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게 빛나는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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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빛나는>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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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안전가옥 출판사의 쇼-트 시리즈로 출간된 공포소설 단편집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이나 리뷰를 보더라도 그냥 지나쳐버렸을 테지만, 몇 가지의 이유로 이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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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쇼-트 시리즈’에 대한 나름의 믿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부터 SF나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으나 쇼-트 시리즈로 출간된 <칵테일, 러브, 좀비>나 <아홉 수 가위> 등의 단편집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이 시리즈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공포소설’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문학 중에서 추리,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은 읽어보았지만 공포소설은 읽어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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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마지막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쇼-트 시리즈에서 <푸르게 빛나는>의 바로 뒤차례에 출간된 책도 같은 작가님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출판사에서 나름 믿는 구석이 있으므로 같은 작가의 책을 연이어 출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지갑을 열고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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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이 작품집에는 총 3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는데, 그 중 두 작품은 아주 별로였고 나머지 하나는 그나마 괜찮았다고 느꼈다. 일단 별로였던 점을 먼저 말하자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공포’스러운 지점이 부족했던 게 실망스러웠다. 첫번째 수록작 <열린 문>의 경우에는 ‘공포소설’이라는 장르에 그나마 부합하는 작품이었으나 스무 페이지도 되지 않는 분량 때문인지 맥이 끊기고 흐지부지되는 마무리가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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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편에 가까운 분량인 표제작 <푸르게 빛나는>이 가장 별로였는데, 공포스러운 부분도 전혀 없었고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심지어 소설 속 주인공들의 행동은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사실 이 부분이 내겐 가장 중요한 듯하다.) 또 다른 단편 <우물>은 그나마 괜찮았으나 ‘공포’소설이라기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 같다. 다 읽었을 때의 느낌이 무서움 보다는 찝찝해서 돋는 소름…에 더 가깝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내겐 아쉬움이 많이 남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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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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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없는 소리>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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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읽은 김지연 작가님의 작품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공원에서>와 ‘소설 보다 여름’에 실린 <포기>라는 두 단편이다. 같은 작가님이 쓰신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두 작품의 감상은 완전히 상반되었다. <공원에서>는 너무 불편해서 별로였던 반면, <포기>는 소설 속 인물에 공감되는 지점이 많아서 몰입이 잘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지연 작가님이 쓰신 단편집은 어떨지 많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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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없는 소리>는 사실 올해 북클럽 문학동네 웰컴키트로 받았지만 계속 독서 우선순위에 밀려 읽지 못하고 있던 책이다. 웰컴키트에 포함되어있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먼저 읽었는데, 거기서 읽었던 <공원에서>의 인상이 아주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문득 한국문학 단편집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그렇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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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의 감상을 느끼기를 기대하였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공원에서>의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각오한 마음이 더 컸다. 역시나,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안기는 작품들이었다. 퀴어와 페미니즘, 이 둘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비난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세상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작품은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는데, 이 작품집은 딱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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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말 감명깊게 읽었던 범유진 작가님의 <아홉 수 가위>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면, <아홉 수 가위>에 실린 네 작품 중 세 작품에서는 초반에 여성 주인공들이 겪는 아픔들이 나온다. (K-장녀의 설움이랄지, 몰래카메라, 데이트 폭력 등등) 하지만 이 주인공들은 그저 그 아픔 속에 매몰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뚫고 나와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들에게 이유 모를 뿌듯함과 뭉클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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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음에 없는 소리>는 그렇지 않다.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수록된 아홉 편의 주인공들이 모두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라는 생각이다. 이들은 모두 시니컬한 성격과 태도로 세상을 부정적으로 대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이런 부분들이 현실 그대로를 반영한 것처럼 느껴지기에 취향과 더 적합하다고 말할 것 같고, 나 역시 그에 동의하는 바이다. 절대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이렇게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게 되고 또 공고하게 다져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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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대한 감각 트리플 12
민병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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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대한 감각> - 민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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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씨,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는 건 이것 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당최 하나도 알지 못하겠던 작품은 정지돈 작가의 <스크롤…!> 뿐이었는데, 이 책도 그 리스트에 추가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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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훈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그의 말을 알아듣고 싶었지만, 애초에 그건 불가능한 욕망이었음을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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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뒷편에 실린 박혜진 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에 실린 문장이다. 즉, 평론가님도 이 책을 읽기 힘들었다고 하니,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물론 작품 해설에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전혀 와닿지 않았다. 내겐 그저 어려웠을 뿐이었다. 아무튼 이 책이 어떤 느낌인지를 설명하고 난 뒤, 왜 어렵게 느껴졌는지를 후술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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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전개 방식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무수한 이미지들의 나열’이라 할 수 있다. 작품 해설에서는 시각으로, 청각으로, 촉각으로 감각된 것들이 무차별적으로 ‘현상’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에 큰 동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의 3요소인 주제, 구성, 문체 중 ‘구성’이, 조금 깊이 들어가면 소설 구성의 3요소 인물, 사건, 배경 중 ‘사건’이 부재한 듯한 작품이다. 명확한 갈등이랄지 인과관계가 없이 그저 주인공(혹은 작가님)이 감각한 이미지들을 두서 없이 나열한 듯한 이 책을 과연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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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의 말을 조금 더 빌리자면,

🗣 민병훈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강박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불연속성이다.

🗣하나의 이미지와 또 다른 이미지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이미지들의 연쇄는 의식에 현상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다층적이고 산만하다.

‘산만’이라는 단어가 정말 잘 맞는 표현이자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소설의 정석에서 과감하고 완전하게 벗어난 작품인 듯하다. 책을 많이 읽어본 고수들이라면 모를까, 아직 ‘책린이’인 내게 이런 책들은 너무 어렵게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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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중고로 샀는데, 배송받아보니 작가님의 ‘친필사인’이 되어있는 책이었다. 웬만하면 ‘친필사인본’은 판매보다는 소장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이 책을 중고로 파신 분의 심정이 어땠을지 대충 짐작이 가기는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리뷰들을 살펴보니, 알라딘 홈페이지의 평들이 꽤 좋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에 대한 이 글 역시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려웠다는 감상을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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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안전가옥 쇼-트 1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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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심너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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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에서 만나다]

수록된 다섯 개의 단편 중에서 ‘재미’만을 따졌을 때,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작품은 바로 [경의중앙선에서 만나다] 이다. 아마 경의중앙선 지하철을 타보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이 많이 되진 않겠지만, ‘파주’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정말이지 ‘웃프다’는 감정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 “아니, 경의중앙선 시간표를 믿어요? 이분 정치인들 공약도 믿을 분이네.” (46p)

경의중앙선은 악랄한 연착과 통곡의 배차간격이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을 일으키는 지하철 호선으로 유명하다. 경의중앙선 때문에 약속시간에 겪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약속 시간에 늦는 것뿐만이 아니라 연착을 고려하여 일찍 나갔다가 약속 시간보다 40분 넘게 일찍 도착해버린 적도 있었다. 이 작품은 그런 점을 더 크게 과장하여 경의중앙선 이용객들에게 뼈저리는 공감을 선사하였다. 읽으면서 정말 많이 웃었는데, 이게 책이 웃긴 건지 내 처지가 불쌍해서 웃음이 나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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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가장 재밌었던 단편이 [경의중앙선에서 만나다] 였다면, 가장 좋았던 단편은 [정적]이었다. 이 작품은 서울, 그 중에서도 마포구 지역에서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현상이 느닷없이 발생하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마포구만 벗어나면 모든 게 정상적이지만, 이상하게도 마포구만 들리지 않는다. 사람 목소리도, 휴대폰 소리도, 그 외에 일체의 모든 소리도. 모든 학교는 일제히 휴교에 들어가고 상점들은 문을 닫고 마포구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마포구 집값은 일제히 떨어지고 그 외의 수도권 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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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보증금이 아까워 마포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난한 대학생인 주인공은 정적 상태의 주변 산책을 하다 어느 카페에 들어선다. 거의 모든 카페들은 폐점 상태에 이르렀지만, 이 카페만큼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었다. 들어가보니 이곳은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장소였고 직원과 손님들 모두 수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마포구의 정적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은 유일무이한 곳이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그 카페를 자주 방문하면서 그 전에는 관심을 일절 두지 않았던 청각 장애인들의 처우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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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에 떠오르는 화면을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뉴스에서 제공되던 자막이 없었다. 나는 하루아침에 달라진 세상 꼴이 기막혀서 하, 하고 한숨을 쉬었다. (32p)

대학교에서 ‘특수교육학개론’을 배우며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 깊이 배운 적이 있어서 가슴이 아팠던 구절이다. 청각 장애인분들 중에서도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분들이 꽤 많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영화나 TV에서 화면에 비치지 않는 인물의 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자막이 없는 영화보다 자막이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훨씬 선호한다는 수업 내용이 떠올랐다.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지만, 청각 장애인분들에게 ‘자막’은 문화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정적 현상이 사라지자 곧바로 자막까지 없애버린 작중 세상 꼴이 현실 사회를 너무도 잘 반영한 것 같아서, 기막혀하는 주인공에게 공감을 넘어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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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두 단편 외의 다른 작품들도 나쁘지 않았다. 중고서점에서 심너울 작가님의 다른 장편을 보았을 때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지 않았는데, (후회까진 아니더라도) 그때 살걸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나중에라도 기회가 닿는다면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어볼 것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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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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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 서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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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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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진 작가님은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2)에서 처음 접했다. 호주를 배경으로 한 두 남녀의 처연한 사랑 이야기가 꽤 인상깊었던 기억이 나서 이번 장편소설 <올리앤더>를 읽기 전 약간의 기대감을 가졌다. <올리앤더>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호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었다. 알고 보니 작가님이 현재 호주 시드니에 거주 중이시라고 한다. (찾아보니 다른 작품들도 거의 호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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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앞서 말했듯이 전에 읽은 단편이 ‘사랑’을 다루고 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재혼한 엄마에게 ‘팽’당하듯(?) 호주로 유학을 가게 된 대치동 인재의 전형 ‘해솔’과 오래전부터 호주로 이민을 와서 정착하여 지냈고 의대 진학을 꿈꾸는 호주 전교 1등 ‘클로이’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클로이의 집에 해솔이 홈스테이로 오게 되며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읽으면서 ‘호주를 배경으로 하는 SKY캐슬’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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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 전공이 ‘교육학’이기도 해서 그런지 드라마 ‘SKY 캐슬’을 볼 때 단순히 재미를 느끼는 것만을 넘어서 조금은 뼈아픈 공감이 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민낯을 낱낱이 고발하는 소재가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마음을 무겁게 했기 때문이다. <올리앤더>를 읽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드라마 ‘SKY 캐슬’은 거시적인 차원의, 대한민국 교육 제도의 부조리함을 다루고 있다면, <올리앤더>는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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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이 작품에서 ‘해솔’은 다른 과목의 점수를 높게 받는 반면에 창의성을 요하는 ‘에세이 작문’의 점수는 낮게 받는다. 이로 인해 ‘해솔’은 과외 선생님께 특강을 받게 되는데, 과외 선생이 짚어주는 부분을 해솔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 “이거로 호주 역사를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호주에 영국인들이 처음 배를 타고 온 순간을 그리면서…(중략)” 노아가 해솔의 말을 끊었다. “창작은 말 그대로 창작이야. 네 이야기를 쓰는 게 좋아.” (중략) “꼭 자기 이야기만 되는 거예요?” 해솔은 창의적인 글쓰기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두려워졌다. (123-124p)

지금까지 철저한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해솔’은 입력된 지식을 출력하는 것에만 익숙해져있지, 속에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는 것에는 너무도 서투른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수행평가를 할 때 다른 것보다 나만의 이야기를 적어야 하는 과제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서, 고전하는 ‘해솔’의 모습에 크게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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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솔’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한국의 교육 현실이 독립변수로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흔히들 ‘주입식 교육’이라고 말하는 게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창의력’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한 듯싶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 교육제도가 워낙 공고한 탓에 쉽사리 개혁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읽으면서 많이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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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써놓고 보니 ‘교육’에만 치중되게 쓴 것 같아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면서 ‘교육’과 관련된 부분에 가장 크게 마음이 동했던 것 같다. 이 외에 전반적인 느낌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꽤 재밌었다. 서수진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 정도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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