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년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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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년> - 이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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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최애를 납치했다.” 책 띠지에 쓰여있는 이 문장은 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에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돌의 사생팬 문제가 심각하다는 뉴스를 많이 접하기도 해서인지, 유명 아이돌 가수가 스토커 팬에게 납치되거나 혹은 더 큰 끔찍한 일을 당하는 걸 상상해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이 홍보문구를 보는 순간 나는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연한 나의 상상과 얼마나 부합할지 꽤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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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총평을 먼저 하자면, 내게 <성소년>은 ‘용두사미’의 작품이었다. 초중반부는 기억을 잃은 채 정체를 알지 못하는 네 명의 여자들에게 간병을 받는 ‘요셉’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요셉’이 탈출을 결심할 때, 시점은 그 정체불명의 여인들로 옮겨간다. ‘안나’, ‘미희’, ‘나미’, ‘희애’. 그들이 ‘요셉’이라는 유명 가수에게 어쩌다 빠지게 되었는지 인물마다 각각의 서사가 나오고, 그들이 뭉쳐서 요셉을 납치하는 과정까지 아주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이 부분까지는 정말 좋았다.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잘 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몰입감과 긴장감,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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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흥미를 잃고 꾸역꾸역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루하고 답답한 전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성욱’의 갑작스런 등장과 죽음, 성기가 잘린 채 바닷가에서 떠내려온 시체가 발견되는 사건 등은 작품의 전체 서사에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넣었을까.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 부분들이 전체 흐름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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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도 상당히 이상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거듭되었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찝찝한 마무리여서 꼭 이렇게 끝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등장인물이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 이 작품에서는 독자들이 등장인물들에게 공감과 감정이입을 유발하여 재미를 끌어내는 방식보다는 극 자체를 흥미진진하게 끌고 가는 전개 방식이나 깔끔한 마무리를 통해 완독했을 때 개운한 기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성소년>은 그런 점에서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마치 랍스터라는 최상급 재료를 가지고 라면을 끓인 느낌, 근데 하필 끓인 라면도 물을 너무 많이 넣은 한강 라면인 탓에 맛도 별로. 초반에는 분명 재밌다는 생각을 했는데 후반부의 전개가 안타까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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