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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황후 1
알파타르트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19년 10월
평점 :
<재혼황후> - 알파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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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재혼황후>에 대한 리뷰를 쓰려고 하니 조금 막막한 것 같다. 딱히 교훈을 주거나 생각할 거리들을 던지는 소설도 아니고, 주변에서 많이들 읽는 추리소설도 아니다. 물론 웹소설계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웹툰, 드라마 등으로 제작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 재혼황후 읽고 다녀”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긴 조금 부끄러운 감이 없지 않다. 마치 길티 플레져가 이런 것일까. 소설계의 ‘숨듣명’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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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이런 책들을 읽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이유,,,, 너무 자극적이고,,,, 너무 재밌다,,,, 궁중판 <부부의 세계>를 보는 기분이었다. 다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막장’으로 일컬으며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통 막장이라 하면 현실성 없는 설정 및 전개 등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나오는 주석경과 민설아의 ‘출생의 비밀’이라든지, <아내의 유혹>에서 눈 밑 점 하나 찍어도 못 알아보는 설정이라든지 이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불륜’ 그 자체는 세상에 널리고 널리지 않았는가. (심지어 나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제 불륜 커플을 보기도 했다. 내용 궁금하면 디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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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리가 명작이라고 부르는 고전 소설 중에서도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정말 많다. 예를 들어, 러시아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안나’와 ‘브론스키’의 애틋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불륜)을 다루고, 독일 작가 ‘괴테’의 첫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도 ‘베르테르’가 부인 ‘로테’(우리가 흔히 아는 그 ‘롯데’)에게 첫눈에 반해 애걸복걸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 외에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마담 보바리> 등 고전에서는 (불륜을 빙자한) 비극적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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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까지 말한 내용들은 전부 <재혼황후>를 읽은 나 자신에 대한 자기합리화 과정이었다. 그래도 난 <재혼황후>를 재밌게 읽었다. 초반에 ‘나비에’와 ‘소비에슈’의 이혼 재판과 곧이은 ‘하인리’와의 재혼을 승인받는 장면이 나온 후 훨씬 전의 과거로 돌아가 계속된 고구마같은 답답한 전개가 이어진다. 이 안에서도 똑똑하고 품위있는 ‘나비에’의 모습이 중간중간 사이다를 주어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3권까지 가서 재판 장면이 나온 뒤로는 마음 속에서 한시름 놓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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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작품이 워낙 인기가 좋다보니까 작가가 전개를 빠르게 가져가는 게 아니라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장기 연재를 목표로 하려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 같은데, 그래서 종이책 한권당 50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6권까지 출간되었지만 아직까지 완결이 나지 않았다…(웹상에서는 완결되었다.) 그리고 재판 이후로 넘어가다보니 슬슬 이야기가 다시 루즈해지는 것 같아서 더 읽지는 않고 하차하려고 한다. 어디가서 이 책을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읽기에는 딱 좋았던 것 같다. 다른 책들은 앉아서 집중하면서 읽어야하는 반면 이 책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후루룩 읽을 수 있는 그런 책. 하루에 한권씩 읽을 수 있는 책. 종이책으로는 사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도 사고 싶다면 3권까지만 사는 걸 추천한다. 아니, 그냥 사지말고 네이버에서 무료로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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