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이 ‘줍는 순간’인 이유가 바로 위의 문장에서 드러난다. 시인님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바로 ‘줍기 위해서’라는 것, 무엇을 줍느냐 하면 자신을 ‘찌르는 순간들, 관통해가는 감정들’이라는 것. 줍는다는 표현은 ‘놓치지 않고 자각해내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치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굳이 여행을 통해서가 아니라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동안 ‘줍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줍는가. 나는 무엇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려 하는가.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내가 내린 답은 ‘행복을 찾는 것’이다. 요즘 행복은 무엇일까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행복이란 거창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답을 내렸다. 다시 말해 ‘앞’이 아니라 ‘옆’에 있는 것. 무언가의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얻는 행복은 너무 찰나에 불과하고 오히려 그 후유증, 속된 말로 ‘현타’가 더 크게 오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행복이란 바로 내 옆에 있는 것, 때문에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야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을 놓치지 않고 이것들을 주우면서 살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나는 에세이 장르의 글도 그냥 읽고 덮으면 그만인 게 아니라,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통찰이 담긴 산문이 좋다. 널리고 널린 힐링 에세이에서 그저 글자 그대로를 읽음으로써 얻는 가벼운 힐링이 아니라, 책 속에 담긴 문장을 능동적으로 읽고 자신의 삶과 적극적으로 관련지으며 진정한 위로를 갖게 되는 산문이 좋다. 관심없는 ‘여행’이라는 소재의 산문이라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너무 좋았던 독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