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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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히가시노 게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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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형제 ‘츠요시’와 ‘나오키’는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형 ‘츠요시’는 공부를 잘하는 동생 ‘나오키’를 위해 본인의 학업을 포기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데만 전념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나오키’의 대학 입학은 어려운 경제적 형편이었다. 이삿짐 센터에서 일하던 ‘츠요시’는 본인이 일했던 부잣집에 들어가 강도짓을 하자고 결심하지만 의도치 않게 그 안에 있었던 집 주인을 살해하게 되고 징역형을 살게 된다. 이후 ‘나오키’는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온갖 차별을 당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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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었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 아니었고,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가해자의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피해자나 피해자의 유족, 혹은 범인의 입장을 다룬 작품을 읽어본 적은 있어도 범인의 가족을 다룬 작품은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편지>는 내게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한번도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에서는 뻔뻔하게 나오는 가해자의 가족들 때문에 고통받는 피해자의 가족들을 보며 분노를 느꼈던 적은 있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이 그러하다.) 하지만 <편지>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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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읽다보면, 가해자의 가족들은 본인들이 범죄를 직접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냉담한 시선과 차별을 받는 모습이 그려지며 그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부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 살인자의 가족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나도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들을 볼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부끄러웠다. 하지만 중간에 ‘나오키’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님이 이런 말을 한다. 

🗣 “차별은 당연한 거야. (중략) 사람들은 대부분 범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 하네. 사소한 관계 때문에 이상한 일에 말려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따라서 범죄자나 범죄자에 가까운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행윌세. (중략) 자신이 죄를 지으면 가족도 고통을 받게 된다는 걸 모든 범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추리소설이 아니다보니까 예상을 뒤엎는 반전같은 결말은 없었지만, 이 문장은 반전보다도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갖고있던 생각이나 편견, 선입견 등을 부정하는 문장이었다. 범죄자와 그의 가족을 멀리하고 그들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차별이든 역차별이든 그런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는 건 아니었다. 가해자의 가족들은 그저 그 시선들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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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나오키였다면 이런 상황이 억울할까? 억울하지 않으려 할까? ‘범죄 현실에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그를 실제로 겪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겪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도 이런 문학 작품을 읽으면 내가 현실에서 경험해보지 못할 혹은 경험하지 않을 것들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 읽은 <편지> 내가 평생을 살면서 직접적으로 느끼고 싶지 않은 삶과 감정들을 알려주었다. 하루만에 읽을 정도로 몰입감과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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