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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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 매들린 밀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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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문외한이다. 생각해보면 90년대에 태어난 나의 동년배들은 초등학생 때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신화 속 인물들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겠지만 나는 그 만화를 아예 본 적이 없다. 어머니께서 ‘인간보다도 못한 신들의 막장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접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물론 어릴 때의 나도 그 만화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어서 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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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으니, 그리스 신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신화 이야기들을 알고 있지만 나만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쩌다가 듣는 신화 이야기들은 정말 자극적이고 재밌었다. (엄마가 그런 생각을 가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신화에 대해 공부까진 아니어도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될지 막막했다. 그러다가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인스타 후기들이나 북튜버 분들의 호평을 보게 되어 관심이 많이 생겼고, <키르케>보다 <아킬레우스의 노래>라는 책이 먼저 집필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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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활약한 전쟁 영웅이다. 책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아킬레우스’에 대한 서사를 담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봤을 때에는 이 책이 전쟁 소설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인 ‘파트로클로스’와의 사랑과 성장담을 포함하여 ‘트로이 전쟁’이라는 소재를 보다 풍부하게 풀어낸 작품이었다. 사실 ‘파트로클로스’와 ‘아킬레우스’의 동성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라 처음엔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사춘기 소년들이 겪는 성장 서사,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 영웅으로서 참전해야하는 심리, 자존심이 걸려있는 다른 영웅과의 갈등 등 다양한 상황들이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상당히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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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입문작으로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뒷편에 나와있는 작가의 말이나 옮긴이의 말에서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그리스 로마 신화 및 원작 <일리아스>를 충실히 반영하여 각색한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신화에서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헷갈린다는 것인데, 풍부한 서사가 담긴 한 편의 책으로 접하면 그 이야기 속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 것 같다. 더구나 이 작품은 영국의 여성 문학상(당시 오렌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렇게 재미와 문학성을 갖춘 작품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입문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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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위에서 말한등장인물의 이름 어렵다는 점과 더불어 책의 중간 부분이 살짝 지루하다는 것이다. 책의 전반부가파트로클로스아킬레우스 성장담을 다룬다면 후반부는트로이 전쟁 본격화를 다루었다고 있는데,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중반 부분에서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부분을 읽을 때의 내가 집중력이 좋지 않았던 특수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이 없이 재밌기는 힘들 같기도 하다. 어찌됐든 나는 작품을 재밌게 읽었고, 빨리 <키르케> 읽고 싶다. <아킬레우스의 노래>보다 <키르케> 훨씬 재밌다는 후기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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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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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ADHD의 슬픔> - 정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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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를 의미하는 정신질환 용어로, 모두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ADHD를 들어본 적 있는데, 보통 아동기에 많이 나타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나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인 ADHD’라는 말을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했다. 그 용어들을 계속 접하다보니 요즘 그리고 과거의 나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보게 되었고, 나도 혹시 ADHD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도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책을 읽을 때도 중간중간 딴생각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집중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덜컥 겁이 났을 때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제목의 ‘젊은 ADHD’라는 말이 마치 나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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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ADHD의 슬픔>은 정지음 작가님께서 직접 겪으신 ADHD의 증상과 진단 및 치료에 대한 기록들을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는 느낌을 받은 에세이다. ADHD의 증상 혹은 그로 인한 영향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심각성이 느껴져서 절로 숙연해질 수 있는데, 이 책은 정지음 작가님의 재치 넘치는 필력 덕분에 읽는 동안 웃음이 나게 만들었다. 더구나 소설과는 다른 에세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 

🗣 내가 청소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청소가 결과 지향적인 것 같아도 실은 과정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싹 치워진 상태를 위해선 공간의 체계를 파악하고 비움과 수납을 반복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체계적, 규칙적, 반복적 과업에 약한 게 ADHD인데 청소는 딱 그 능력만을 요구했다.

🗣 소비에 대한 문제는 인생 내내 나를 따라다녔지만, 그 어떤 편법으로도 고쳐지지 않았다. 소비이자 ‘습관’이기에 개별 건수보다는 타성을 이기는 게 중요했다. 타성에 젖기만 하고 이겨본 적은 없는 내가 너무 큰 싸움을 시작한 건 아닌가 두려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와 싸우지 않으면 온갖 종류의 채권추심과 싸우게 될 테니 더욱 두려운 것을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억제에 대한 타성보다 무서운 분출이 세상에 너무 많다.

🗣 “엄마는 어디가 아파?” “엄마는 마음이 아파.” “왜?” “응 엄마는 매일매일 집에서 혼자 너희들 보느라 아파.” 그 순간 내 마음에도 통증이 왔다. 종잇장처럼 마른 여자가 폭발하는 형제의 활동량을 감당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견디지 못하는 힘듦이 바로 아픔이구나 생각하고 그분이 행복해지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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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은 바로 ADHD는 스펙트럼 질환이라는 것이다. 다른 일반적인 질병들처럼 ‘ADHD가 맞다/아니다’로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ADHD의 넓은 범위 어딘가에 있고, 그 범위 중에서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ADHD 진단을 받는다는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ADHD의 스펙트럼 속 어딘가에 속해 있을 것 같다. 정지음 작가님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위로가 되었고 동시에 그런 생각을 했음에 작가님께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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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기도 했고, 위로를 받기도 했으며, 웃음과 감동을 느끼기도 에세이였다. 다만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ADHD라는 하나의 주제만을 다루다보니, 후반부에 가서는 같은 의미의 다른 말을 반복하는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아주 살짝 지루했다. 내가 기존에 에세이를 읽지 않았던 이유도 이와 같다.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도 <젊은 ADHD 슬픔>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만큼 재밌게 읽었다는 , 다른 사람들은 책을 재밌게 읽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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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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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광> - 렌조 미키히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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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반전에 놀라지 않으면 환불을 해주겠다는 출판사의 마케팅을 봤다. 이 출판사는 워낙 SNS 광고를 많이 하던 걸 봤던 터라 ‘이번에도 시작이구나’ 싶었다. 역시 많은 인친분들의 리뷰가 뒤따랐는데, 다들 재밌다고도 하고 특히 반전에 놀랐다는 후기가 정말 많았다. 하지만 내 돈을 직접 주고 사고 싶진 않았다. (광고에 지는 기분이 들어서…) 근데 내 생일에 많은 교보문고 기프티콘을 받았고, 그걸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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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화가 난다. 웬만하면 왓챠피디아에 평점을 남길 때 2점 이상은 주는데, 이 작품은 1점을 주었다. 읽기 전 많은 기대를 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그 기대는 차근차근 부서졌다. 그래서 이 작품이 어떤 점에서 내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었던 점은, 이 책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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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책 띠지에는 “일곱 명의 고백, 일곱 번의 반전 ~”이라고 쓰여있다. 나는 이 문구를 보고 이 작품이 2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2인칭 시점으로 쓰인 작품으로는 대표적으로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미나토 가나에 <고백> 등이 있다. 특히 나는 <고백>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등장인물이 독자에게 직접 말함으로써 독자는 그 인물의 심리가 호소력있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으로 화자가 바뀌어 전개되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그래서인지 가독성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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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솔직히 시점이니 가독성이니 다 필요없다. 반전에 놀라지 않으면 환불을 해주겠다는 마케팅을 내세울 정도였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부분은 바로 결말이었다. 하지만 난 결말을 맞혀버렸다. 이 작품의 반전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에서 한번 당한 적이 있어서 처음 부분을 읽을 때부터 의심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물론 백퍼센트 맞혔다고 보긴 어려운 게, 마지막 문단에서 ‘나오코’가 할아버지에게 했던 말은 예상치 못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할아버지의 환상인 듯한 암시도 있었으니…) 어쨌든 ‘사토코’가 시아버지에게 의도했던 것과 그 할아버지의 실체 등은 내가 예상했던 것이어서 아주 크게 실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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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악평을 하라고 하면 있다. 주인공 명의 얽히고 설킨 치정 관계로 인해 아이가 살해된 , 너무도 불쾌하고 짜증나는 내용이었다. 물론 나는 (흔히들막장으로 일컫는) 자극적인 소재 전개를 좋아하긴 하지만 거기에아이 끼여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책은 읽으면서 너무도 불편하고 불쾌하여 혐오스러웠다. 결말도 내겐 전혀 반전이 아니었고 이래저래 최악의 책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재밌게 읽을 수도 있고, 그런 의견과 느낌을 존중한다. 때문에 리뷰를 어린 아이의 투정 정도로만 생각하고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찌됐든 책과는 맞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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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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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 윤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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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은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관하는 ‘대거상’의 번역추리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아시아 작가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이 처음이라고 하니 국뽕이 차오를 따름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작품이니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갖춘 작품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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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재난으로 폐허가 된 지역을 관광하는 ‘재난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 ‘고요나’는 재난 여행사 ‘정글’의 수석 프로그래머로, 모종의 사건을 겪고 ‘정글’사의 상품 중 하나인 ‘사막의 싱크홀’에 참여(관람)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요나’는 일행과 낙오되고, 그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읽다보면 이 작품이 어떻게 추리소설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나만 그런가 싶어 다른 리뷰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권위있는 ‘대거상’의 추리소설 부문을 수상했다는 것은 어찌됐든 이 작품이 추리 장르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책에 대한 나의 좁은 시야를 넓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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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반부를 읽는 동안은 ‘요나’라는 인물이 겪는 이야기를 지켜보는 느낌이라 긴장감이랄 게 딱히 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룬 ‘순문학’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요나’가 여행에서 낙오되면서부터 전반적인 글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재난 여행 상품 뒤에 숨겨진 음모가 드러나는 과정을 보는 것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한 것도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한 몫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님의 표현력인 것 같다. ‘무이’라는 여행지의 풍경이나 등장인물들의 심리의 묘사가 탁월하여 작품 전체의 분위기가 더욱 잘 와닿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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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뛰어난 문체가 불편했던 부분도 있었다. (나빴다는 말은 아니다.) <밤의 여행자들> 속에는 자본주의에 찌들은 인간들의 이기적인 군상들이 등장한다. ‘재난’을 재해로 여기지 않고 상품으로 취급하는 모습들이 나오고, 이는 결국 인간의 목숨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까지 한다.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타락할 수 있나 싶지만, 현실에는 이보다 더한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 “모든 재난이 눈길을 끌 수는 없잖아요. 이슈가 되는 재난들은 따로 있어요. (중략) 웬만해서는 이제 큰 뉴스도 못 돼요.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동정하고 주목해준다 이겁니다. 세상이 너무 자극적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관심이란건 정직한 거니까요.”

이 문장을 읽으면서 공감이 정말 많이 되었다. 나를 포함한 대중들의 관심이 자극적인 것으로만 향한다는 것에 특히 그랬다. 관심은 정직하니까. 마치 나의 폐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지적 같은 문장이었다. 그래서 ‘공감’과 ‘불편’이라는 이질적인 감정이 동시에 드는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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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밤의 여행자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성을 지닌데다가 흥미진진한 이야기까지 갖춘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만, 조금 추천하기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추리소설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범인이든 범행 동기든 무언가를 추적하고 예상하는 과정이 나올 알았으나 아니었다. 작품은 일반적인 추리소설보단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다루고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 그것을 정확히 이해하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은 지금의 나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때문에 생각없이 쉽게 읽을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점이 좋은 사람들도 있을 같다. 보통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작품은 적당한 수준의 난이도와 재미를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관심이 드는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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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죄와 벌 1~2 - 전2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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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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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오랜만에 나의 인생책 리스트를 갱신했다. <죄와 > 톨스토이의 <부활> 다음으로 읽은 러시아 문학이다. <부활> 읽을 (특히 후반부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던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더딘 진행 때문에 조금 읽기 힘들었다. 그러나 <죄와 > 나의 부족한 어휘력으로는 형용할 없을 정도로 내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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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 900페이지 분량을 자랑하는 작품인만큼 확실히 난이도가 있었다. 문장이 다섯 줄을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장황한 문장들, 단락 나누기가 되지 않은 채로 페이지가 이어지던 문단들, 여전히 어려운 러시아 이름 … <죄와 > 읽다가 포기하고 중간에 하차했다는 후기들을 많이 접했는데 충분히 이해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작품을 완독할 있었던 이유들을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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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번역 이야기를 수가 없다. 외국 소설, 특히 고전 세계문학을 읽을 때에는 번역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책을 사기 전에 번역 관련한 리뷰들을 많이 검색했다. 그렇게 구입한문학동네출판사의 <죄와 > 번역은 정말 좋았다. 특히 가독성이 좋아서, 위에서 언급했던 길고 장황한 문장들이 어렵지 않게 술술 읽혔다. 때문에 책을읽덮했던 사람들은 기존에 읽던 것과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문학동네 버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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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내용적인 측면이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라스콜니코프라는 청년이 고리대금업자를 살해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갈등을 만들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인물들의 풍부한 감정선까지 더해지면서 <죄와 >이라는 명작이 탄생했다. 읽으면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주인공라스콜니코프 심리를 표현한 부분이다. <죄와 >에는 그가 살인을 결심한 이유부터 범행 이후에 겪는 감정들까지 심리가 섬세하고도 집요하게 나와있다. (물론살인 어떠한 경우라도 용납될 없지만) ‘라스콜니코프 기존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충분히 살인을 저지를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살인 이후에 겪는 주인공의 다양한 감정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살인을 저지른 죄책감부터 본인이 저지른 짓을 정당화하려는 마음, 주변 인물들로부터 느끼는 압박감 다양한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사람이 미쳐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이렇게까지 흥미로운 일인가 싶을 정도로 경탄을 금치 못했다.

🗣대체 뭐가 죽였다는 거야? 과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들 죽이냐? 그때 내가 갔던 것처럼 과연 그렇게들 가서 죽이냐고! 내가 어떻게 갔는지 언젠가 이야기해줄게…… 정말 내가 노파를 죽인 걸까? 자신을 죽인 거야, 노파가 아니라! 그것도 그렇게 단숨에 자신을 죽여버렸다고, 영원히!…… 노파는 악마가 죽였어, 내가 아니야……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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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제목이다. 작품의 제목을 <죄와 >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라스콜니코프 이론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평범한 사람들비범한 사람들으로 나뉘어있고, ‘비범한 사람들 저지르고 그를 극복하며으로써 세상을 개혁한다고 주장한다. 나폴레옹, 카이사르 등이 예이다. 이에 따라라스콜니코프 해당하는 고리대금업자를 살해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의 살해는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 부분이 그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라스콜니코프 나폴레옹 등의 비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커녕 죄책감, 압박감에 히스테리를 부리며 주변 인물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것이이지 않을까. 이런 점을 비추어보면죄와 라스콜니코프 외적 상황과 내적 심리를 대변한 적확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거의 써가는 지금도 <죄와 >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인생책 하나를 알게 되어 행복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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