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젊은 ADHD의 슬픔> - 정지음 ⭐️
.
ADHD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를 의미하는 정신질환 용어로, 모두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ADHD를 들어본 적 있는데, 보통 아동기에 많이 나타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나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인 ADHD’라는 말을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했다. 그 용어들을 계속 접하다보니 요즘 그리고 과거의 나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보게 되었고, 나도 혹시 ADHD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도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책을 읽을 때도 중간중간 딴생각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집중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덜컥 겁이 났을 때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제목의 ‘젊은 ADHD’라는 말이 마치 나를 대변하는 것 같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
<젊음 ADHD의 슬픔>은 정지음 작가님께서 직접 겪으신 ADHD의 증상과 진단 및 치료에 대한 기록들을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는 느낌을 받은 에세이다. ADHD의 증상 혹은 그로 인한 영향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심각성이 느껴져서 절로 숙연해질 수 있는데, 이 책은 정지음 작가님의 재치 넘치는 필력 덕분에 읽는 동안 웃음이 나게 만들었다. 더구나 소설과는 다른 에세이라서 그런지, 마음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
🗣 내가 청소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청소가 결과 지향적인 것 같아도 실은 과정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싹 치워진 상태를 위해선 공간의 체계를 파악하고 비움과 수납을 반복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체계적, 규칙적, 반복적 과업에 약한 게 ADHD인데 청소는 딱 그 능력만을 요구했다.
🗣 소비에 대한 문제는 인생 내내 나를 따라다녔지만, 그 어떤 편법으로도 고쳐지지 않았다. 소비이자 ‘습관’이기에 개별 건수보다는 타성을 이기는 게 중요했다. 타성에 젖기만 하고 이겨본 적은 없는 내가 너무 큰 싸움을 시작한 건 아닌가 두려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와 싸우지 않으면 온갖 종류의 채권추심과 싸우게 될 테니 더욱 두려운 것을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억제에 대한 타성보다 무서운 분출이 세상에 너무 많다.
🗣 “엄마는 어디가 아파?” “엄마는 마음이 아파.” “왜?” “응 엄마는 매일매일 집에서 혼자 너희들 보느라 아파.” 그 순간 내 마음에도 통증이 왔다. 종잇장처럼 마른 여자가 폭발하는 형제의 활동량을 감당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견디지 못하는 힘듦이 바로 아픔이구나 생각하고 그분이 행복해지기를 빌었다.
.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은 바로 ADHD는 스펙트럼 질환이라는 것이다. 다른 일반적인 질병들처럼 ‘ADHD가 맞다/아니다’로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ADHD의 넓은 범위 어딘가에 있고, 그 범위 중에서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ADHD 진단을 받는다는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ADHD의 스펙트럼 속 어딘가에 속해 있을 것 같다. 정지음 작가님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위로가 되었고 동시에 그런 생각을 했음에 작가님께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ADHD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기도 했고, 위로를 받기도 했으며, 웃음과 감동을 느끼기도 한 에세이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ADHD라는 하나의 주제만을 다루다보니, 후반부에 가서는 같은 의미의 다른 말을 반복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아주 살짝 지루했다. 내가 기존에 에세이를 읽지 않았던 이유도 이와 같다.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도 <젊은 ADHD의 슬픔>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만큼 재밌게 읽었다는 건,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더 재밌게 읽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추측을 조심스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