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절연해본 경험이 다들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딱 한 번 있다. 그 친구와 너무도 명징하게 ‘손절’했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거대한 파급력을 끼쳤던 경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영향이 긍정적이지는 않았기에, 언제나 나는 그때의 경험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려 할 때마다 애써 외면하고 도망치려 했다. 그리고 이 시를 만나니 그때의 나를 이제야 비로소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그 친구와 나는 서로 ‘도를 넘어섰’다. 그 애도 그랬겠지만 나 역시 ‘억울하고 후련’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또다시 도를 ‘지나치지 않’기 위해 시적 화자처럼 나 또한 ‘창밖을’ 보고 그에 비친 ‘나’를 봐야 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과거의 나 자신을 반추하게 하는 시, 시를 읽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