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혁 시인의 작품 대부분이 어렵지 않은 시어와 표현들로 쓰여 있어서 다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퇴임사」라는 시가 가장 좋았습니다. 제가 지금 대학생이어서 그런 걸까요? 시에 쓰인 배경과 상황들이 제가 다니는 학교와 겹쳐 보여 무척이나 잘 그려졌어요. 물론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계약직 시간강사’로서의 설움과 씁쓸함, ‘시’를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유머, 그리고 ‘야외수업’을 가지 못해 토로하는 아쉬움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넘나들며 시적 정취를 풍부히 느낄 수 있어 무척 좋았습니다.
그 외에도 ‘집에 있으면 학원 가기 싫고 학원 가면 집에 오기 싫은 / 앞일 같은 거 잘 모르겠고 좋은 것 싫은 것 한데 모아 두고 싶은 마음인 것’(시 「한 세계」 일부) 구절에서는 웃픈 공감이 갔고, ‘귀여운 척한 적 없어요. 귀엽다는 말에 혹할 만큼 어렸던 적 없어요.’(시 「물 흐르게 물건 떨어지게」 일부)에서는 냉담한 현실 속 한 개인의 서글픈 심정이 느껴졌습니다. 감탄하며 읽었어요. 고작 한 구절에 불과한 문장인데도 이렇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다니,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시를 읽을 때마다 매번 놀라곤 합니다. 좋았던 다른 시인의 시도 있었지만, 김상혁 시인의 시집을 꼭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현대문학상 수상시집을 꾸준히 찾아 읽을 것 같습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이 책으로 시의 세계에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