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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평점 :
요즘 난 이런 물음에 빠져있다. ‘나는 왜 소설은 좋아하면서 에세이는 좋아하지 않는 걸까.’ 더구나 에세이라고 해서 다 싫은 건 또 아니다. 인생책으로 꼽는 에세이도 분명히 있다. 이런 모순적인, 아니 모순적이라기보다는 양가적인 데에는 이유가 분명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 이유를 찾느라 계속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영하 소설가의 신작이자 베스트셀러 『단 한 번의 삶』을 읽으니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일단, 내가 에세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저자의 ‘리얼’한 경험이 너무도 ‘내밀’하게 담겨있다는 데에 있다. 허구를 기반으로 쓰인 소설과는 다르게 에세이는 실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에 온전히 즐기기가 힘들다. 뭔가… 타인의 아프고 힘들었던 경험들이 그저 가볍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달까?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사람의 인생이 나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그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이 사는 거고, 내 인생은 그와는 다른 또 나만의 삶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여기서 MBTI를 언급하고 싶다. S 성향이 96%나 나오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유를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소수의 에세이들을 살펴보니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다루고 있는 소재가 나의 관심분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문학과 삶]을 다루고 있는 『밑줄과 생각』(정용준), 『고요한 읽기』(이승우), [술]에 대해 쓰인 『아무튼, 술』(김혼비) 그리고 [카페 알바] 경험담이 적힌 『카운터 일기』(이미연) 등이 그러하다. 이런 소재들은 나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그렇기에 이에 대해 깊이 탐구해놓은 혹은 리얼한 경험담이 담긴 글들이 내게 너무나도 재밌고 즐겁고 깊이 있게 읽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읽은 『단 한 번의 삶』은 어떨까. 소설가가 썼기에 [문학]에 대한 부분이 녹아들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고, 제목에서도 ‘삶’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기에 인생에 대한 통찰 또한 깊이있게 담겨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문학이라는 키워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삶에 대한 통찰 역시 전에 읽은 『고요한 읽기』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김영하 소설가의 부모님에 대해 자식으로서 그들을 회고하며 쓴 글들이 가득 있어서 그런지 내겐 너무 지나치게 내밀했다.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이 책이 억지로 떠먹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연유에서 나는 한줄평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고 적었다. 베스트셀러에 대해 혹평을 남긴다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지만, 베스트셀러이기에 오히려 이런 글 하나 적어봤자 판매량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어 오히려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같다. 그런 마음을 담아 조심스레 글을 적는다. 부디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기분 나빠하지 않길 바라며, 또 누군가는 나의 감상에 조금이라도 공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