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광> - 렌조 미키히코 ❌
.
이 책의 반전에 놀라지 않으면 환불을 해주겠다는 출판사의 마케팅을 봤다. 이 출판사는 워낙 SNS 광고를 많이 하던 걸 봤던 터라 ‘이번에도 시작이구나’ 싶었다. 역시 많은 인친분들의 리뷰가 뒤따랐는데, 다들 재밌다고도 하고 특히 반전에 놀랐다는 후기가 정말 많았다. 하지만 내 돈을 직접 주고 사고 싶진 않았다. (광고에 지는 기분이 들어서…) 근데 내 생일에 많은 교보문고 기프티콘을 받았고, 그걸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
정말, 화가 난다. 웬만하면 왓챠피디아에 평점을 남길 때 2점 이상은 주는데, 이 작품은 1점을 주었다. 읽기 전 많은 기대를 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그 기대는 차근차근 부서졌다. 그래서 이 작품이 어떤 점에서 내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었던 점은, 이 책이 ‘시점’이다.
.
이 작품의 책 띠지에는 “일곱 명의 고백, 일곱 번의 반전 ~”이라고 쓰여있다. 나는 이 문구를 보고 이 작품이 2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2인칭 시점으로 쓰인 작품으로는 대표적으로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미나토 가나에 <고백> 등이 있다. 특히 나는 <고백>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등장인물이 독자에게 직접 말함으로써 독자는 그 인물의 심리가 호소력있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으로 화자가 바뀌어 전개되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그래서인지 가독성도 떨어졌다.
.
(스포주의) 솔직히 시점이니 가독성이니 다 필요없다. 반전에 놀라지 않으면 환불을 해주겠다는 마케팅을 내세울 정도였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부분은 바로 결말이었다. 하지만 난 결말을 맞혀버렸다. 이 작품의 반전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에서 한번 당한 적이 있어서 처음 부분을 읽을 때부터 의심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물론 백퍼센트 맞혔다고 보긴 어려운 게, 마지막 문단에서 ‘나오코’가 할아버지에게 했던 말은 예상치 못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할아버지의 환상인 듯한 암시도 있었으니…) 어쨌든 ‘사토코’가 시아버지에게 의도했던 것과 그 할아버지의 실체 등은 내가 예상했던 것이어서 아주 크게 실망했었다.
.
이 책에 대한 악평을 더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 주인공 네 명의 얽히고 설킨 치정 관계로 인해 한 아이가 살해된 것, 너무도 불쾌하고 짜증나는 내용이었다. 물론 나는 (흔히들 ‘막장’으로 일컫는) 자극적인 소재 및 전개를 좋아하긴 하지만 거기에 ‘아이’가 끼여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책은 읽으면서 너무도 불편하고 불쾌하여 혐오스러웠다. 결말도 내겐 전혀 반전이 아니었고 이래저래 최악의 책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재밌게 읽을 수도 있고, 그런 의견과 느낌을 존중한다. 때문에 이 리뷰를 어린 아이의 투정 정도로만 생각하고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찌됐든 난 이 책과는 맞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