 시에 쓰인 배경과 상황들이 제가 다니는 학교와 겹쳐 보여 무척이나 잘 그려졌어요. 물론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계약직 시간강사’로서의 설움과 씁쓸함, ‘시’를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유머, 그리고 ‘야외수업’을 가지 못해 토로하는 아쉬움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넘나들며 시적 정취를 풍부히 느낄 수 있어 무척 좋았습니다.

그 외에도 ‘집에 있으면 학원 가기 싫고 학원 가면 집에 오기 싫은 / 앞일 같은 거 잘 모르겠고 좋은 것 싫은 것 한데 모아 두고 싶은 마음인 것’(시 「한 세계」 일부) 구절에서는 웃픈 공감이 갔고, ‘귀여운 척한 적 없어요. 귀엽다는 말에 혹할 만큼 어렸던 적 없어요.’(시 「물 흐르게 물건 떨어지게」 일부)에서는 냉담한 현실 속 한 개인의 서글픈 심정이 느껴졌습니다. 감탄하며 읽었어요. 고작 한 구절에 불과한 문장인데도 이렇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다니,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시를 읽을 때마다 매번 놀라곤 합니다. 좋았던 다른 시인의 시도 있었지만, 김상혁 시인의 시집을 꼭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현대문학상 수상시집을 꾸준히 찾아 읽을 것 같습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이 책으로 시의 세계에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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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에서 이리가 오늘의 젊은 작가 53
윤강은 지음 / 민음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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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가 찾아온 걸까요, 『저편에서 이리가』 속 지구는 기온이 심하게 낮아져 대멸종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그런 비현실적 배경을 대단히 친절하고 섬세하게 묘사하여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과 몰입이 수월하게끔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지 내 가장 높은 초소에 올라서면 망원경을 통해 먼 설원을, 새하얀 지평선을 건너다볼 수 있다. 그럴 때면 숨을 참아야 한다. 호흡할 때마다 짙은 입김이 번져 망원경 렌즈를 탁하게 물들이고 시야를 가로막기 때문에.’(32p) 같은 문장을 읽을 때는 감탄하기도 했더랬죠.

그런 한반도 위에는 서로 다른 정치 체계를 가진 세 구역이 있습니다. 한반도 최남단의 생산 구역 ‘온실 마을’, 중부 지역 ‘한강 구역’ 그리고 대륙군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압록강 기지’. 이런 설정 또한 작가가 상당히 깊이 고심한 듯 탄탄하게 느껴졌습니다. 충분히 타당하고, 논리적으로 설득된다고 말이죠. 공간적인 배경과 그 안의 세계관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으니, 앞으로 이 안에서 뻗어나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레 부풀어 올랐습니다.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과연 어떤 서사가 나를 빨아들일까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저편에서 이리가』는 제 예상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서사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듯했어요. 소설에는 다섯 명의 청년들이 등장하는데요, 이들의 관계성에 주목하여 그 심리를 윤강은 작가는 섬세한 필치로 조명합니다. ‘유안’과 ‘화린’ 간에는 어색하면서도 새롭게 친분을 쌓아가는 설렘의 과정이 도드라졌고요, ‘화린’과 ‘기주’ 사이에서는 한때 절친한 친구였지만 서로에 대한 사소한 기대와 실망이 계속해서 쌓이고 쌓여 결국 원망이 되면서 점차 멀어지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래서 유안을 대하는 화린의 모습을, 기주가 약간의 시샘이 섞인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공감가다못해 감정이 이입되기도 했고요. 그런 기주의 곁에 새롭게 등장하는 ‘백건’이랄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설명은 생략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변수처럼 작용하는 ‘태하’ 등 각기 다른 인물들 간의 관계성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단편이 아니라 장편소설에서만큼은, ‘서사’가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전개할 수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거대 서사가 ‘장편’ 분량의 소설에서만큼은 꼭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테면 어떤 음모와 배신이랄지, 이를 간파한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극복한달지 등등… (글을 쓰다보니 『스노볼』(박소영)이 떠오르네요. 무척 재밌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편에서 이리가』에서는 그런 부분이 (적어도 저의 눈에는) 부족했습니다. 뭐, 대륙군이 침공한다는 점…을 들 수는 있겠지만, 정교하게 쌓아올린 배경과 세계관에 비해 너무나 빈약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세계관이나 인물들이 충분히 매력적인데, 그 매력을 서사가 살리지 못해 아쉬웠달까요. 물론 첫 소설이니까, 그만큼 앞으로 윤강은 작가가 쓸 작품이 기대되긴 합니다. 다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것에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긴 했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켜준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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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장의 용도
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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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문학에 대한 저의 취향은 매우 확고합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 우리가 사는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소설, 즉 허구적 상상력보다는 현실감이 물씬 느껴지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함윤이 소설가의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는 저의 취향과 전적으로 상반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의 마음이 귀신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수호자」와 「나쁜 물」, 꿈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천사들(가제)」 등 책을 읽는 동안 ‘이 소설들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환상일까’ 하는 질문을 계속해서 했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막상 책을 덮고 나니 그런 질문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윤이가 만들어낸 ‘환상’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현실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도구이기 때문이었죠. 결국 환상적, 비현실적 소재를 차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지극한 현실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는 점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보통 판타지 소설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반면, 『자개장의 용도』는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거든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한 차례 만났던 표제작 「자개장의 용도」가 가장 좋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자개장’은 주인공이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주는 물건으로 등장하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아닙니다. 자개장을 활용하여 떠나는 것은 마음대로지만, 복귀할 때는 자개장을 활용할 수 없습니다. 즉, 돌아오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라는 점이에요. 떠남이 욕망이라면 돌아옴은 책임이라는 거죠. 이 작품은 그 점을 주제의식으로서 전면에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구유로」 도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함께 걸그룹 아이돌을 준비하던 네 명의 여성 중 주인공이 탈퇴하겠다고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말만 들었을 때는 여러 여성들의 갈등이 소설의 전반을 구성할 것이라 예상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는 모습이 그려져요. 각자가 처한 상황과 처지를 이해할 때 비로소 진정한 우정이 시작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곱 편의 수록작 중 유일하게 뭉클한 마음이 들었던 단편이기도 했고요. 앞서 언급한 ‘젊은작가상’을 비롯해 문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그리고 최근에 문학동네소설상까지! 화려한 수상이력을 가진 작가답게 평단의 주목을 받는 이유를 『자개장의 용도』를 읽으며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곧이어 출간될 함윤이 작가의 장편에 기대를 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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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미술사 - ‘정설’을 깨뜨리고 다시 읽는 그림 이야기
박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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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11기

우리는 흔히 미술사를 위대한 천재들의 연대기쯤으로 생각한다. 고흐는 가난과 비극 속에서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고, 고갱은 타히티에서 원시적 영감을 받았으며, 루벤스는 거대한 캔버스를 홀로 완성한 천재였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익숙한 줄거리에 의문을 던진다. 정말 고흐는 그림을 한 점도 팔지 못했을까? 고갱이 본 타히티는 진짜 ‘원시적 낙원’이었을까? 루벤스는 혼자 붓을 잡았던 걸까?

이 책의 저자 박재연은 우리가 무심히 받아들이던 미술사의 신화를 다시 들여다본다. 흥미로웠던 건 단순히 “그건 틀렸다” 하고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이야기가 왜 그렇게 굳어졌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예술가는 언제나 개인의 천재성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시대의 제도, 권력, 시장, 심지어 관습 같은 것들이 작품 뒤에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걸 읽으면서 “내가 미술관에서 작품 하나를 본다고 해서 그 모든 걸 알 수는 없겠구나” 하는 겸손함 같은 것도 생겼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순간은 각 예술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면모를 엿볼 때였다. 루벤스가 사실 공방 시스템 속에서 조수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했다는 사실은 “위대한 거장이 붓을 들면 곧바로 명작이 탄생한다”는 환상을 깨주었다. 베르트 모리조 같은 여성 화가가 오랫동안 ‘마네의 제수씨’라는 틀에 가려져 있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미술사를 배울 때 얼마나 남성 중심의 프레임 속에 있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줬다. 이런 부분을 읽을 때마다, 내가 아는 미술사가 단지 좁고 편향된 버전이었다는 걸 느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루브르 박물관의 이야기였다. 전쟁이나 혼란의 시기, 예술 작품들을 비밀리에 숨겨 지켜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미술관은 단순히 전시하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때로는 작품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은신처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루브르의 웅장한 건물 안에 수많은 명작이 걸려 있는 풍경만 떠올렸던 나에게, 그 뒤편에서 그림들을 ‘숨겨 지킨’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는 사실은 어떤 드라마보다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예술 작품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시대와 사람들의 손길이 이어져 지켜낸 결과물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두 번째 미술사’라는 제목이 이해가 갔다. 우리가 학교나 미술관에서 배워온 ‘첫 번째 미술사’가 있었다면, 이 책은 그 그림자를 보여준다. 기존의 이야기를 지우려는 게 아니라, 그 옆에 또 하나의 길을 놓아주는 것이다. 덕분에 앞으로 미술을 볼 때도 조금 더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이 그림은 누구의 명작이다”라는 이름표에 만족하지 않고, 그 배경과 맥락을 궁금해하게 될 것 같다.

읽는 내내 “아, 이런 이야기를 더 일찍 알았더라면 미술관에 가는 게 훨씬 재밌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사를 잘 알지 못해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동시에 통념을 흔들어주는 지점이 많아 머릿속이 환기되는 느낌이었다. 미술에 관심이 있든 없든 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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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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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문학 작품을 읽다 보면 그 서사가 펼쳐지는 배경이 되는 장소로 직접 가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가상의 허구 도시가 배경인 소설도 있지만(판타지나 SF 등) 실제 지역명 이름을 대놓고 언급하며 세세한 묘사를 곁들이는 소설도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 광활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면, 내가 직접 그곳으로 가보고 싶은 의욕이 샘솟기 시작한다. (물론 실행으로 옮긴 적은 없다. 여행 자체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지라…)


내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만 했던 그런 여행 방식을 실제로 실천하신 분이 있다. 바로 이번에 읽은 『나와 그녀들의 도시』의 저자, 곽아람 기자님이다. 이 책이 바로 그 기록이다, 문학 작품 속 배경이 되는 도시들을 여행하는 것. 이 책에 언급하는 소설 목록만 봐도 『빨강머리 앤』, 『위대한 개츠비』, 『톰 소여의 모험』 등 아주 빵빵하다. 단순히 그 도시를 여행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작품 내용을 인용하여 어디에 이 도시가 언급 및 묘사되었는지, 그때 주인공이 어떤 상황과 마음이었는지 등을 컬러풀한 사진과 함께 담았다. 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간접적인 여행을 같이 떠나고 있다는 느낌을 물씬 받게 하는 효과가 탁월한 것도 같다.


다만 내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작품들도 많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거릿 미첼), 『카리브해의 미스터리』(애거서 크리스티) 등에 대한 내용은 그래서 부러 읽지 않았다. 왠지 스포일러가 될 것도 같다는 걱정이 들어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두고, 이 책에 언급되는 책들을 따라 독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를테면 『빨강머리 앤』을 읽은 뒤, 이 책에 나온 『빨강머리 앤』의 배경 도시를 가보는 듯한 경험, 작가가 작품을 쓰며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등을 알게 되면 보다 풍부한 감상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문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나와 그녀들의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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